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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 '빠른 세상 속 느린 게임'이 추구하는 역설의 미학재미만 있다면 번거로움은 얼마든지 감수하는 것이 게이머
정진성 기자 | 승인 2018.01.11 13:17

[게임플] 요즘 세상은 빠르게 돌아간다. 새해를 맞이한 것이 얼마 안 된 일 같은데, 그것도 벌써 열흘이 훌쩍 지난 일이다. 세상살이가 변하는 속도에 맞춰 모든 것이 빠르게 흐르는 세상 속에서 모바일게임 시장은 그런 트랜드에 충실하게 부합하며 성장했다.

지하철, 버스 몇 정거장을 지나기도 전에 한 판이 끝나는 게임들이 생겼고, 굳이 보고 있지 않아도 게임 속 캐릭터들은 알아서 척척 자기 맡은 바 할 일을 해나간다. 이러한 게임들은 바쁜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최적화’된 게임이다. 바쁜 일상에 PC 게임을 즐기기 힘든 사람, 게임을 잘 모르거나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얼마든지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이렇게 속도에 최적화된 세상에 도전장을 내미는 게임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더 이상 지켜보기만 하는 게임이 아닌 직접 플레이 하게끔 유도하는 게임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이른바 ‘착한 게임’으로 성공을 거뒀던 ‘소녀 전선’이나 ‘붕괴3rd’가 그러했고, 곧 출시할 기대작 ‘야생의 땅: 듀랑고(이하 듀랑고)’가 대표적인 경우다.

‘소녀 전선’이나 ‘붕괴3rd’는 흔히 BM(Business Model)이라 하는 과금 모델이 게임의 진행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게 구성되어 있다. 이런 요소 덕분에 이 게임들은 유저들에게 ‘착한 게임’이라 불리며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단지 돈을 덜 쓰게 만들었다고 해서 이 게임들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이들 게임의 성공은 유저가 직접 플레이하고 컨트롤하도록 만드는 ‘게임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소녀 전선’의 경우 자동전투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되려 자동전투가 직접 플레이 하는 것보다 시간적으로도 오래 걸리고 효율도 낮았기에 부수적인 파밍 시스템으로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붕괴3rd'는 간단한 조작, 액션을 강조하면서도 자신과 적의 위치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인성을 강조해 직접 캐릭터를 움직이는 것이 불편하지 않도록 개발된 게임이다.

듀랑고는 샌드박스형 오픈월드를 지향하는 넥슨의 차기 모바일 게임으로, 2015년 지스타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올해 1월 25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듀랑고의 게임 진행은 자동전투로 가만히 ‘방치’ 해두는 게 아닌, 직접 채집을 하고 사냥을 하며 필요한 도구를 만들거나 집을 짓는 등 여러 직접적인 플레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얼핏 봐도 엄청나게 번거로운 게임이다. 퀘스트만 클릭하면 혼자서 척척 해내는 현 모바일 게임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러한 듀랑고가 벌써 사전예약 160만을 돌파했다. 어째서 이런 ‘번거로운’ 게임에 사람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일까?

‘템포 바이러스’라는 말이 있다. ‘템포 바이러스’는 빠름만을 추구하던 인간이 어느샌가 그 속도에 지배당해, 어째서 빠르게 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속도만을 추구하는 현상을 말한다. 현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우리들도 이런 ‘템포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즐기기 위해 시작한 게임이 되려 게임을 플레이 ‘시켜’주기 위해 혹여 배터리가 다 닳아버릴까 전전긍긍하게 만들고, 게임의 즐거움보다는 빠른 클리어와 캐릭터의 ‘강함’을 우선시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이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개발사들이 성공적으로 타깃을 설정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이렇게 ‘속도와 편의성’을 강조하는 게임에 조금은 지친 이들도 적지 않다.

'직접 즐기는 게임'이 늘어난다는 것은 걸어 다니면서 하는 게임이 아닌 앉아서 즐기는 게임, 직접 손맛을 느끼고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을 원하는 이들의 니즈가 시장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편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 해도, 결국 게임이 갖춰야 할 것은 ‘재미’다. 이와 같은 게임이 그저 시선만 끌고 말지, 재미로 이어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빠름'이 강조된 현 게임 시장에서 과연 듀랑고처럼 ‘느림의 미학'을 강조하는 게임들이 이 재미와 함께 성공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 시장은 또 다른 흐름을 맞이하게 될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정진성 기자  js4210@gamep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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