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전쟁의 실상을, 게임 커뮤니티는 숨겨진 목소리를 담는다

[게임플] "전쟁 정말 싫다, 우리 삶의 질은 추락했어"

엠게임이 서비스하는 '나이트 온라인'이라는 게임이 있다. 국내 인지도는 낮지만, 해외에서 생각보다 높은 인기로 장수하는 MMORPG다. 특히 터키를 중심으로 동유럽 지역 흥행이 뜨겁다.

그 나이트 온라인에서 러시아 유저들과의 대화를 전해받을 수 있었다. 한창 세계적으로 뜨거운 비극에 관한 이야기였다. 러시아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주요 거점을 공습하고 장악했다. 민간 시설을 향한 폭격까지 벌어졌다.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으로 인한 분쟁에서 세력권 평화를 유지한다는, 정당성이 떨어지는 명분이었다. 

반전 시위를 하는 자국민들이 체포되는 일까지 벌어지자, 러시아 유저들은 인터넷과 게임 속 공간에서 의사를 표출할 수밖에 없었다. 국가가 일으킨 전쟁이지만 국민들의 생각은 같지 않았다. "내 나라가 부끄럽다"는 말도 서슴치 않고 나왔다. 

한 유저는 "친척 중 반 정도가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다"면서 걱정의 뜻을 밝혔고, 또다른 유저는 "푸틴은 자기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전쟁을 일으킨다"면서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현실에서 차마 꺼내기 어려운 의견이었다.

러시아 유저들이 가장 문제 삼은 부분은 자국 내 삶의 질이었다. 경제가 상당 부분 붕괴했고, 이로 인한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군사 행동이 이어지면서 악순환에 빠졌다는 것. 전쟁으로 사람들의 행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지만, 국제정세라는 큰 이름에 항상 묻히곤 한다.

혹자는 게임에 빠지면 그 속의 폭력성을 배운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이머는 전쟁과 폭력에 고개를 젓는다. 게임 역시 전쟁을 옹호하거나 찬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게임의 특징인 경험을 이용해 전쟁의 끔찍함을 이야기하곤 한다.

'디스 워 오브 마인'은 가장 강력한 예시다. 전쟁 속 소시민들의 생존기를 다룬 싱글 서바이벌 게임으로, 타임지 선정 2014년 베스트 게임에 선정됐다. 극한 상황 속에서 가치관을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 전쟁의 참상과 무의미함을 표현한 게임성은 유저와 평단의 극찬을 한 몸에 받았다.

폴란드 개발사 11비트 스튜디오는 군사 행동을 일으킨 러시아를 직접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한편, 7일 동안 디스 워 오브 마인 관련 모든 판매수익을 우크라이나 적십자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게임 할인도 실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게임사들의 보이지 않는 싸움도 계속된다. '스토커' 시리즈 차기작을 개발 중인 GSC 게임월드는 SNS로 "우리 군대와 우크라이나를 향한 우리 믿음은 항상 굳건하다"면서 게임 관련 모든 동료들에게 공유를 부탁하며 우크라이나군 지원 페이지를 링크했다. 

또한 "고통, 죽음, 전쟁, 공포, 그리고 비인간적 잔인함 속에서 늘 그래왔듯 우크라이나는 굽히지 않고 이겨낼 것"이라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GSC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 자리잡은 개발사이며, 스토커는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체르노빌를 배경으로 한 호러 FPS 시리즈다.

경험은 게임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이를 통해 다른 매체에서 온전히 구현하기 힘든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전달할 수도 있다. 전쟁을 간접 체험하면서 몰입감 높은 서사를 제공하고, 선택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각을 유도하기도 한다.

문화 콘텐츠가 그렇듯, 게임 역시 사회적인 화두를 만들고 퍼트릴 수 있다. 게임 커뮤니티는 목소리가 틀어막힌 곳에서 또다른 의견 표현의 장이 된다. 또다시 승자가 없는 전쟁이 시작되는 세계에서, 게임이 전할 수 있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지켜보고 싶다. '디스 워 오브 마인' 속 현실이 다시는 재현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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