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2D로 완성한 입체감, 손에 달라붙는 액션감... 남은 과제는 '디테일'

[게임플] 미소녀 게임은 많고 많다. 그중에서도 시프트업은 언제나 눈에 띄었다.

시프트업 신작 수집형 TPS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가 레벨 인피니트 퍼블리싱을 통해 CBT를 시작했다. '데스티니 차일드'로 서브컬처의 한 획을 그었던 시프트업은 지난 지스타 2021에서 '니케' 실제 플레이를 처음 공개하며 단박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니케'는 먼 미래를 배경으로 ‘랩쳐’에 패배한 인류가 지하에 새 터전을 잡게 되고, ‘랩쳐’에 맞서기 위해 모든 인류의 기술을 총 집약해 니케라는 병기를 제작하는 세계관을 담았다. 유저는 지휘관 역할을 맡아 인류 최후의 희망인 니케들을 이끌고 지상을 탈환하기 위한 전투에 참여하게 된다.

CBT는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실시되고 있다. 기존 시연 버전에서 캐릭터 10종과 신규 콘텐츠가 추가됐다. 가상 공간에서 버프를 선택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시뮬레이션 룸, 일정 시간 동안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요격전이 대표적이다.

CBT 버전인데도 불구하고, 출시 빌드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만큼 게임 퀄리티와 콘텐츠 구조가 완성된 상태다. 총 12개 지역이 열린 메인 미션만 해도 매일 많은 시간을 플레이해야 다다를 수 있는 분량이었다. 정식 출시가 머지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니케'는 인게임에서 독특한 캐릭터 표현 기법으로 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전투에 입장할 때 SD나 3D 모델링을 따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 등신대를 계속 유지한 채 모두 라이브 2D를 새로 그려내는 장인 정신을 발휘했기 때문.

조금만 어긋나도 매우 어색해질 위험이 존재하지만, '니케' 전투에서 2D 아트의 결합은 놀라울 정도의 입체감을 보여준다. 캐릭터, 거리별 몬스터, 폭발에 변화하는 배경까지 모든 상호작용이 구간별로 벌어지며 위화감 없는 건슈팅 연출이 완성된다.

과거 짧은 시연에서는 느끼지 못한 점인데, 긴 시간 플레이해도 유저 피로가 적은 점도 뜻밖의 장점이었다.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가벼운 원 핸드 드래그만으로 에임이 감각적으로 움직이며, 슈팅 특유의 타격감도 강렬하게 시각화 및 청각화됐다.

시간 제약 없이 느긋하게 플레이가 가능해지면서 미션 속 탐험의 재미도 살아났다. 메인 미션을 클리어하면 인게임 '블라블라' 메신저에서 여러 NPC들이 의뢰를 전달한다. 자연스럽게 메인 및 서브 미션이 겹쳐지고, 실제 맵을 돌아다니면서 임무를 클리어하는 게임 본연의 탐험이 존재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실물 줍기도 '깨알' 재미다.

핵심 전투원이자 수집원인 니케들은 비교적 간편한 방법으로 얻을 수 있다. 정식 출시 버전에서 까다롭게 바뀔 가능성도 있지만, 기본적인 구조를 살펴볼 때 캐릭터 획득이 어려울 가능성은 낮다.

SSR 니케가 확정 등장하는 천장 컷도 낮은 편이며, 픽업 위시리스트를 직접 설정해 원하는 캐릭터를 더 편하게 가져올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인 시스템이다. 뽑기가 존재하되 캐릭터 획득에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신규 니케들은 각기 개성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볼륨이나 브리드처럼 김형태 사단의 명성 그대로 파격적인 노출과 몸매로 모두를 충격에 빠뜨린 캐릭터도 있는 한편, 폴리나 솔린처럼 별다른 노출 없어도 눈에 확 들어올 만큼 매력적인 디자인을 자랑하는 캐릭터도 보인다. 특히 솔린의 쌍권총 재장전 모션은 감동적일 만큼 멋있다.

게임 세계관은 꿈도 희망도 없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다. 극소수만 남은 인간들끼리의 대화에서도 생존을 위한 암울함이 느껴지며, 니케 역시 탄생 배경부터 철저한 전투 기계다. 하지만 지휘관(유저)과 니케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마냥 어두운 것뿐만은 아니다.

각자 강렬하게 빛나는 캐릭터성과 가벼운 일상 이야기가 어우러지면서 즐거운 웃음이 지어지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특히 극초반 등장하는 아니스, 튜토리얼이 끝나고 합류한 네온의 유머 듀오가 분위기를 완화시키는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정식 출시 시점까지 다듬어야 할 요소는 밸런스다. 특히 각자 장단점을 발휘해야 할 무기의 정비가 필요하다. 샷건은 상성과 조건을 크게 따지지 않고 강력한 활약을 펼친다. 반면 개틀링 같은 무기는 초반 플레이만으로는 존재 의미를 찾지 못했다. 

속성별 상성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만, 니케 역할군은 모호한 지점이 있다. 현재 게임 시스템에서 방어형 니케는 설 자리가 마땅치 않다. 특별히 단단한 것도 아니고, 시간 제한이 있는 스테이지에서는 공격과 버퍼 위주 편성이 언제나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콘텐츠별 게임성에 대한 고민은 필요할 것이다. 지금 버전의 게임 방식만 반복될 경우 콘텐츠가 획일화될 위험이 존재한다. 다양한 기믹과 연출, 새로운 스토리텔링 접근 등이 이루어져야 오래 재미있는 게임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디테일만 잘 잡아나간다면, '니케'는 구조적으로 건강한 게임이다. 수집형 게임들 상당수가 스킨을 팔지만, 그중에서도 스킨을 통해 게임사와 유저가 함께 만족할 만한 BM을 구성하기 쉬운 게임이다. 앞모습과 옆모습, 뒷모습에 따라 수많은 유저 수요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능에 관여하지 않아도 구매 수요가 확보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건강한 운영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니케'는 확률형 아이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시스템 보완책을 다수 마련했기 때문에 더욱 기대가 된다. '니케'가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이 될 수 있을까. 최종 결과물 확인까지는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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