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의 게임 디자인 훌륭했지만, 힘 빠지는 후반부... 완성도 아쉬워

[게임플] ‘아머드 코어 6: 루비콘의 화염(이하 아머드 코어 6)’에서는 누구나 베테랑 '레이븐'이 된 듯한 기분으로 전장을 누빌 수 있다. 적군의 화망을 뚫고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으면서 화려한 컷 신으로 이어지는 연출은 그야말로 '낭만 치사량'에 가깝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아머드 코어 6’의 조작이 상당히 쉬워졌다고는 하나, 여러 불편한 요소를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키로’의 체간과 유사한 스태거, 회피와 이동에 소모되는 EN 게이지만으로도 이미 플레이어가 숙지해야 할 개념이 두 개다.

여기에 양손과 양어깨, 총 네 개의 무기를 끊이지 않고 사용해야 한다. ‘아머드 코어 6’의 보스는 그간 프롬소프트웨어(이하 프롬)가 보여줬던 보스 중 가장 많은 체력을 지니고 있다. 쉴드 게이지까지 가지고 있어 이를 무력화하는 데만 엄청난 화력이 필요하다.

쉬지 않고 네 개의 무기를 난사해야 한다. 하지만 무작정 난사하다 보면 무기는 과열되기 십상이고 남은 탄약까지 신경 써야 한다. 탄창을 모두 사용하기 전에 재장전하기 위해서는 (콘솔을 기준으로) 두 가지 키를 동시에 눌러야 하므로 이 역시 직관적이지 못하다.

기존 ‘다크 소울’ 시리즈가 공격, 회피, 이동 버튼만 알아도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아머드 코어 6’는 게임 시작부터 상당한 난이도에 마주치게 된다. 심지어 UI까지 불친절하다. 남은 장탄은 오른쪽 구석 가장 보기 힘든 장소에 미약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고 중앙 HUD는 불꽃과 폭탄이 난무하는 전투 속에서 쉽게 잊힌다.

여기까지만 설명해도 ‘아머드 코어 6’는 그간 출시된 프롬 게임 중 전투 허들이 상당하단 것을 알 수 있다. 배워야 할 것,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은 ‘아머드 코어 6’는 프롬이 그간 보여왔던 게임 디자인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프롬은 지금까지 ‘배우기는 쉽고, 숙달하기는 어렵다’라는 명제 아래 게임을 제작해 왔다. 그러나 '아머드 코어 6'는 해당 명제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어 시리즈를 경험한 적이 없거나 ‘거대로봇물’에 흥미가 없는 유저라면 백이면 백 나가떨어지고 말 것이다.

그래서 프롬은 흥미를 끌면서도 게임을 조금 더 손쉽게 만들어줄 ‘백도어’를 마련해 뒀다. 시리즈 유산 중 지금껏 대중적으로 잘 드러나지 못한 ‘어셈블리’다.

게임의 공략을 몇 번 찾아봤거나, 혹은 스스로 어셈블리를 이용해 보스를 돌파한 유저는 이 게임이 빌드에 따라 난이도가 완전히 변한다는 것을 느꼈을 테다. 그리고 게임의 대부분의 상황에 OP인 빌드가 존재한다는 것도 눈치챘을 것이다.

스태거 게이지를 빠르게 채울 수 있는 충격량이 높은 무기로 화력을 구성하는 것이 정답으로 통용된다. PvP에서는 더욱 그렇다. 현재 PvP 밸런스는 거의 없는 수준으로 기울다 못해 수직이 된 운동장이다. 승리를 위해서는 양손과 어깨에 죽창을 들고 전장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어셈블리를 '아머드 코어 6'의 주 동력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메인 화면 좌측 최상단을 차지하고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있다. 유저가 이곳에서 가장 많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개발진의 의도가 다분히 느껴진다.

초반부 자신의 전투 스타일과 효율 사이에서 고민하고 이것저것 뒤섞어 가며 빌드를 만들어 본다.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가기 시작하면 ‘스태거’가 게임 플레이의 핵심인 것을 알게 된다. 또한 해당 조건을 만족시킬 무기들을 잔뜩 주기 때문에 이 중에서만 고민하게 된다. 이후부터 파츠들의 자세한 설명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일본의 몇몇 게이머들은 "맨손으로 발테우스 격파"와 같은 소위 ‘차력 쇼’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이는 일부 유저들에게 통용되는 이야기일 뿐이다. 대부분 유저는 비슷한 빌드 혹은 전투 스타일로 귀결된다. 프롬이 열어둔 뒷문을 열고 나갔을 때 유저가 맞딱드리는 길은 일방통행이고 그 길은 ‘스태거’를 향한다.

어셈블리가 게임의 메인 콘텐츠를 차지 하는 만큼, 이런 밸런스와 방향성은 더욱 아쉽다. 다양한 빌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빌드 연구를 보다 일찍이 포기하고 데칼이나 엠블럼 꾸미기에 시간을 더 들이는 자신을 보게 된다.

프롬이 이번 작품에서 대중성을 잡기 위해 접근한 방식은 '엘든 링'과 비슷하다. 거대한 용과 기사가 싸우던 중세 판타지 세계를 거대로봇이 가득한 SF 판타지로 치환했고 게임의 난도를 낮추던 무기들은 파츠들로 변환됐다.

유저들에게 한발 자전거로 전력 질주를 하게 만들던 프롬은 최근 바퀴를 하나씩 달아주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세발자전거로 달리게 만든다. 덕분에 많은 유저가 프롬이 마련한 아우토반에서 속력을 내고 경주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작품에서도 프롬이 대중성을 잡기 위해 노력한 것이 확인된다. 유저 판타지에 기름을 붓고 이를 동력 삼아 비행하도록 준비한 프롬의 게임 디자인은 경탄할 수준이다. 하지만 후반부 들어 힘이 빠지는 것이 분명하며 완성도가 부족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분명 있다.

이번 작품으로 프롬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는 다시 높아졌지만, '아머드 코어 6'를 두고 본다면 아쉬운 것들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다음 넘버링 타이틀이 나올 때까지 이대로 '레이븐'의 기체가 다시 녹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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