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앤 다커, 데이브 더 다이버, 림버스 컴퍼니, 산나비, P의 거짓

[게임플] 2023년, 이 게임들이 'K-게임'이라는 단어를 웃으면서 말하게 해줄까.

한국 게임의 규모와 수출액은 매년 성장해왔다. 다만 글로벌 게임계 기준에서 석연치 않은 뒷맛은 남았다. 전 세계의 게이머들이 잘 만들었다고 인정할 만큼 훌륭한 '작품'은 드물었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향력은 늘지 않은 이유다.

그래도,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PC와 콘솔에서 만듦새를 높인 대작, 참신한 아이디어로 해외부터 화제를 키워온 게임들이 점차 보인다. 주체는 소규모 인디 스튜디오부터 한국 최대 게임사까지 다양하다. 

실제 순수한 재미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게임 5종을 선정했다. 사업적 의미는 벗어던지고 철저하게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눈에 띄는 주인공들이다. 얼리액세스나 테스트로 실제 게임 플레이를 투명하게 보여줬거나, 적어도 한 시간 이상의 시연을 제공한 게임을 대상으로 했다.

■ 다크 앤 다커 - 한국 개발사의 '중세 인디 타르코프'가 간다

출시 전부터 세계에서 이 정도로 뜨거운 관심이 몰리는 한국 인디게임은 없었다. 

20여명으로 이루어진 작은 개발사 아이언메이스의 멀티플레이 생존게임 '다크 앤 다커'는 알파 테스트에서 최대 글로벌 시청자 15만 명을 돌파했다. 별다른 홍보도 없이 오직 게임의 재미만으로 입소문이 퍼져나간 결과다. 

D&D를 떠올리게 하는 직업별 파티 구성,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에서 착안한 파밍-생존-귀환의 게임 흐름, 중세 유럽 감성의 캐릭터 성장이 절묘하게 맞물린다. 며칠 뒤 모든 것이 리셋되는 테스트에서도 수많은 유저들이 밤을 새며 몰입했고, 제발 테스트 기간을 연장해달라는 문의가 빗발쳐 실제 연장이 이루어진 사례도 있다.

최적화와 솔로-파티 밸런스 등 해결 과제도 남았지만, 게임 기본 뼈대가 숨막힐 만큼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전 세계를 호령할 기대작으로 꼽기 손색이 없다. 올해 상반기 얼리액세스로 스팀 출시, 4분기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 데이브 더 다이버 - 넥슨의 '유쾌한 일탈'... 새 시대를 열어낼까

2022년 가장 많은 유저를 놀라게 만든 한국 게임을 꼽으라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주인공이다. 해양 어드벤처 '데이브 더 다이버'는 넥슨의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에서 개발해 2022년 얼리액세스로 선보였고,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재미로 돌풍을 일으켰다.

낮에는 잠수 장비를 입고 바다를 탐사하며 물고기를 잡거나 유적을 탐사하고, 그 결과물로 야간 초밥집을 운영해 기지를 가꾸고 키워나간다. 이 하이브리드 장르 융합은 유저를 헤어나오지 못하게 하는 재미로 재탄생했다. 스팀 리뷰는 7천 개를 넘겼고, 긍정률은 97%다. 

"넥슨이 이런 게임을 만들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대다수의 유저가 이런 소감을 먼저 꺼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많은 실패를 감내한 끝에 얻은 가능성이다. 사실상 이미 정식 출시라고 불러도 될 만큼 볼륨이 깊고 풍성하다. 아직 완결되지 않은 스토리, 해외 시장 인지도가 남았다.

■ 림버스 컴퍼니 - 글로벌에서 통한 '미친 세계관', 그 세 번째 확장

프로젝트 문, 이 개발사의 이름이 낯선 유저도 아직 많을 것이다. 하지만 상상 이상의 팬덤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곳이다.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로 이어지는 파괴적인 소재와 연출력은 해외에서도 열광적인 팬들을 만들어냈다.

'림버스 컴퍼니'는 자사 최초로 모바일 플랫폼을 지원하며 뽑기도 판매한다. 하지만 평범한 수집형 게임과 같을 것이라 재단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작들의 끔찍한 디스토피아 설정을 공유하는 한편, 각종 문학 작품을 토대로 한 게임 설계를 구축하고 있다.

1년 전 발표한 트레일러 영상은 조회수 110만을 넘었다. 지난해 도쿄게임쇼에서 처음 열린 시연회는 일본 관람객 인파가 지나치게 많이 몰려 추가 시연 접수가 중지되기도 했다. 국내 대형 게임사들도 따라가기 힘든 관심도다. PC와 모바일로 2월 27일, 5종 기대작 중 가장 빨리 정식 출시된다.

■ 산나비 - 짜릿한 액션과 이야기, 완성만 남았다

스팀 긍정률 96%, 얼리액세스를 진행 중인 '산나비'의 평가다. 한국형 사이버펑크를 섬세하게 표현한 도트 그래픽, 사슬팔을 활용한 스타일리시 액션. 그리고 또 하나 독보적 매력은 쫄깃한 스토리텔링이다. 

촘촘한 캐릭터들과 미스터리 단서가 스테이지 속에 엇갈리면서 다음 이야기를 애타게 기다리게 되는 마력이 있다. 퀄리티와 재미, 이야기 흥미에서 모두 최고급이다. 네오위즈가 '스컬' 이후 또다시 흥행 인디 게임 퍼블리싱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사실, 유저들이 이 게임에 가진 불만은 단 하나다. 챕터 추가가 늦는다는 것이다. 얼리액세스도 그렇고, 정식 출시 일정 역시 수 차례 미뤄지고 있다. 하지만, 추가 챕터마다 퀄리티가 워낙 뛰어나서 화를 크게 내기는 또 어렵다. 2023년은 확실하게 완결된 게임의 모습을 만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P의 거짓 - '설레발 금지'라는 격언을 지키기 어려운 게임

소울라이크는 전 세계 수많은 개발사에서 도전한 장르다. 동시에 지극히 어려운 장르다. 원산지인 프롬 소프트웨어가 여전히 최고급 신작을 내놓고 있기 때문. 게임의 모든 면에서 섬세해야 한다.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은 그 숙제의 1차 관문을 통과했다.

2022 게임스컴 기대작 부문 3관왕 수상은 단순히 트레일러 영상 눈속임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2시간 가량의 실제 플레이 가능한 데모 버전을 현장에서 제공했고, 한국에서는 11월 지스타에서 플레이가 가능했다. 직접 플레이한 느낌은 간단히 요약됐다. 이 퀄리티로만 엔딩까지 완성되면 성공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

한국 게임계를 바라보는 개인으로서, 동시에 대부분의 소울라이크를 즐겨본 게이머로서 조금 설레게 되는 기대작이다. 출시 전 지나친 기대감 조성은 악영향이라는 미신도 있지만, 마음껏 기대한다고 해서 좋게 나올 게임이 갑자기 나빠지진 않는 법이다. 부디 2023 시상식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릴 AAA 게임으로 탄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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