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채굴 방식 전환, 가상화폐 시세 하락으로 인한 수요 감소가 주 원인

[게임플] 긴 시간 얼어붙었던 그래픽카드 시세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하락세가 감지된 시기는 올해 1월이다. 미국 IT 매체 톰스하드웨어에 따르면, RTX 3080 기준 그래픽카드 시세는 전월 대비 10% 이상 내렸다. 이런 추세는 석 달 연속 이어지면서 3월에도 평균 8% 가량 떨어지는 현상이 계속됐다.

국내 시세 역시 급감했다. 작년 300만원 가까이 기불해야 했던 RTX 3080 가격은 현재 140만원 안팎을 형성하고 있다. 보급형 모델인 RTX 3060은 지난해 130만원대에서 절반 넘게 떨어진 60만원대로 내려왔다.

이더리움 최근 시세
이더리움 최근 시세

그래픽카드 시세는 2021년 상반기 급등을 시작했다. 원인은 그래픽카드 채굴의 중심이 되는 가상화폐 이더리움의 시세 폭등이었다. 2020년 60만원대에 정체되어 있던 이더리움 시세는 다음 해에 접어들면서 비트코인과 함께 끝없는 오름세를 보였고, 2021년 5월경 500만원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채굴 열풍이 다시 몰아닥친 결과가 최고 사양 그래픽카드 품귀 현상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PC와 노트북 수요는 급증하고 부품 수급은 어려워지는 악재까지 겹쳤다.

가상화폐 폭등은 게이머들에게 '날벼락'으로 다가왔다. 최신 대작 게임을 즐기는 데에 높은 수준의 그래픽카드가 필수인 만큼, 게이밍 PC를 새로 장만하기 위한 비용이 함께 폭등한 것. 가상화폐를 구매하지 않는 이들의 불만도 동시에 올랐다.

그래픽카드 품귀 현상은 약 1년 가량 지속됐다. 이런 대란으로 인해, 2020년 말 출시된 '사이버펑크 2077'이 초창기 악평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의 지갑을 지켜준 고마운 게임"이라는 등 농담에 가까운 찬사를 듣기도 했다.

그래픽카드 가격 안정화가 시작된 계기는 이더리움 시세 하락, 신제품 출시 발표와 얽혀 있다.

이더리움은 작년 11월 580만원 선으로 정점에 오른 뒤 내리막길을 걸었다. 또한 엔비디아와 AMD가 일제히 차세대 그래픽카드 시리즈를 올해 출시한다고 밝히면서 수요가 분산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근본적으로 작용한 원인은 이더리움 채굴방식 전환에 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이더리움재단이 채굴 방식을 지분증명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그동안 GPU 연산능력을 사용하던 작업증명 방식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며 "다른 가상화폐들도 비용 대비 채굴 매력이 크지 않아 GPU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래픽카드 가격이 안정화 흐름으로 돌아서면서, 조립 PC 견적과 차후 시세 전망을 묻는 이용자 문의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헤일로 인피니트'와 '엘든 링' 등 고사양 대작 게임들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게이머들의 한이 풀릴 것인지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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