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짧다'는 인식 개선과 함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대에 따른 과금 모델 변화 일어나나

'뽑기'형 과금 모델은 최대한 배제하겠다고 밝힌 '검은사막 모바일'의 펄어비스 하석호 사업 PM

'확률형 아이템'을 주력 과금 모델로 삼고 있던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 새 바람이 불 조짐이 일고 있다. 1월 출시 예정인 모바일 신작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기반으로 하는 과금 모델을 직·간접적으로 비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과금 모델은 유저와 게임사 모두 가지고 있던 모바일 게임의 '수명이 짧다'라는 인식은 모바일 게임에서 짧은 기간에 수익을 최대한으로 얻어내기 위한 수단 중 하나였다. 하지만 최근 모바일 MMORPG 장르의 대두와 함께 모바일 게임도 장기간 동안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

1월 출시 예정작들이 '확률형 아이템' 일색인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과금 모델에 새 바람이 될 수 있을까.

■ 모바일 게임 과금 모델 변천사

모바일 게임의 과금 모델은 몇 가지 줄기를 거쳐 지금의 주요 형태로 자리잡았다.

스마트폰 이전인 피쳐폰 시절에는 모바일 게임을 통신사 마켓을 통해 일정 금액을 내고 유료로 다운로드 받아야 했다. 당시 출시된 모바일 게임들의 가격은 보통 2500~4000원 수준이었고, 게임을 구매하고 다운로드 받는데 필요한 패킷 비용을 따로 통신사에 내야 했지만 이것까지 합쳐도 보통 7000원을 넘지 않았다.

당시 인기 있었던 게임들이 게임빌의 '200X 프로야구'시리즈, 컴투스의 '미니게임천국'시리즈, 핸즈온모바일의 '영웅서기' 시리즈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바일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유료로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시간이 흐르고 기술발전이 이뤄지면서 스마트폰이 등장했고, 무료 다운로드 게임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무료 플레이, 유료 아이템 구매라는 부분 유료화 모델이 모바일 게임들의 주력 과금 모델이 됐다. PC 온라인 게임의 주력 모델이기도 했던 부분유료화가 모바일 게임에서도 주력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당시 부분 유료화 모델을 채택했던 PC 온라인 게임들은 보통 캐릭터 치장 아이템을 유료로 판매했는데, 그것은 모바일 게임의 부분 유료화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 처음 'SNG' 게임이라는 개념으로 흥행했던 컴투스의 '타이니팜'을 예로 들면,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인 농장을 가꾸는데는 과금이 필요하지 않지만 성장 과정을 빠르게 하거나 특별한 치장 아이템에는 과금 요소가 포함됐다. 사실 이마저도 시간을 오래 들인다면 과금 없이도 가능했다.

이처럼 무료 플레이 게임들이 주로 출시되면서 향후 출시되는 게임들도 반강제적으로 부분 유료화라는 과금모델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유료 다운로드라는 고정 수익이 사라진 만큼 게임사들은 유료 아이템 판매를 통해 수익을 추구할 수 밖에 없었고, 이는 과금 유도로 이어졌다.

단순 치장 아이템에서 치장 아이템에 캐릭터 능력치를 부여하거나 아얘 성능이 좋은 장비 아이템을 유료로 판매하는 지금의 형태로 변천했다. 과금을 한 유저가 하지 않은 유저보다 앞서는 '페이투윈(Pay to win)' 형태가 된 것이다.

■ '확률형 아이템' 모델 자리잡다

국내 시장에서 '뽑기'를 처음 주력 과금 모델로 내세운 '확산성 밀리언 아서'

'페이투윈' 형태의 과금 모델이 좋다, 혹은 나쁘다라고 가치평가를 할 수는 없다. 게임사 또한 자선사업으로 게임을 출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익을 추구해야 하고, 성능이 좋은 아이템을 유료로 판매하는 것 또한 수익 추구의 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아이템을 정가에 판매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일명 '뽑기', '확률형 아이템'이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판도는 달라졌다. 10만 원을 구매해도 10만 원 어치만큼 강해질 수 없거나 그 이상 강해질 수도 있는 '확률형 아이템' 형태의 과금 모델은 유저들의 심리를 자극했고, 이는 곧 모바일 게임사들의 큰 수익으로 나타났다.

'확률형 아이템'을 주력 과금 모델로 삼고 있는 모바일 게임사들은 큰 돈을 벌기 시작했다. '리니지2 레볼루션'을 출시한 넷마블은 출시 한 달만에 매출 2,000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유저들의 피로감역시 지속해서 쌓여갔다. 결국 모바일 게임에 수 천만 원을 사용했다는 사례가 공중파 뉴스를 통해 방영되기 시작하면서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올해 국정감사장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확률형 아이템'을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게임사들도 이런 유저들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피로도를 확인했는지 곧 출시될 게임에 과금 유도를 낮추는 장치를 다수 장착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11월 말에 출시된 넥슨의 수집형 RPG '오버히트'는 '선별 소환'이라는 장치를 통해 '뽑기'로 등장한 캐릭터 중 원하는 캐릭터를 선별해서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장착하기도 했다.

모바일 게임에 '확률형 아이템'이 주력 모델로 자리잡았던 큰 이유는 모바일 게임의 수명이 짧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언제 게임의 수명이 다할지 모르기 때문에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과금 모델을 채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 '확률형 아이템' 주력 모델에서 바뀌나···1월 모바일 신작들에서 조짐 보여

'검은사막 모바일'

최근 출시를 앞둔 중견 이상 게임사들의 신작들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주력 과금 모델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1월에 출시될 게임빌의 '로열블러드'는 캐릭터 성장에 과금이 전혀 필요하지 않도록 하고 최고 성능의 장비를 유료로 판매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같은 1월 출시 예정인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 역시 과금 모델에 '확률형 아이템'을 최대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확률형 아이템'보다 이전 과금 모델인 편의성과 치장을 주요 과금 모델로 삼겠다는 것이다.

1월 출시 예정인 또 다른 게임인 넥슨의 '야생의땅: 듀랑고'도 비슷하다. 개발을 맡은 이은석 디렉터가 인터뷰를 통해 "캐릭터 성장에 맞춰 과금을 하는 흐름의 모델은 채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편의성에 먼저 과금 모델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 트렌드가 게임 수명이 긴 MMORPG로 바뀌고 대형 게임사의 게임들을 기준으로 장수에 성공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면서 이와 같은 인식이 줄고 모바일 게임도 장기간 꾸준히 즐기는 것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1월 출시 예정인 게임들이 기대되는 이유는 이런 인식의 변화와 함께 지금까지 흥행했던 모바일 게임들의 과금 모델과는 상반되는 과금 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 게임들이 준수한 흥행에 성공한다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과금 모델 변화 신호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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