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벤치마킹, 겉보기 넘어 '진성 게이머 경험' 파고들어야

[게임플] 실패한 아류작과 계승 발전한 흥행작의 차이는 무엇일까. '무엇을 계승해야 하느냐'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는가에 갈린다.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에서 '반주년' 축제가 한창이다. 개발사 시프트업과 퍼블리셔 레벨 인피니트, 그리고 유저 대부분이 진심으로 활짝 웃는 축제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동시 출시된 '니케'는 세계 각지에서 기록적인 흥행을 거뒀다. 

출시 한 달 만에 1천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으며, 일본과 북미 등 거대 시장에서도 최상위권에 오르며 압도적인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서브컬처 게임 종주국인 일본에서 쟁쟁한 현지 게임들을 제치고 2022년 최고의 신작으로 자리잡은 것이 큰 쾌거다.

니케가 모든 면에서 새로운 게임은 아니다. 물론 니케만의 정체성은 있다. 시프트업 특유의 아티스트 라인업을 최대한 활용해, 3D를 사용하지 않고 2.5D 페이퍼 폴딩 기법으로 독특한 입체감을 표현해냈다. 작업량은 많지만, 다른 곳에서 감히 따라하기 어려운 질감의 캐릭터와 배경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일본 오사카에서도 시선을 모은 니케 하프 애니버서리 광고
일본 오사카에서도 시선을 모은 니케 하프 애니버서리 광고

출시 전후로 다양한 화제가 니케를 둘러쌌다. 강도 높은 캐릭터 노출이 입에 오르내리거나, 과금 모델(BM)이 부담스러워 보인다는 초기 평가도 떠돌았다. 일각에서는 "노출로 시선을 끌고 단기간에 매출을 뽑아내려는 계획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신규 콘텐츠와 스토리에 대한 평가는 계속 상승하고, 추가 캐릭터들의 완성도도 입체적이다. 시간이 지나도 접속자와 실적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한편 플레이를 향한 반응은 오히려 개선되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니케는 초창기부터 꾸준하게 게임 콘텐츠를 해나갈 경우 자연스럽게 성장과 상위 클리어가 가능했다. 캐릭터 확보 역시 게임 보상을 통해 많은 부분이 충족된다. SSR 위의 SSR인 '필그림' 캐릭터들은 분명 부담이지만, 출시 초기 눈에 들어오는 단편적 요소로 인해 실제보다 과한 우려와 비판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반주년 추가 캐릭터 '도로시' 역시 아름다운 외형보다도 스토리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반주년 추가 캐릭터 '도로시' 역시 아름다운 외형보다도 스토리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기록적인 흥행을 거두는 게임이 탄생하면 타 업체에서 성공 비결을 분석하기 시작한다. 당연한 현상이고, 또 응당 해야 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흥행 요인을 잘못 지정해 해석하는 순간 오류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니케가 과연 캐릭터 노출과 선정성으로 인해 성공했는가. 혹은 과금 구조가 매우 가혹해 매출을 뽑아낼 수 있었는가. 만일 그렇게만 판단하고 벤치마킹을 실시할 경우야말로 정말 가혹한 결과를 맞이할 위험이 높다. 

문제는, 실제로 그런 식의 단편적인 벤치마킹에 뛰어드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캐릭터 노출을 강조해 시선몰이를 하는 게임은 많다. 하지만 성공률은 높지 않다. 대부분 '반짝'으로 끝난다. 아포칼립스 세계관, 방치형에서 빌려온 성장 요소, 일일 콘텐츠 등은 많은 게임에서 겉모습만 보고 가져왔다가 혹평을 받은 적이 있다.

니케도 새로운 틀을 만든 게임은 아니지만, 벤치마킹을 철저하게 게이머의 입장에서 해낸 흔적이 보였다. 메인스토리와 캐릭터별 뒷이야기는 구성과 연출에서 모두 치밀하게 계산됐다. 캐릭터는 외형뿐 아니라 서사와 대화를 통해 더욱 매력적으로 완성된다. 

여기에 성우 연기에도 세밀한 디렉팅을 거쳐 극적인 연출을 강화했고, 강렬한 BGM까지 준비되면서 게임의 몰입감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다른 성공작들을 철저하게 '게이머 경험'으로 파헤치고 그 감성을 발전시킨 흔적이다.

콜라보 대상도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내는 결과가 돋보였다 ('체인소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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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벤치마킹도 유사한 사례다. 엄청난 일본 흥행 이후, 게임 성공 비결을 분석하려는 움직임이 국내외에서 줄을 이었다. 실제로 게임의 메인 콘텐츠인 육성 모드와 서포트 카드 BM을 본따 게임을 만들려는 계획도 국내에 몇 존재한다.

그러나 그 세계관이 왜 육성 장르와 어울리는지, 각 캐릭터와 그들의 스토리가 실제 고증과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 직접 몰입하며 이해하지 못하면 위험도가 매우 높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육성 모드를 채용한 게임은 몇 있었지만 그 분야의 원조인 '파워풀 프로야구'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원신'의 BM도 비슷한 오류의 벤치마킹이 종종 일어난다. 캐릭터를 수집하고 파티를 편성한 뒤 교체 플레이로 속성 시너지를 내는 플레이를 따라하는 신작이 많다. 그러나 정작 경쟁 콘텐츠 완전 제거와 '반천장'처럼 유저들의 과금 부담을 덜어주는 시스템을 함께 도입한 곳은 극히 드물다. 

니케 흥행 지속에 큰 역할을 한 캐릭터 '모더니아'
니케 흥행 지속에 큰 역할을 한 캐릭터 '모더니아'

게이머의 입장에서 빠져들어야 한다. 실제로 '덕후'처럼 빠져든 내부인과 관계자를 포섭해 게임이 호평을 받는 핵심 요인을 계승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겉모양만 답습해서 아류작이라는 비판은 비판대로 받고, 흥행은 전혀 따라가지 못한 사례가 국내 게임계에서 흔하다. 

타사 흥행작 분석, 신작 초기 기획, 게임 디테일 마련까지 모든 단계에 '게이머 경험'을 알고 있는 인력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 '니케'와 '블루 아카이브'가 바로 그렇게 해서 성공한 게임들이다. 모든 인력이 그래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국내 중견 이상 게임사에 사업 전문가들은 이미 많다. 남은 과제는 게이머 감성 이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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