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스타일리시한 연출
반복되는 공포 게임 클리셰는 게임의 재미를 느끼는 가장 큰 허들

[게임플] '앨런 웨이크 2'는 생존 호러 장르 클리셰에 특유의 연출로 물을 대며 재미를 부상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결국 드러나고 마는 것은 의외의 것이다.

'앨런 웨이크 2'는 시작부터 자신이 지닌 가장 강력한 무기를 아끼지 않는다.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스타일리시한 연출은 ‘앨런 웨이크 2’의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만들고 극을 이끄는 강력한 장치다.

게임의 오프닝은 지금껏 본 중 가장 강렬하다. 방아쇠가 당겨지듯 커지는 음향과 함께 등장하는 게임의 타이틀은 시리즈의 부활을 알린다. 아마 오프닝으로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었을 것이다.

※ 이 리뷰는 에픽게임즈와 레메디 엔터테인먼트로부터 리뷰 코드를 받아 작성됐습니다.

전작의 무대 ‘브라이트 폴즈’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여성 FBI 요원 ‘앤더슨 사가’는 한적한 시골 마을 브라이트 폴즈에 일어난 살인 사건의 조사를 시작한다. 이후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유명 소설가 ‘앨런 웨이크’를 마주한다.

앤더슨과 앨런, 두 캐릭터를 번갈아 가면서 플레이하게 된다. 두 개 이야기와 각기 다른 진행 방식이 병렬적으로 나아간다. 앤더슨과 앨런은 각각 ‘마음의 공간’, ‘작가의 방’이라는 특수 능력을 지닌다. 이 능력은 이야기의 퍼즐을 맞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번 작품에서 가장 시간을 많이 쏟는 곳 중 하나다. 이런 두 캐릭터의 특성은 ‘앨런 웨이크 2’가 어디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말해준다. 

두 주인공의 사적인 공간은 ‘앨런 웨이크 2’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의 아카이브이다. 보드는 사건의 진행 방향을 알리는 등대의 역할을 한다. 두 주인공의 특수 능력은 숨겨진 이야기를 파헤친다는 점에서 같은 능력으로 보이지만, 게임 속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게임 플레이의 독창성과 이야기의 흥미를 이곳에서 줄곧 만들어 낸다. 

앨런으로 플레이할 때는 플롯 보드에서 초안 원고에 키워드를 대입하는 것으로 중첩된 세계를 밝히며 퍼즐을 풀어낸다. 앤더슨은 FBI 역에 맞게 사건 보드와 프로파일링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인물들의 심리와 이야기의 목적지를 가늠한다.

유저는 게임에서 두 주인공의 바깥세상과 개인적인 공간을 오간다. 이 네 개의 공간은 상호작용하고 맞물린다. 각각의 줄기는 따로 움직이는 듯 하나 결국 하나의 큰 이야기를 향해 모인다.

‘앨런 웨이크 2’에는 ‘루프(반복)’가 자주 표현된다. 개발진은 내러티브와 게임 플레이 두 개 부문에서 반복이라는 테마를 집요하게 강조한다. 게임에는 끊임없이 같은 길을 도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통해 이번 이야기의 중요한 키워드 ‘중첩계(overlap)’를 직ㆍ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이야기 측면에서 해당 테마는 신선하고 흥미롭다. 그러나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앨런 웨이크 2'는 이제는 완전히 호러 장르의 클리셰가 되어버린 공간 반복 배치 - 점프 스케어 세트를 너무 자주 사용하고 생존 호러 장르의 클리셰 빠진 것 제자리 두기, 문 열기, 열쇠 찾기 등의 퍼즐 요소 또한 매우 열심히 차용하고 있다. 이야기의 퍼즐을 짜 맞추는 것만으로 피곤한 유저를 더 피곤하게 만드는 요소다.

게임 중반부에 이르면 피로도의 가중이 심해져서 게임의 스타일리시하고 매력적인 연출과 이야기에 반감이 들 정도다. 퍼즐 자체를 온전히 즐기거나 수집에 흥미가 있는 유저가 아니라면 두 캐릭터의 전투 특성을 발전시키거나 신규 무기를 얻을 수 있는 퍼즐은 모두 지나치게 된다. 퍼즐에 쏟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보상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게임 중간중간 펼쳐지는 유려한 연출과 이야기 전개 방식은 분명 그 자체로 흥미롭지만, 이를 즐기는 구간이 상당히 짧고 핵심 이야기의 맥락에 닿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재미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

많은 유저가 전작처럼 "음악이 기억에 남는다"고 평가하고 있는데 해당 표현은 다르게 말하면 출시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게임이 기억에 남는 것이 '음악'뿐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막과 막 사이에 전환과 유저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준비된 음악이 고된 퍼즐을 풀고 난 이후의 보상처럼 작용하고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이 게임은 전투에 소홀하다. 액션 어드벤처가 아닌 서바이벌 호러 장르이므로 전투가 부족하다고 해서 불만스러운 요소는 아니다. 오히려 전투의 손맛이 좋아 게임의 즐길 거리를 보충하는 느낌이다. 보스전과 그림자에 잠식된 괴물들과의 전투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의 듀얼센스 적응형 트리거가 훌륭하게 작동해 전투의 재미를 더한다.

게임 최적화는 아직 손봐야 할 곳이 있다. 게임 진행 중 보스전에서 치명적인 버그를 두 번 겪었다. 완전히 진행이 불가한 것은 아니었지만, 겨우 잡은 보스를 버그로 인해 두 번이나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 똑같이 두 번 발생했다. 여기에 게임 내 자잘하게 발생하는 버그와 자막 문제는 몰입감을 해치고 게임의 완성도를 의심하게 만든다.

'앨런 웨이크 2'는 의외의 곳에서 표현히 좋고 의외의 곳에서 표현이 좋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앨런 웨이크 2'는 의외의 곳에서 표현히 좋고 의외의 곳에서 표현이 좋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PS5 품질 모드에서 그래픽은 대체로 훌륭하다. 다만 장소에 따라 텍스쳐 품질이 달라진다. 구간에 따라 뭉개지거나 프레임 드롭 현상을 경험하는 한편 감탄이 나올 정도로 정밀하게 표현된 텍스쳐와 배경은 최고 사양의 PC에서 게임을 즐기고 싶은 욕구를 더하기도 한다.

13년 전 ‘앨런 웨이크’가 ‘문과 히어로’라는 별명을 얻어 내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면 2023년의 ‘앨런 웨이크 2’는 레메디 스타일의 종합본처럼 느껴진다. ‘앨런 웨이크 2’는 단편의 하드보일드 소설이 아닌 일종의 ‘예술체’로 기능하려고 노력하며 동시에 즐거움도 선사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생존 호러 장르로써 이 작품이 유저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는 가에 대해서는 의심스러우며, 오히려 이 작품이 지닌 진짜 매력을 수면 위로 드러내지 못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 레메디의 스타일리시한 연출법은 확실히 신선하고 즐겁지만, 그 외의 자리에서는 자꾸만 가라앉는 재미를 끄집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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