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및 사운드, 전작의 강점 그대로 계승
짧은 분량으로 인한 아쉬운 스토리 전개
미래를 위한 다양한 시도, 의도와 다른 반응으로 돌아왔다

[게임플] 리부트 특유의 장점들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그래픽과 사운드는 현실적이고 특유의 연출도 만족스럽다.

특히, 모던 워페어 3부작부터 시리즈를 즐겨왔던 팬이라면 추억을 떠올릴만한 장면들이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하지만 이번 캠페인 전체의 감상을 아우른다면 쉽게 추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인피니티 워드가 개발한 전작은 콜 오브 듀티의 새로운 전성기를 연 작품으로 기록됐다. 함께 공개된 워존의 압도적인 성과가 주요했지만 리부트된 캠페인 역시 적지 않은 충격을 선사했다. 스토리와 캐릭터의 복합적인 평가와는 별개로 그래픽과 사운드, 전투 연출 부분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특히 태스크 포스 141의 등장을 예고한 엔딩은 올드 팬들의 높은 기대치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로부터 3년 후, 후속작 모던 워페어2가 등장했다. 게임은 출시 전부터 수많은 유출 정보를 몰고 다니며 화제성을 증명했다. 몇 가지 불안 요소가 언급됐지만 기대치는 그 이상으로 높게 형성됐다. 특히 전작과 모던 워페어2 사이에 출시됐던 뱅가드의 캠페인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분위기 전환을 바라는 팬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신작으로 모였다. 

캠페인 무대는 더욱 넓어졌다. 전작의 경우에는 주요 전장이 우르지크스탄 정도로 한정됐었다. 반면 모던 워페어2는 미국, 멕시코 등의 지역과 더불어 시가전, 추격전, 침투, 암살 등 다양한 형태의 전투를 두루 다룬다. 시리즈 가운데 인상적인 평가를 받았던 전투만을 엄선한 느낌이 들 정도로, 미션 하나하나의 개성이 뚜렷하다. 

캠페인 시작부터 반가운 얼굴들이 등장한다. 태스크 포스 141의 일원 사이먼 ‘고스트’ 라일리다. 유저는 그의 시점에서 그림자 중대 지휘관 ‘필립 그레이브스’와 ‘셰퍼드’ 장군, ‘케이트 라스웰’의 지휘 아래, 정찰 활동을 벌이고 미사일 폭격 위치를 유도한다. 

첫 미션 ‘스트라이크’부터 ‘사살 또는 생포’로 이어지는 초반 미션들은 현실적인 그래픽을 극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구간이다. 알 마즈라 협곡를 포함한 다양한 전장 환경과 야간투시경 연출, 총기 모델링 및 장전 모션 등의 디테일한 표현은 리부트를 대표하는 특징이 됐다. 

국내 성우들의 열연을 담은 더빙 또한 수준급이다. 욕설을 그대로 실은 한국어 음성은 캐릭터의 감정과 현장 분위기를 대사만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자막 대신 조준에 집중하며 FPS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특징은 분명한 장점이다. 

그래픽과 사운드 덕에 게임의 첫인상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전작의 ‘늑대소굴’과 ‘저택’ 미션에서 받았던 감동을 그대로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무엇보다 전장의 형태와 배경이 다양해지면서 그래픽을 보다 여러 각도로 감상할 수 있게 된 점이 기뻤다. 

특히 리부트 이전부터 모던 워페어 3부작을 모두 플레이했던 유저라면, 이번 캠페인에서 과거의 향수를 느낄만한 미션들을 다수 확인할 수 있다. AC-130 건쉽으로 화력 지원에 나서는 ‘근접 공중 지원’, 두 명이 팀을 이뤄 길리슈트와 저격총을 장비하고 침투하는 ‘화력수색’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2에서 시도됐던 변화들 모두가 만족스럽진 않다. 현재 가장 뜨거운 화제로 거론되고 있는 부분은 스토리다. 전작은 러시아에 대한 묘사와 파라, 알렉스 등 특정 캐릭터들의 행보가 문제시 됐다. 이번 작품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모던 워페어2 스토리와 관련된 논란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스포일러 없이 정리하자면, 우선 캠페인 분량이 전작처럼 짧기에 캐릭터들의 관계와 사건의 흐름이 충분히 묘사되지 않는다.

특정 캐릭터들이 왜 배신을 하게 되었는지, 배경 자체가 하나의 미션과 내레이션으로 요약되어 미션 사이의 이야기 전개와 사건의 당위성을 알기 어렵다. 배신의 이유에 공감할 수 없으니, 배신자의 행보가 변덕스럽고 치졸해 보인다. 

때문에 메인 빌런의 매력이 떨어진다. 그들의 사상과 광기를 조명하는 사건이 부족하니, 유저들이 적대 세력을 위협적으로 느낄만한 포인트도 희미하다. 그 차이는 이번 작 최종 보스와 리부트 이전의 셰퍼드 장군, 블라디미르 마카로프 등과 비교해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쿠키 영상에 담긴 차기작에 대한 예고는 충격적이다. 하지만 성급하게 마무리된 엔딩의 아쉬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새롭게 정립된 태스크 포스 141 멤버들의 관계는 관점에 따라 여러 반응을 낳고 있지만 허무하게 소비된 빌런들의 개성은 아쉬움으로 통일되는 분위기다. 

물론 스토리에 대한 감상은 유저마다 다르다. 다양한 장소와 사건들을 속도감 있게 전개하고 조명하는 방식이 취향에 맞을 수 있다. 내용 또한 짧은 캠페인 분량이란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고 가정한다면, 후속작 스토리에 필요한 발판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선방한 셈이다. 

하지만 플레이 도중 단점처럼 느껴지는 몇몇 요소들은 스토리와 별개로 바라봐야 할 부분이다. 

우선 새로운 변화들이 신선함보다 스트레스를 전한다. 유저는 비행 중인 헬기와 로프로 연결되어 시점이 반전된 상태에서 사격하거나, 감시 카메라로 동료의 다음 행동을 가이드하고 도로에서 운전과 사격을 동시에 수행하며, 주변 잡동사니로 각종 무기를 급조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미션들이 조준 실력과 별개로 결과를 결정하는 점이다. 자동차 추격전은 차량의 기묘한 조작감에 익숙해지는 것이 관건이며, 감시 카메라 역시 슈팅 게임과 전혀 다른 감각을 요구한다. 특히 잡동사니 무기로 펼치는 근접전은 크래프팅 생존 게임에 가깝다. 

생소한 감각은 장갑병들의 등장과 엮여 높은 체감 난도로 이어진다. 양산형 저거넛처럼 행동하는 장갑병들은 헤드샷 혹은 섬광탄, 근접 제압 등을 적절히 활용해야 하는 감초 역할로 투입됐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 수와 등장이 매우 많고 빈번하기에, 짧은 캠페인과 전투 과정을 의도적으로 늘리기 위한 장치처럼 느껴진다. 

표현의 디테일과 완성도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자동차 추격전에서 스트라이커즈 1945 시리즈처럼 무한으로 지뢰를 살포하는 트럭은 몰입보다 짜증을 유발한다. 힘들게 잡동사니로 날붙이를 만들고 최종 보스를 제압하고 나서, 내 캐릭터 전술조끼에 장착된 나이프를 컷씬에서 확인한 순간도 기억에 남는다. 개발진이 놓친 부분이겠지만 보스전 자체가 매우 힘들고 부조리하게 느껴졌기에 아쉬움은 더욱 크게 남는다. 

이외에도 다수의 대사를 원문과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한 한글 자막과 마지막 저격에서 머리를 아무리 노려도 버그 때문에 쓰러지지 않는 타겟, 원인을 알 수 없이 게임이 튕기고 서버 접속이 되지 않아 메인 메뉴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에러까지. 수정이 시급한 오류들을 플레이 도중 수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 최신작으로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만한 부분은 분명하다. 그래픽과 사운드, 연출 등은 콜 오브 듀티와 팬들을 존중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예우라 생각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특히 최근 싱글 플레이 콘텐츠에 이정도의 파급력을 몰고 오는 슈팅 게임은 콜 오브 듀티가 독보적이기에, 한 번쯤 플레이할 가치는 충분하다. 

다만 스토리 전개보다 새로운 변화와 플레이에 아쉬움을 느꼈던 부분이 크게 다가온다. 전작을 넘기 위한 여러 시도에도 불구하고 개발진의 의도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듯하다. 시리즈 팬 입장에서 기념비적인 대사로 마무리된 쿠키 영상의 여운이 다소 찝찝하게 남아 못내 아쉬울 뿐이다.

송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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