다른 게임이라고 할 만큼 변화... 스쿼드 통일은 최선의 선택
크레딧 개편, 파밍 제작 간소화, 리스크 완화로 스트레스 해소
캐릭터 주목도 높이는 시스템, 시즌 패스 빠른 도입 고민해봐야

[게임플] 크게 두 가지를 알아야 했다. 재미있었던 이유, 그리고 떠났던 이유.

'이터널 리턴'은 파란만장한 과정을 겪은 '중고 신인'이다. 넵튠 자회사로 들어간 개발사 님블뉴런은 '블랙서바이벌' IP의 MOBA 배틀로얄에 도전하게 됐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활용한 PC 플랫폼 배틀 아레나를 완성시켰다. 

약 3년 전 베타 테스트 시절, 이터널 리턴은 마니아들에게 주목을 받은 인디 게임 규모의 존재감이었다. 하지만 스트리밍 방송을 통해 기적적으로 입소문을 탔고, 스팀 동시접속자 최대 5만을 돌파하는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카카오게임즈 퍼블리싱을 통한 글로벌 시장 확대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정식 빌드에서 해내야 할 과제는 무엇이었을까. 우선, 초기 열기는 상당 수준 가라앉은 뒤였다. 기나긴 얼리액세스 동안 사람들이 떠나간 이유, 다양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큰 반동이 오지 못한 근본 원인을 파악해야 했다. 이터널 리턴은 이를 철저하게 연구했고, 출발 지점부터 시스템과 게임 경험을 새로 정비했다. 

한 주 동안 플레이를 통해 새로운 게임 설계의 윤곽이 들어오고 있다. 정식 출시의 변화는, 태생적 한계를 탈피하기 위한 '최선의 대격변'이다. 

■ 현실적으로, 스쿼드 통일은 정답에 가깝다 

기자는 대부분 솔로만 하던 유저였다. 하지만 냉정하게, 솔로와 듀오를 없앤 것은 최선의 판단이다.

이터널 리턴에서 싱글 배틀로얄은 구조적으로 공정한 대결 자체가 불가능했다. 슈팅 게임이라면 MOBA 형식은 캐릭터마다 스킬셋이 물고 물릴 수밖에 없다. 1등만이 살아남는 배틀로얄이기 때문에 상성에 당했을 때의 불쾌감은 더욱 크다. 여러 명 있을 때 먼저 싸움이 붙으면 뒤가 없기 때문에 공격적인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 문제도 컸다.

이를 3인 스쿼드 배틀로 통합하면서 게임의 합리적인 경험은 올랐다. 개별 챔피언의 상성은 조합을 통해 극복할 수 있고, 정말 짜고 친 듯 극단적인 3:3 상성만 아니라면 결국 파밍과 컨트롤, 한타 합과 운 요소가 복합적으로 결정되도록 바뀌었다. 또, 밸런스 디자인 역시 앞으로 만족스러울 가능성이 한결 올랐다. 

단순히 스쿼드 통합만 했으면 장점이 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파밍과 제작을 극히 간략화하면서 게임 장벽과 스트레스를 줄였다. 

이제 요리 재료는 모닥불을 찾아가 구우면 되고, 장비 재료가 비면 크레딧으로 사서 채우고, 숙련도는 야생 동물이 보이는 대로 잡으면 오른다.  손은 계속 바쁘지만 골치 아픈 사전 지식에 시달릴 필요는 사라졌다. 신규나 복귀 유저도 순식간에 적응하게 된 것이다.

위시템 주문하고 배송 기다릴 때의 그 설레는 기분
위시템 주문하고 배송 기다릴 때의 그 설레는 기분

■ 정식 버전에서 '신의 한 수'는? '파밍 2중보험' 마련한 크레딧 개편

혼자 스쿼드에 매칭되는 '랜쿼드' 플레이에서는 팀워크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분명 있다. 하지만 핑으로만 대화해도 대부분 문제는 해결되는 편이다. 초반 사망 리스크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점, 하이퍼루프를 팀원 근처로 바로 탈 수 있다는 점 등 팀플레이 편의성과 맞물려 예상보다 훨씬 쾌적하다.

파밍에서 유독 팀워크가 필요한 캐릭터는 몇 있긴 하다. 전용 햄버거를 만들어주는 일레븐, 전용 장비 제작이 가능한 마이가 한 팀이라면 재료 교환이 쓸모가 있다. 하지만 일레븐 역시 요리 의존도가 많이 줄었고, 랜쿼드에서 마이를 할 거라면 마이 유저가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쪽이 맞다. 

이 모든 개편의 중심에는 크레딧 체제가 있다. 모든 급한 재료는 크레딧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후반까지 크레딧만 알차게 모아두면 가장 비싼 혈액팩도 바로 구매해서 종결템 맞추기에 쓸 수 있다. 상위 재료는 키 오스크를 찾아가서 주문해야 하지만, 자연스러운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칼 타이밍에 루트를 따라가려고 아등바등하거나, 적이나 아군 변수에 따라 파밍이 다 꼬여버리는 참사는 이제 드물다. 초보 유저와 함께 플레이할 때도, 큰 안내 없이 전설 풀템 장비가 쉽게 맞춰진다. 

그렇다고 숙련자를 위한 보너스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맵에서 주요 재료를 추가로 얻을 수 있다면 잉여 재료를 통해 스펙 업이 가능해졌다. 수동 제작 역시 격차는 줄었지만 엄연히 조금 더 나은 메리트를 제공한다. 

■ 유저는 캐릭터에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

UI 관련 지적은 출시일부터 많이 나왔고 개선 계획도 밝혔으니 굳이 말을 얹을 필요는 없겠다. 대신 오히려 은근히 중요해 보이는 부분을 지적하고 싶다. 캐릭터의 강조다. 

이터널 리턴에서 캐릭터는 큰 강점 중 하나다. 2차 창작도 생각보다 활성화된 편이고, 성능이나 디자인에서 특정 캐릭터를 향한 애정을 가진 유저가 많다. 하지만 게임 시작 화면, 게임 종료 뒤 결과창에서도 다른 유저들의 캐릭터 이름이 표기되는 곳이 없다. 

내가 어떤 캐릭터에 당했는지 궁금하면 얼굴을 기억해놨다가 캐릭터 화면에서 하나씩 찾아봐서 이름을 알고 공략법을 연구해야 한다. 꾸준히 플레이해왔다면 걱정이 없지만, 신규 유저나 오랜만에 복귀해 수많은 최신캐를 맞이하는 유저에게는 뜻밖의 장벽이 될 수 있다. 

내 캐릭터가 적들에게 어떻게 보이느냐도 중요하다. 눈에 잘 띄어야 스킨 구매욕과도 이어진다. 페이투윈이 전혀 아닌 만큼 스킨 판매는 개발사 입장에서도 중요한데, 지금으로서는 반드시 스킨을 사야겠다는 감정 요인이 적다. 

채팅 커뮤니케이션도 바쁜 게임 플레이 중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아군이 채팅을 치면 머리 위에 말풍선이 뜨거나 하는 디자인 도입은 어떨까. 그럼 어느 방향에서 채팅이 왔는지도 직관적으로 알기 쉬워진다. 그밖에도 캐릭터의 매력적인 인게임 노출을 위해 고민할 만한 여지는 많다.

시즌 패스가 정식 출시와 동시에 도입되지 않은 것도 조금 아쉽다. 다음 주 추가 예정인데, 패스는 단순한 BM을 넘어 게임 플레이의 동기부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게임은 정식 출시 순간에 가장 높은 잠재력을 가진다. 극초반 관심과 화력은 게임 흥행에서 연료와 같다. 이 타이밍이 지나고 뒤늦게 불을 다시 붙이려면 몇 배로 많은 동력이 필요하다.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모든 콘텐츠에 추가 속도를 붙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인게임 재화로도 구매 가능한 스킨 박스, 좋은 스킨도 종종 튀어나온다
인게임 재화로도 구매 가능한 스킨 박스, 좋은 스킨도 종종 튀어나온다

■ '최선'의 변화, '최적'의 답을 가리키는 풍향계

이터널 리턴이 최고의 변화였을지는 확답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선의 변화였다. 출발 지표 역시 기대 이상이다. 모든 면에서 고민한 흔적은 가능성 높은 결과물로 완성됐다.

일반적으로, 무료 멀티플레이 게임은 출시 1일차와 2일차에 많은 유저가 몰려든다. 그리고 초대형 게임이 아닌 이상 자연스럽게 두 자릿수 퍼센트가 빠지며, 그 뒤로 반등하느냐 계속 유저가 빠지느냐가 갈린다. 

그런데 이터널 리턴은 출시 시기 동시접속자가 일주일간 비슷하게 유지됐다. 분명 좋은 신호다. 일단 접속한 인원의 재접속 비율이 높다는 의미다. 걱정했던 솔로와 듀오 삭제도 결정적인 유저 이탈 요인은 되지 않았다. 

초반 진입장벽과 실력 보상의 밸런스가 매우 유연하게 동작하고 있다. 그만큼 전투의 재미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초창기 이터널 리턴에 유저들이 몰렸던 이유를 다시 떠올리게 해준다. 이제 남은 것은 단점으로 지적된 요소에 대한 빠른 개선, 그리고 매력적인 상품들의 추가다. 

이터널 리턴을 재미있게 한 시기가 있던 유저라면, 망설이지 말고 현재 달라진 모습을 한번쯤 체험해보길 권한다. 신규 유저 역시 게임을 배우기 가장 좋은 시기다. 여러 평가가 엇갈릴 수 있으나, 적어도 이 게임은 오래 잃어버렸던 답을 다시 찾아나가고 있다. 그 점이 한 사람의 유저로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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