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재미, 독특함, 전략성, 그리고 높은 접근성까지

[게임플] 게임의 가치는 재미에서 정해진다. 그 점에서 숨막히도록 훌륭한 게임이다.

9월 9일 출시한 '스플래툰3'가 콘솔 게이머들 사이에서 최고의 화제작으로 자리잡았다. 일본에서만 출시 사흘 만에 판매량 345만 장을 돌파했다. 일본 게임 역사상 신기록이다.

열풍 조짐은 전 세계에서 관측된다. 출시와 동시에 지금까지 세계 각국의 대형 유튜버 및 스트리머들이 다양한 언어로 스플래툰3 콘텐츠를 송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시리즈 최초로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면서 팬층을 급격하게 불려나가고 있다.

스플래툰은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비운의 게임이었다. 해외에서는 2편 흥행을 바탕으로 뜨거운 대중적 인지도를 보유한 지 오래다. 반면 한국은 언어 미지원으로 비해 소수의 마니아를 제외하면 손이 닿지 않았다. 해외 흥행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원산지 일본에서는 '신흥 국민게임'으로 꼽힐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스플래툰2' 이후 연령과 세대를 초월하는 멀티플레이 게임으로 자리잡은 것. 이번에 '동물의 숲', '포켓몬스터' 등의 초대형 IP를 넘어서는 초기 판매량을 보이면서 그 자리를 완벽히 굳힌 듯하다.

스플래툰의 매력은 3인칭 슈팅과 '잉크'의 조합이다. 총을 비롯한 여러 무기는 적을 공격하는 데만 쓰는 것이 아니다. 바닥을 우리 팀의 잉크로 칠해나가고, 상대 잉크는 우리의 색으로 덧씌운다. 영역 배틀은 잉크 색칠만으로도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

색칠한 영역은 전술적으로도 점령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잉크 속으로 숨어서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아군 잉크 속에서만 무기 잉크 채우기(재장전)가 가능하다. 이로 인해 전략적으로 MOBA(AOS) 장르와 유사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시스템은, 스플래툰이 나올 때부터 신선하고 강렬한 즐거움을 줬다. 조작 자체가 재미있다. 색칠이나 적 공격에서 다른 게임과 비교 불가능한 타격감이 있다. 닌텐도 스위치 자이로를 통한 에임조정 사격도 직관적으로 어울리는 게임이다.

무기를 바꾸면 플레이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도 또다른 재미다. 일반 총이나 저격총, 샷건 종류 말고도 이게 무기가 맞나 싶을 만큼 수많은 종류가 있다. 롤러나 붓을 들고 널찍하게 칠하고 다니다가 은신 암살을 노릴 수도 있고, '세탁기'로 불리는 스크루 슬로셔를 들고 아래에서 위로 강력한 공격을 퍼올리기도 한다.

카오폴리스 매치는 다른 게임의 랭크 게임과 같은 모드다. 승리해서 티어를 올리고, 영역 배틀과 다른 조건으로 승패를 가린다. 타워를 상대 방향으로 운반해야 이기는 랭크 타워가 대표적이다. 그만큼 색칠보다 전투 능력이 중요해진다.

하지만 '고인물'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초보 유저의 적응도 빠르다. 레귤러 매치에서 색칠만으로 팀에 기여할 수 있고, 싱글 콘텐츠인 히어로 모드의 완성도 역시 높다. PvE 협력이 가능한 새먼 런은 또 그 나름대로의 접근성과 재미가 있다.

굳이 랭크에 매몰되지 않더라도 가격 이상의 즐거움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정말로 숙련자를 상대로 살아남을 수가 없는 게임이라면 일본 국민게임이 될 리가 없었을 것이다. 물론, 실력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것을 즐길 수 있기도 하다.

스플래툰3는 24일 첫 페스티벌이 열렸다. 사전에 적당하게 의견이 갈릴 만한 질문을 던져서 투표를 실시하고, 각자 선택한 답에 따라 팀이 정해진다. 기간 동안 그 팀으로 고정되어 영역 배틀을 펼친 뒤 결과에 따라 보상을 얻게 된다.

전작과 가장 다른 점은 두 팀의 대결에서 3파전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3개 색이 동시에 맞붙는 트리컬러 배틀이 종종 등장하기도 했다. 중간 발표 1위팀이 4명으로 수비팀을, 나머지 팀이 각각 2명씩 공격을 맡는다. 조금 어지럽기도 했지만, 게임 종료를 앞두고 색깔이 덮고 덮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페스 동안 카오폴리스 타운에서는 한밤중의 축제가 벌어졌다. 더욱 풍성해지고 아기자기한 게임의 진화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돌아온 오징어들이 한국 시장도 흥행 잉크로 뒤덮을 수 있을까. 지금 입소문이라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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