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는 전쟁, 자연 재해, 전염병 등 거대한 재해 혹은 초자연적인 사건으로 문명과 인류가 멸망한 이후의 세계를 그린 종말물의 일종이다.

 

아포칼립스는 신약 성서의 일서 ‘요한의 묵시록’에서 유래된 말로 요한 계시록, 세계의 종말이라고 불린다. 여기에 ‘~후에’라는 뜻을 가진 포스트가 붙어 이 단어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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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재해 등으로 문명과 인류가 멸망한 이후의 세계를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우리말로 세기말이라고 표현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핵전쟁을 비롯해 외계생명체 침공, 무시무시한 전염병 창궐, 소행성 충돌 등으로 인해 황폐화된 지구에서 극소수만 살아남은 인류를 배경으로 한다.

 

이 같은 재앙으로 인해 시스템을 받쳐주던 국가가 붕괴되면서 연쇄적으로 법과 질서가 무너지고 폭력이 난무하는 파괴된 문명. 이런 재앙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의 이야기가 핵심이다. 


이런 특징으로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게임에서도 활용되는 사례가 많다. 이 세계관의게임은 몇 가지 공통 코드가 있는데, 그 중에서 핵심은 ‘생존’이다. 아포칼립스를 가진 게임은 100% 생존이 밑바탕이다.


미사일 사이를 피하며 무수한 총알과 레이저빔을 쏘는 슈팅게임 속 생존이 아닌 더 나은 미래도, 일말의 희망도 없을 것 같은 현실에서 오로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처절한 생존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저는 슈팅게임에서 비행기 한 대가 파괴됐을 때보다 이런 게임에서 검붉은 화면에 ‘당신은 죽었습니다’라는 살벌한 문구가 나올 때 더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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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생명체를 탄생시킨 블랙마커를 파괴하기 위한 여정을 그린 데드스페이스 시리즈. 비셔럴게임즈가 개발한 데드스페이스 시리즈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개념을 더없이 잘 연출한 수작으로 꼽힌다. 외계 물체에 의해 폐허가 된 세상에서 생존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시리즈는 주인공 아이작 클라크가 인류를 위협하는 외계생명체 네크로모프를 탄생시킨 원흉인 블랙마커를 파괴하기 위한 여정을 그린다. 협소한 공간에서 시시각각 사방에서 조여오는 각종 외계생명체를 처치할 때 진땀을 빼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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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 ‘퀘이크’ 시리즈를 개발하며 FPS 게임의 아버지로 불리는 존 카멕이 이드소프트웨어 시절 개발한 ‘레이지’는 지구가 소행성과 충돌을 일으킨 뒤 100여년 후의 지구에서 주인공 니콜라스 레인 중위가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이드소프트웨어의 FPS 게임 레이지에선 지구와 충돌할 소행성을 과학자들이 예상해 인류를 보존하고자 캡슐에 사람과 유전자 샘플 등을 넣어 땅 속에 저장하는 ‘아크 프로젝트’가 실행됐다. 이런 이유로 노아의 방주 시스템이라고도 불렸다.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발생한 폭발의 충격으로 일부 캡슐이 고장나 이를 통해 돌연변이가 탄생한다. 캡슐에서 깨어난 주인공은 살아남은 인간 중 폭력적인 집단과 돌연변이에 끊임없이 맞서며 아크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의 음모를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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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바이블로 통하는 베데스다소프트웍스의 ‘폴아웃3’는 미국과 중국의 핵전쟁으로부터 200년이 흐른 2277년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위치한 볼트 101에서 시작된다. 지난달 20일 출시된 시리즈의 최신작 폴아웃4는 핵이 폭발하기 전부터 폭발 후 200년이 지난 뒤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은 보스턴에 위치한 볼트 111의 유일한 생존자다.



폴아웃 시리즈에 등장하는 볼트는 핵전쟁이 발발할 것을 예견해 지하에 건설한 방공호를 가리킨다. 생존을 위해 격리된 곳으로 바깥 세상을 볼 수 없었지만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안전한 깨끗한 물과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다.

 

폴아웃3의 주인공은 볼트 101에서 태어난 인물이다. 18번째 생일 날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볼트 101을 무단으로 탈출한다. 주인공은 자신을 잡으러 온 보안 요원들을 피해 볼트 101을 떠나 아버지를 찾기 위해 황무지에 첫발을 내딛으면서 본격적인 모험을 펼친다.

 

아버지를 찾기 위한 장대한 모험 속에서 수많은 사람과 여러 세력을 마주치며 목숨을 위협받는다. 특히 게임 속에서 ‘엔클레이브’라는 악을 대변하는 조직은 오염된 생물체를 제거하고 건강한 미국을 재건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조직은 자신들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를 오염된 생물체로 정의했다. 주인공은 죽을 고비를 수도 없이 넘기며 엔클레이브의 이 같은 음모에 맞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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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티독의 ‘라스트오브어스’는 동충하초라는 바이러스로 인한 백신이 없는 전염병으로 전 세계 인구 중 절반이 사라진 2033년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이 게임은 딸을 잃은 아버지 조엘과 소녀 엘리가 함께 감염자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라스트오브어스의 주인공인 조엘과 엘리의 여정은 동부해안에서 시작해 서부해안까지 이어지며, 시간상 1년 정도의 기간을 함께 지낸다. 이 기간 내내 부족한 탄약과 일부 좀비에게 붙잡히면 즉사하는 약한 체력으로 생존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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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 가장 흔히 활용되는 것이 좀비다. 바이오하자드를 비롯해 데이즈, 다잉라이트, 레프트4데드, 데드아일랜드 등 다수의 게임이 좀비 아포칼립스를 따른다.



보헤미아인터렉티브가 개발한 ‘데이즈’는 서바이벌 FPS 게임 ‘암드어설트’의 한 모드지만 본 게임보다 인기가 높아 스탠드얼론(독립적 확장팩)으로 개발될 정도로 유명하다. 광활한 오픈월드를 배경으로 좀비와 인간 적대 세력에 맞서 최대한 오래 살아남아야 한다.


유저는 간단한 옷가지와 손전등만 보유한 채 해안가에서 게임을 시작한다. 나머지 생존에 필요한 물, 음식물, 총, 탄환, 이동수단, 옷 등 다양한 물건들을 광활한 맵을 돌아다니며 직접 구해야 한다.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장르가 괜히 붙여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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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S 게임으로는 처음 세계관과 이야기를 갖춘 ‘하프라이프’는 외계생명체의 지구 침공을 다룬 에일리언 아포칼립스다. 갓 졸업한 이론물리학자인 고든 프리맨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하프라이프의 주인공 고든 프리맨은 파괴된 연구소와 그 주변을 돌아다니며 외계인과 사투를 벌인다. 그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주위 다른 사람을 무참히 살해하는 행동도 주저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고자 엘리베이터 안에 갖힌 사람들을 전부 몰살시키고, 해병대를 사살하는 등 살인마나 다름없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게임에서 활용하기에 정말 매력적인 세계관인데, 실제로는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될 것이다. 자연 재해나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지구의 문명이 파괴된다면 게임 속의 그들처럼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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