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적인 면은 거의 동일. 이를 타개할 대책 여부가 중요

[게임플]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Xbox360용 동작인식 주변기기 키넥트를 처음 선보였던 당시 유저들이 받은 충격은 대단했다. 닌텐도 Wii로 동작인식 게이밍이라는 개념이 어느 정도 유저들의 머리 속에 자리를 잡은 상황이었음에도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키넥트는 자이로 센서를 활용한 기존의 동작인식 주변기기가 아닌 유저의 몸동작 자체를 신호로 받아들여서 이를 게임 조작에 적용시킨 도구였다. 손에 뭔가를 쥐지 않고 그냥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기만 해도 그 몸동작이 정확히 게임에 반영되는 것은 영화에서나 보던 '신세계' 그 자체였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키넥트는 시장에서 외면받은 기기다. 동작인식 기능을 눈여겨 본 콘텐츠 개발자들이 이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 눈독을 들였던 것이 그나마 긍정적인 반응이다. 

성능이 극적으로 강화된 키넥트 2.0이 출시된 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몸과 팔다리의 움직임은 물론 손가락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인식하며, 피부 색을 확인해서 체온을 감지하는가 하면 유저의 표정까지 파악하는 키넥트 2.0의 기능에 사람들은 탄성을 냈지만, 판매가 촉진되지는 않았다.

빼어난 성능과는 별개로 콘텐츠 부족으로 외면받은 키넥트가 그 와중에 가능성을 보인 부분은 '홈 트레이닝' 분야였다. 키넥트 초기 론칭 타이틀이었던 '유어 쉐이프: 피트니스 이볼브드'와 유명 스포츠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개발된 '나이키+키넥트 트레이닝'은 키넥트의 기능을 십분 발휘해 제대로 된 운동효과를 이끌어냈다.

원래 해야 할 동작보다 팔이 어느 정도 쳐졌는지, 무릎이 어느 정도 벌어지고 굽혀졌는지를 모두 인식해서 지속적으로 게임 내 음성으로 자세를 지적하고 유저는 이를 듣고 보다 정확한 자세로 운동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키넥트를 활용한 홈 트레이닝 소프트웨어의 장점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키넥트의 수명을 연장시키지는 못 했다. 지난 1월 3일. 마이크로소프트는 키넥트 어댑터의 생산을 중단했다. Xbox One과 Xbox One X에 키넥트를 연결할 수 있는 단자가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사실상 키넥트를 더 이상 이어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10월에 키넥트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지난 2월 7일 실시한 미디어 간담회에서 카카오 VX를 활용한 '홈트' 서비스를 공개했다. 홈 트레이닝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카카오의 '홈트'는 집에서 혼자 운동하는 이들을 위한 서비스다. 무릎의 굽힘 정도나 허리의 각도를 파악해서 정확한 자세를 설명하고, 사용자의 심장박동수를 파악해서 운동 강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갖췄다는 것이 당시 카카오 측이 설명한 '홈트'의 특징이다.

카카오의 설명대로라면 '홈트'는 과거 키넥트로 출시된 홈 트레이닝 소프트웨어와 기능적인 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서비스다. 타겟 유저층과 기능면에서 일치한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둘은 닮아있다.

문제는 동작인식 기기를 활용한 홈 트레이닝 서비스는 이미 키넥트의 사례를 통해 한계가 드러난 시장이라는 점이다. '홈트'의 기능이 훌륭하기는 하지만, 키넥트가 선보였던 기능과 크게 다른 점이 없는 상황이라면 시장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또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 비슷한 기능으로 같은 시장에 뛰어든다면, 실폐사례를 답습하게 될 여지가 크다.

카카오 측은 당시 간담회에서 키넥트와 '홈트'의 차이점으로 접근성을 꼽았다. 콘솔을 켜고 DVD를 넣고 작동해야 하는 키넥트와는 달리 '홈트'는 항상 켜져있는 카카오 미니를 활용하게 되므로 좀 더 빠르게 구동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키넥트 역시 영어로 언어가 제한되어 있긴 하지만 음성명령으로 콘솔의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는 것은 물론 소프트웨어 구동도 할 수 있었다. 당시 카카오 측의 설명만으로는 키넥트와 홈트의 차이가 드러나지 않으며, 오히려 키넥트의 기능적인 면과 이미 존재했던 시장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풀이까지 가능하다.

결국 '홈트'의 성공은 기능적인 면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 측면에서 풀어가야 한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과연 카카오 '홈트'는 MS의 키넥트와 다른 길을 갈 수 있을까? 이를 위해 카카오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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