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결과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도덕적 결과는 이미 치명적이다

[게임플] 남의 작품을 모방하는 것, 작품을 함께 만들다가 그 정보를 가져와 유사한 작품을 만드는 것. 둘은 비슷해 보이나 도덕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있다.

스팀 테스트 중인 '다크 앤 다커'를 둘러싼 공방이 접입가경으로 흐른다. 본래 신선한 멀티플레이 던전 탐험 게임으로 해외에서 엄청난 기대를 받았으나, 넥슨의 프로젝트 'P3'에서 자료를 무단 반출해 징계해고된 개발진이 합류해 유사한 게임을 만든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넥슨이 관련 개발자를 고소한 것은 2021년 8월이었다. 그 개발자는 뒤따라 퇴직한 일부 개발진과 함께 개발사 아이언메이스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안보수사국에서 지금까지 두 차례 아이언메이스의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며, 필요한 자료를 확보한 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아이언메이스는 9일 입장문을 통해 "다크 앤 다커는 시작부터 우리가 직접 개발했고, 어떠한 부적절한 영업 비밀을 사용한 바 없으며 모든 기록을 통해 입증할 수 있다"고 대응했다. 다만 코드 등 리소스는 마이그레이션 과정에서 얼마든지 다른 형태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안개 속이다.

'다크 앤 다커'
'다크 앤 다커'

■ 'P3' 반출 징계해고, 그 이후 아이언메이스 합류는 '사실'

복수의 증언을 통해 지금까지 확실시되는 것은 몇 있다. 넥슨은 'P3' 프로젝트를 민트로켓의 첫 타이틀로 선보일 예정이었다. 

2020년 7월 신규개발본부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현재 '다크 앤 다커'에 존재하는 주요 콘셉트가 모두 넥슨 내 기획 단계에서 테스트까지 완성됐다. 던전크롤러 장르, FPS와 RPG의 결합, 중세 판타지 배경, 게임의 탈출 구조까지 여기에 포함된다. 

1년이 지난 2021년 7월, 리더 개발자가 개발 정보 대부분이 담긴 수천 개 파일을 무단 반출해 징계해고를 당했다. 또한 팀원들에게 외부 투자 유치를 언급해 집단으로 퇴직하고 밖에서 이 게임을 만들자고 회유한 사실도 관계자 발언에서 일치했다. 

또한 관련 개발진이 '다크 앤 다커' 개발 초기부터 아이언메이스에 합류했으며, 지금도 '멤버'로서 작업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아이언메이스 측 입장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핵심 개발자들이 빠지면서 'P3' 팀은 해체될 수밖에 없었다. 넥슨은 개발자 징계해고 뒤 한 달 만에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그 시점은 분명 '다크 앤 다커'가 본격적 개발을 시작하기도 전이었다. 그 뒤로 압수수색과 함께 수사가 진행 중이다.

2021년 넥슨 쇼케이스에서 첫 공개된 'P3'
2021년 넥슨 쇼케이스에서 첫 공개된 'P3'

■ 무리한 BM? 최근 넥슨의 실제 행동은 달랐다

항간에서는 넥슨이 기존 RPG들처럼 과도한 과금모델(BM)을 요구한 것 아니겠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출시한 게임의 면면을 살펴볼 때, 그 주장에서 앞뒤 맥락은 느껴지지 않는다.

'P3'이 본래 넥슨 민트로켓 프로젝트였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트로켓은 지난해 해양 어드벤처 게임 '데이브 더 다이브(이하 데이브)'를 스팀 얼리액세스로 출시했고, 올해 6월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데이브'는 게임의 재미와 퀄리티에서 압도적인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저렴한 게임 본편 가격 외에 아무런 추가 지불을 요구하지 않는 무료 업데이트를 계속하고 있다. 민트로켓은 본연의 기조부터 매출과 관계 없이 개발자와 유저가 원하는 창의적 재미를 주겠다고 밝히고 있다.

온라인 게임은 서버 비용 때문에 다를 수 있다고 하기엔, 최근 정규 시즌을 개시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가 또다시 결정적 반례가 된다. 수익을 올릴 생각이 전혀 없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금이 필요 없는 시스템을 갖췄다. '베일드 엑스퍼트', '더 파이널스' 등 최근 테스트 중인 게임들도 평범한 서구권형 BM을 계획 중이다. 

넥슨 역시 모바일 MMORPG 분야는 여전히 확률형 아이템과 페이투윈이 존재하는 신작을 내고 있다. 하지만 PC 플랫폼, 특히 글로벌 전체를 겨냥한 신작에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철저하게 맞춰 저렴한 BM을 구성하고 있다. 이 법칙에 의거하면, 처음부터 PC 플랫폼에 해외 취향을 노린 'P3'에 무리한 BM을 넣으려 했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전 개발사를 '카지노'에 비유하며 BM 부분을 암시했던 아이언메이스 공지, 그러나 민트로켓은 BM에서 자유로운 브랜드였다
전 개발사를 '카지노'에 비유하며 BM 부분을 암시했던 아이언메이스 공지, 그러나 민트로켓은 BM에서 자유로운 브랜드였다

■ 법적 방어에 성공한다고 해서 '옳게' 된 것은 아니다

물론 아이언메이스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P3' 개발 당시 기억을 되살려 머릿속에서 직접 구현했을 가능성도 있다. 코드 등 리소스도 처음부터 직접 짰든, 마이그레이션을 거쳤든간에 이전 형태와 다르다면 법에서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이런 행위가 인정받느냐 아니냐는 양측 사이의 법적 공방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넥슨에서 같은 형식으로 준비되고 있었다는 사실, 그 데이터를 무단 반출했던 리더 개발자가 '다크 앤 다커'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 이 두 가지가 변하지 않는 이상 '다크 앤 다커'는 게임계에 치명적 선례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P3' 프로젝트가 해체된 뒤 넥슨에 남은 개발진들은 아무 죄 없이 그간 본인의 노동력과 열정을 박탈당했다고 말한다. 또, 게임이 완성되고 성공한 뒤의 미래 기회비용도 잃었다. 정신적인 충격도 무시하기 어렵다. 이런 것들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현실엔 그대로 남아 있다.

기자는 올해 초, 순수하게 게임의 재미로 주목할 한국게임 5종 가운데 하나로 '다크 앤 다커'를 선정한 적이 있다. 얄궂게도 그 아래에 적은 게임이 민트로켓에서 실제로 선보인 '데이브'였다. 사업 분석을 떠나 한 명의 게이머로서 기대해온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려는 더욱 크다. '다크 앤 다커'와 같은 발상의 게임을 더 보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이런 일이 법에 저촉되지 않고 가능하다면 어떤 대형 게임사가 소규모 스튜디오 지원으로 과감한 도전을 하려 할까. 오히려 다른 중소 게임사의 정보를 가져오는 일에 죄책감이 없어지는, '깨진 유리창 법칙'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리소스에 대한 법적 판단은 어렵다. 다만 도덕적 판단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당시 'P3'의 일부 개발자가 빼돌린 것은 단순한 데이터를 넘어 더 크고 소중한 가치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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