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스타일리시한 교전에서 대형 스케일의 소환수 전투까지
연출과 영상미 돋보이는 시네마틱 영상, 이야기는 조금 뻔해 보여

[게임플] 소문난 맛집은 시식 코너도 다르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분명히 있다.

22일 출시를 앞둔 '파이널판타지(파판) 16'에 대한 기대가 높다. 지난주 데모 공개를 기점으로 대형 매체 리뷰와 커뮤니티 여론, 유튜버 리뷰 영상 모두 호평 일색이다. PS5 유저로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데모 플레이를 진행했다. 

데모 플레이에 대한 소감은 속도감과 무게감 모두 잡은 전투와 뛰어난 시네마틱 영상, 그러나 조금 아쉽고 뻔해 보이는 스토리 정도로 축약할 수 있다.

전투는 ‘데빌 메이 크라이’와 닮았다. 주인공 클라이브의 움직임, 특히 조작의 무게감에서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를 즐겁게 했기에 이런 스타일리시한 전투 양상은 호에 가까웠다.

QTE 액션은 유저에게 수동적인 선택을 강요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하지만 파판 16의 호쾌하고 화려한 연출은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액션의 맛이 좋았기에 플레이 중간에 스토리 포커스 모드가 아닌 액션 포커스 모드로 진행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스토리 포커스 모드는 쉽고 편했지만, 긴 게임의 볼륨을 더 다양하게 느끼려면 액션 포커스 모드로 진행해 전투의 손맛을 느낄 필요가 있어 보였다.

가볍고 빠른 전투 양상을 초반 고블린 소탕과 몰볼 레이드에서 느꼈다면, 느린 속도의 묵직한 손맛은 소환수 전투에서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데모 플레이 막바지 피닉스와 이프리트 전투를 아주 잠깐 맛볼 수 있었는데 개발진은 체험판의 대형 스케일 전투는 앞으로 있을 소환수 전투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가 있다.

그밖에 본편에서 만나볼 다양한 어빌리티 강화와 버디 '토르갈'과 파티 등 다양한 전투 방식이 전투의 재미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투 방식의 다양한 변주로 게임의 긴장감을 이끌겠다는 개발진의 의욕이 보였다.

긴장도를 한껏 끌어 올리는 장치에는 이야기와 그를 뒷받침하는 시네마틱 연출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파판16의 가장 큰 진입장벽이었다. 개인적 호불호이지만, 게이머 입장에서 긴 시네마틱 영상과 컷신은 선호하지 않는다. 특히 스킵이 불가능하다면 말이다. 자리에 가만히 앉아 인게임 시네마틱 영상을 감상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

데모 플레이의 70% 정도는 시네마틱 컷신의 연속이었다. 파판16은 게임 초반 상당히 수동적인 경험을 제공하며 배경 설명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더불어 이야기는 장르 근간이 되는 다른 판타지 시리즈 언급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클리셰를 따라간다. 이는 장르적 클리셰에 국한된 게 아니다. 문학적 클리셰로 앞으로의 이야기가 사실 조금 뻔해 보이기까지 하다.

초반 시간을 많이 할애한 시네마틱 연출은 분명 종막까지 유저를 끌고 갈 장치로 역할을 한다. 다만 파판16의 이야기를 특별히 강조해서 뛰어나다고 하기에는 아직 보지 못한 것들이 많아 섣부르다. 왕좌의 게임 시리즈를 참고해 비슷한 맛이 난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선정적으로 방향을 살짝 튼 JRPG 같았다.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시네마틱 컷신 연출은 훌륭했다. 데모 플레이에서 제공되는 시네마틱 영상들은 과장해서 최근 헐리우드 장르물과 비견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대규모 전투 씬에서 클라이브로 이동하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카메라 워크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데모 플레이 동안 제공된 시네마틱 영상은 이야기와 별개로 그 자체만으로 게임 몰입도를 높이고 기대감에 차게 만든다.

요시다 나오키 디렉터는 한 매체 인터뷰에서 파판16을 롤러코스터에 비유했다. 공개된 데모가 정확히 그 흐름을 체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공됐다는 생각이다. 전투의 흐름과 비슷하게 시네마틱 연출도 상승과 하강을 반복했다. 

영리하게 잘 버무려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면서도 시리즈 특유의 색채와 맛이 잘 살아 있는 느낌이다. 만약 파판 시리즈에 입문하겠다면 이번이 절호의 기회로 보인다. 요시다 나오키 디렉터가 파판14로 보여준 성과에 신뢰를 느낀 유저라면 구매를 망설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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