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클라우드 서버를 보유한 구글, 애플이 발을 들이지 않은 게임 시장을 장악해 '메타버스 세계' 구현하기 위한 목적 보여

기사 요약

- 지난 19일 마이크로소프트가 687억 달러(한화 기준 약 82조 원)에 글로벌 유명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PC, 모바일, 콘솔 등 각종 플랫폼 게임 서비스에서 독보적인 노하우를 가진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과 같은 가상 세계를 꿈꾸는 MS에게 큰 도움이 될 거란 판단이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입장에서도 지난해 불거진 사내 성폭력 문화 논란을 털어내고 게임 시장에서의 아쉬운 평가를 전환하기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양사의 시너지가 시장에서 어떤 효과를 발휘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게임플] 지난 19일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글로벌 대표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전격 인수했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오버워치 등 다양한 IP로, 액티비전은 콜 오브 듀티 시리즈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게이머들 사이에서 높은 인지도를 보유한 게임사 중 하나다.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 소식에 따르면 MS의 블리자드 인수가는 687억 달러, 한화로 약 82조 원이다.

거래는 지난 14일 주가(65.39달러)에서 45% 프리미엄을 붙여 주당 95달러에 전액 현금 지불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인수는 MS의 46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이자, 더 나아가 엔비디아의 ARM 인수금액(400억 달러), 디스커버리와 워너브라더스 합병 금액(430억 달러)을 훌쩍 뛰어넘은 사상 최대 규모의 빅딜이다.

MS는 지난 2016년 링크드인을 262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IT업계를 놀라게 한 바 있는데, 당시 인수가보다 3배에 달하는 금액을 쏟아부은 만큼 블리자드 인수 이유에 대해 전 세계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이 주목되고 있다.

"MS의 블리자드 인수 목적은?"

MS가 블리자드를 인수한 대표적 이유로는 아직 구글과 애플이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은 게임 시장을 장악해 '메타버스' 주도권 경쟁에 본격 가세하기 위한 발판 마련이란 분석이 나온다.

메타버스란,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 세계를 일컫는 말로 1992년 미국 SF 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최초로 등장한 개념이다.

닐 스티븐슨은 메타버스를 가상 세계라고 명시했지만, 현실 속에서 가상세계와 가장 가까우면서 밀접한 공간이 게임이기에 현실적으로 메타버스와 게임 산업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었다.

세기의 빅딜로 전 세계를 놀라게 만들긴 했지만 MS가 게임사들을 인수하는 사례는 2010년대부터 게임을 차세대 먹거리로 삼으면서 꾸준히 이어져 왔다.

간단히 알아보면 MS는 2014년 '마인크래프트' 개발사인 스웨덴 모장을 25억 달러에, 지난해 '엘더스크롤' 등을 보유한 베데스다의 모기업 제니맥스미디어를 75억 달러에 각각 인수했다.

또한, MS는 차세대 플랫폼 인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지난해 게이머들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인 '디스코드'의 인수를 검토했고 차세대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의 인수 역시 추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이미 빅테크 경쟁사인 구글, 애플, 메타 등은 메타버스 전환 사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은 시총 2위인 MS가 넘어야 하는 산이다.

컴퓨터 운영 인프라인 '윈도우즈'를 성공시킨 이후 MS는 클라우드 서버 개발에 집중했지만, 구글과 애플의 대중화 전략에 패배했다.

이 구도를 반전시키려면 아직 각 기업들이 발을 들이지 않은 게임 시장을 확실하게 장악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으로 보여진다.

MS 측은 성명을 통해 “이번 인수로 모바일과 PC, 콘솔 등에 걸쳐 MS의 게임 사업 성장을 가속화 할 것”이라며 “메타버스의 토대를 쌓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해서 사티아 나델라 MS CEO 또한 “게임은 오늘날 모든 플랫폼에 걸쳐 가장 역동적이고 신나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왜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선택했을까?"

이번 M&A가 마무리되면 MS는 매출 기준 텐센트와 소니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의 게임사가 된다. 

텐센트는 전 세계 최고의 흥행세를 자랑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각종 모바일 게임이 대표적이며,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을 앞세워 글로벌 콘솔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를 포함한 세계 최고 인기를 누리는 IP를 보유한 게임사다. MS가 이미 보유한 마인트래프트, 엘더스크롤 등까지 포함하면 리그 오브 레전드에 국한된 텐센트와는 다르게 전반적인 PC 플랫폼 게임 IP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

모바일 플랫폼으로는 킹닷컴의 글로벌 인기 IP '캔디 크래쉬'가 가진 서비스 노하우를 이용해 확장해 나갈 거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블리자드가 준비 중인 모바일 게임 '디아블로: 이모탈'이 MS 모바일 플랫폼 게임 인지도 확대의 첫 걸음이 아닐까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지난해 테크니컬 알파 테스트와 비공개 베타 테스트에서 IP 특유의 분위기와 게임성을 잘 살리면서 유저 친화적 과금 모델을 통해 과금에 대한 부담감을 크게 줄여 게이머들에게 호평을 받은 상황이다.

콘솔 서비스로는 자사가 이미 XBOX 기기를 보유하고 있다. XBOX의 가장 큰 고민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하 PS)이 주요 IP의 판권을 장악하는 바람에 인지도 높은 타이틀을 상대적으로 선보이지 못하는 것이었다.

물론, 과거에는 XBOX 기기가 PS 기기에 비해 사양에서도 크게 뒤떨어진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XBOX SERIES X(이하 XSX)부터 PS5와의 성능 격차가 크게 줄어들면서 제공하는 독점작 종류와 인지도가 XBOX와 PS 차이의 전부다.

소니는 일반적으로 주요 타이틀을 약 1년 정도 PS에 독점한 이후 PC(스팀 플랫폼)을 비롯한 다른 플랫폼으로의 유통을 허가한다. 이것이 소니가 콘솔 게임 시장을 장악한 방식이며 소니와 함께 콘솔 플랫폼을 대표하는 닌텐도도 마찬가지다.

MS의 블리자드 인수 소식으로 소니는 해당 규정을 더욱더 굳건하게 지킬 가능성이 높다. MS 입장에선 소니가 장악한 타이틀 외에 다른 독점작을 쌓아나가야 할 상황이고 블리자드의 대표 IP들이라면 대항마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블리자드가 개발 중인 '디아블로4'와 '오버워치2'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기대감을 지닌 신작 타이틀이다.

만약 멀티 플랫폼으로 지원하는 해당 게임들이 콘솔 버전으로 XBOX만 지원한다면 초반에는 파장이 있을 테지만, 현재 PS4 → PS5, XBOX One → XSX의 전환기인 만큼 충분히 XSX를 고려하는 게이머 수가 급등할 것이다.

즉, 이번 블리자드 인수를 통해 MS는 모바일, PC, 콘솔, 클라우드 등에 걸친 시너지를 앞세워 게임 사업 확장의 추진력이 붙을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관련해서 필 스펜서 MS 게임사업부문 CEO는 "XBOX와 PC를 통해 가능한 많은 블리자드의 게임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블리자드의 의도는?"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 목적은 자사의 클라우드 서버 'AZURE'와 VR·AR 기기 '홀로렌즈'를 게임과 융합시킨 메타버스 세계 구현이라고 윤곽이 잡힌다면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MS에 합류한 의도에 대해선 명확하게 알려진 바 없다.

여러 추측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2021년 불거진 사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고 자사의 이미지를 전환하려는 의도가 가장 현실적이다.

2021년 6월 캘리포니아주 공정고용주택국(이하 DFEH)이 블리자드를 사내 성차별, 성폭력 문화 방치, 조장 혐의로 고소하면서 폭로는 시작됐다.

남성 직원들이 여성 직원들을 소외시키고 괴롭히는 문화가 오랜 기간 만연했고 액티비전 블리자드 바비 코틱 CEO를 포함한 윗선들은 이를 인지했으면서도 묵살·방관했다는 것이 고소의 주된 내용이다.

액티비전 산하 슬레지해머 스튜디오 여성 직원이 상사에게 여러 차례 성폭행 피해를 본 사실을 은폐한 끝에 법원 밖 합의로 무마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바비 코틱 CEO는 직원과 주주들의 전방위적 사퇴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최근 주가가 급락했고 핵심 개발자 30여명이 퇴사, 40여명이 중징계를 받으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폭로 이후 짐 라이언 PS 대표, 더그 바우저 닌텐도 아메리카 대표, 심지어 이번 계약 당사자인 필 스펜서 MS 게임사업 총괄 부사장까지 ;관계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각자 직원들에 보낸 내부 서신에서 액티비전의 상황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액티비전 블리자드와의 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발언했다.

MS의 인수 소식으로 주가가 급등한 만큼 도덕성 이슈에 막대한 책임을 안고 있는 바비 코틱 CEO는 위기를 면피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업계에서는 바비 코틱 CEO의 거취에 시선이 쏠렸다. 많은 이들이 바비 코틱 CEO가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작별할 거라 예상했지만, MS는 이번 인수합병 공식 발표에서 "바비 코틱 CEO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CEO로 계속 활동할 것이다"며 "거래가 완료되면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사업은 필 스펜서 마이크로소프트 게이밍 CEO에게 보고되고 거래는 2023년 회계연도(6월 30일)에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고 전했다.

이에 따라 MS가 앞으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사내 문화 이슈를 묵인하지 않고 교정에 적극 관여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집중된 상황.

관련해서 바비 코틱 액티비전 블리자드 CEO는 지난 18일 컨퍼런스콜에서 "MS가 인수합병과 관련된 연락을 먼저 취했고 이사회는 인수합병이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지속적인 성공을 보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만장일치로 동의했다"며 "필 스펜서와 나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인 만큼 향후 흥미진진한 미래가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성폭력 문화 논란이 없었어도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상황은 긍정적이라 볼 수 없었다. 다행히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 대흥행을 이뤄내면서 큰 위기는 피할 수 있었지만,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와 콜 오브 듀티: 뱅가드의 흥행 실패 그리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스토리 이슈로 인한 대규모 유저 이탈 사건으로 "세계 최고의 게임사 블리자드도 옛 말이다"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다만, 지지층이 두텁게 형성된 만큼 앞서 언급한 디아블로: 이모탈, 디아블로4, 오버워치2 등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 개발 과정을 전하는 블로그에서도 혼돈의 도가니가 엿보이는 만큼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중심을 잡아 함께 세계 최고 게임사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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