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시하면서 복잡함은 제거, 전투 액션의 재미 제대로 살렸다
로그라이크 퍼즐 요소는 피로함 가중, 설득력 부족한 이야기는 지켜봐야

호요버스가 그리는 새로운 판타지 ‘젠레스 존 제로’를 제대로 수신하는 건 분명 어렵다. 다소 잡음 낀 TV 채널 같지만, 일단 보고 나면 그 화려함과 만듦새에 눈을 떼기 힘들다.

‘젠레스 존 제로(이하 ZZZ)’는 호요버스가 개발한 로그라이트 ARGP다. 현재 2차 CBT(이퀄라이징 테스트) 중에 있는데 기회가 닿아 공동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게임이 내세우는 것은 역시 유려한 그래픽과 연출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캐릭터들이다. 레트로 또는 Y2K로 설명할 수 있을 컨셉에 SF 판타지를 교묘히 섞었다. 신기술과 과거의 기술들을 동시에 표현한다.

근 미래의 어떤 세계에 ‘공동’이라는 자연재해가 발생한다. 이유 없이 발생한 재해는 세계를 파멸시킬 힘을 갖지만, 보물과 귀중한 자원 ‘에테르’를 가진다. 유저는 주인공 (로프꾼)이 되어 에이전트들과 문제를 해결하고 이윤을 얻기 위해 공동을 탐사한다.

이권이 달린 ‘공동’에 다양한 조직 혹은 개인이 달라붙어 이합집산을 하고 경쟁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 세계의 주된 이야기다. 과정에서 ‘뉴에리두’라는 공동 주변 도심에서 일반적인 도시 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전문 로프꾼인 주인공은 위장을 위해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고 라면 가게, 카페, 오락실 등 현실의 세계를 빼닮은 장소에서 사건 의뢰를 해결하고 일상을 영위한다.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들이 분명하지만, ‘젠레스 존 제로’는 세계관을 디테일하게 살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게임 전반에 이런 세계관을 보는 맛이 살아 있다. 서브컬처 장르가 해야 할 일을 유저에게 정확히 배달하는 개발사 중에 하나인 호요버스이므로 이상할 일도 아니지만, ‘젠레스 존 제로’에서 그 탁월함이 다시 드러난다. 공동 탐사 과정에서 단순히 기어 코인을 획득하고 유닛의 HP를 회복하는데 이렇게까지 애니메이션을 섬세하게 그렸나 싶다.

그러나 이런 세계관에 대한 집착이 때로는 불친절하고 불편하다. 세계관을 공고히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고유 명사를 남발한다. 처음 세계관을 접하는 이들에게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게임의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 꽤 길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이 구간 이후 재밌어진다”의 밈이 ‘젠레스 존 제로’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젠레스 존 제로'의 전투를 맛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전투를 스타일리시하게 뽑아내면서 복잡함은 덜었다. 이 게임의 가장 치명적인 매력이다. 조작할 것은 단순 평타, 회피, 패리(교체), 고유 스킬, 고유 궁극기 다섯 개에 불과하지만, 시스템이 그 이상의 것을 해낸다.

세 명의 에이전트가 한 팀을 이룬다. 이 에이전트를 이용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액션은 마치 게임을 ‘잘’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단순 시청이 아닌 적재적소에 패리와 회피, 그로기 수치를 사용해야 하는 전투 전략의 요소를 남겨둠으로써 수동 전투의 재미를 살렸다.

적이 공격하기 전에 반짝이는 노란 신호를 받을 수 있으며 이때 회피하거나 패리할 수 있다. 패리하면 자연스레 에이전트가 교체되며 반격기를 날린다. 에이전트가 전장에서 수 초 이상 머무는 경우는 극히 적다.

세 개의 캐릭터가 반복해서 전장에 나타났다 사라지며 에테르에 침식된 적을 유린한다. 일방적인 공세를 펼치기 위해서는 패리를 적절히 사용하고 회피하고 적 HP 바 하단의 그로기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

같은 에이전트를 이용한 전투가 얼마 가지 않아 지칠 것은 분명하다.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적절한 순간에 새 에이전트를 조달해 준다. 게임을 환기하며 캐릭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캐릭터의 매력은 서브컬처, 애니메이션 팬들이라면 충분히 반할 만하다. 다소 심심한 로프꾼(주인공)과 이야기의 보상처럼 느껴진다. 과장된 표현들이 가득한 캐릭터에 불호가 있을 수 있다. 최근 해외 포럼에서 한 유저가 실시한 ‘네코미야’의 과한 액션 호불호 투표에서 약 70%의 유저가 호를 표했고 30%의 유저가 불호에 투표했다.

캐릭터의 매력에 이어지는 것은 당연 뽑기다. 기존 호요버스 작품, 원신의 BM과 닮았다. 이번 작에서는 '기원'이 아닌 ‘변조’라고 부르지만, 기존의 가챠 모델과 크게 달라 보이진 않는다. 뽑기에서 캐릭터 A, S 등급, 뱅부(펫), 장비가 함께 등장한다.

로그라이크 콘텐츠 ‘공동 탐사’가 게임에 손을 대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허들이다. ‘공동’ 속에서 펼치는 에이전트들의 훌륭한 전투 액션을 보고 난 뒤 보게 되는 TV로 가득한 퍼즐 속 뱅부의 모습이 게임의 몰입도를 헤친다. 열심히 액션을 펼친 다음 “왜 모니터 속의 모니터를 보고 있나?”와 같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앞서 칭찬한 디테일한 표현도 이곳에서는 피로하게만 느껴진다. 그렇다고 퍼즐이 흥미로운 것도 아니다. 탐사 중에는 일종의 웜홀 같은 장소들이 있어서 이곳을 통해 층계를 오가지만, 결국 보는 입장에선 2D에 불과하다. 큰 틀에서 2D 평면에 그려진 파이프 퍼즐을 푸는 것과 다를 것 없다.

모바일 환경에서는 각 타일을 하나하나 터치해서 전진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조작 방식이다. 왼편에 상하좌우 조작 컨트롤러를 넣어주는 것만으로도 피로를 덜 것으로 보인다.

'젠레스 존 제로'는 분명 매력적인 작품이다. 호요버스가 서브컬처 영역에서 보인 능력을 재차 발휘했다. 의심의 여지 없이 기대작 반열에 오를 만 하다. 하지만 아직 UI, UX 부문에서 개선해야 할 것들이 남았다. 눈이 높아진 장르 팬들에게 매력을 갖추려면 이야기 또한 지금보다 더 설득력 있어야 할 것이다. 다듬어진 정식 출시 버전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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