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형 방치 시스템 위에 얹은 하이퀄리티 스토리 연출
모션의 질과 양은 최장점... SSR+ 등급은 조금 아쉬워
적어도 원작 구현 기준에서 부끄럽지 않은 게임

[게임플] 검증된 재료를 최신 레시피로 조리해낸 정석 요리였다.

웹툰 원작 게임 잔혹사, 유저들 사이에서 굳이 말하기도 지칠 정도로 굳어진 말이다. 글로벌 웹툰 강국으로 떠오를 만큼 쟁쟁한 작품이 많지만, 게임화는 유독 맛이 없었다. 웹툰과 게임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우려가 드는 것도 당연했다. 

'신의 탑: 새로운 세계(이하 신의 탑)' 인터뷰에서 들은 답이 있다. "어떤 IP든 정성을 얼마나 들였느냐의 차이"라는 것. 유명세에 편승하려고 만들면 무엇이 소재라도 유저를 끌어당기기 어렵다. 원작을 머리에서 지우고 평가해도 매력적인 작품이 나와야 했다. 

넷마블은 외부 IP를 통한 애니메이션 게임 구현에 정평이 나 있다. 재미나 시스템에서 편차는 있지만, 적어도 퀄리티는 배신한 적이 거의 없었다. '신의 탑'은 더욱 많은 것을 살리겠다는 과제가 있었다. 스토리 연출, 전투의 깊이, 성장 편의성을 모두 갖추면서 웹툰 게임 잔혹사를 끊어낼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애니메이션 연출이 중요한 장면뿐 아니라 숨 쉬듯 등장하며 이야기를 메운다.
애니메이션 연출이 중요한 장면뿐 아니라 숨 쉬듯 등장하며 이야기를 메운다.

초반 플레이는 계획적으로 하루에 적당한 시간을 투자하며 진행했다. 과금액은 1만 원 이내, 리세마라는 실시하지 않았다. 수집형 전략 실시간 RPG에 방치형 시스템을 접목했고, 굳이 기다리면서 플레이해야 할 만큼 난이도가 어렵진 않다.

그래픽은 특별히 지적할 부분이 없다. 게임 모든 부분에 애니메이션 모델링을 통한 캐릭터가 돌아다니고, 세로 화면 속 그래픽 구도와 색감도 준수하다. 특히 모션은 모바일 3D 카툰렌더링 게임 중 한 손에 꼽을 만큼 자연스럽고,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정점에 다다르고 있는 모션캡처 노하우를 실감하게 한다.

비주얼이 가장 빛나는 곳은 스토리 파트다. 모험 모드를 진행하면서 액트별 스토리가 열리는데, 원작 스토리를 충실하게 재현하면서 대부분에 애니메이션 연출을 그대로 채워넣는 정성이 빛난다. 

품질은 물론이고, 컷신의 분량 역시 놀랄 만큼 많다. 비슷한 모델링을 구현하는 게임들은 일상적 대화에서 몇 가지 모션을 돌려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신의 탑은 실제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에서 쓸 법한 구도를 다양하게 잡는다. 

시스템은 새롭진 않다. 대신 최근 방치 전략 RPG들이 쓰는 트렌드 가운데 유저들에게 반응이 좋은 것들만 집대성했다. 검증된 시스템과 콘텐츠의 올스타전 같은 느낌을 준다. 전투 역시 상성과 캐릭터 배치부터 시작해 캐릭터별 기술 구조까지 익숙한 구도를 채용했다. 

캐릭터는 원하는 목표를 SSR까지 어렵지 않게 획득할 수 있는 구조다. 픽업 선택 시스템도 검증된 방식 중 하나인데, 원하는 몇몇 캐릭터를 집중해서 키워보고 싶다면 장벽히 전혀 없다고 봐도 된다. 

신수 링크도 최근 방치형 시스템 중 가장 선진화된 형태다. 보통은 레벨 링크로 앞서 키운 캐릭터의 레벨을 따라가게 하는 방식인데, 신의 탑은 포지션 그 자체에서 레벨 업과 돌파를 실행한다. 굳이 캐릭터를 링크에 선택해 넣을 필요 없이, 진형 편성만으로 모든 보유 캐릭터를 최대 레벨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장비 성장에서 과금을 유도하는 '속임수'도 없다. 전용 장비를 포함해 모두 인게임에서 자연스럽게 파밍이 가능하다. 고등급 장비를 정가로 구매할 기회도 여러 곳에서 생긴다. 또한 장착한 장비를 아무 패널티 없이 해제하고 다른 캐릭터에 옮겨줄 수 있어, 다양한 캐릭터 운영에 스트레스가 없다.

필살기 컷신 연출도 기대를 채워준다
필살기 컷신 연출도 기대를 채워준다

유저 입장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실적 면에서 검증된 시스템도 함께 가져왔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겠다. 극소수 캐릭터는 SSR 위에 SSR+ 등급으로 존재한다. 성능이 좋은 대신 픽업 설정이 불가능하고, 등장 확률이 SSR에 비해 매우 낮다. 경쟁을 목표로 둔 유저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소환 200번을 달성할 때 SSR+ 한 장 선택이 가능하긴 하다. 선택권 지급 과금을 해야 그 정도 뽑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단 6천원 과금으로도 200뽑기 달성은 순식간이었다. 방치형 중에서도 손꼽힐 만큼 재화가 풍부하게 제공된다는 점이 다행이다.

UI는 무난하지만 메뉴에 따라 번거로움이 크기도 하다. 특히 캐릭터 장비를 관리할 때 많은 양의 터치가 요구된다. 캐릭터 숙련도 보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히 귀찮다. 동료 메뉴에서 정비하거나 보상을 받을 일이 많다는 것을 감안할 때 더 최적의 편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 중 단점을 꼽자면 점령전이다. 최근 여러 게임에서 사용하는 덱빌딩 던전 탐험형으로, 시간이 들어가는 편인데 재미가 없다. 진행 도중 카드 선택이 변수가 단순하고, 스테이지 맵 역시 촘촘하게 구성됐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사실 이 게임 최대 단점은 화를 낼 기운도 빼앗아가는 감성의 광고였다
사실 이 게임 최대 단점은 화를 낼 기운도 빼앗아가는 감성의 광고였다

원작 '신의 탑'의 팬이라면 망설이지 않고 가볍게 플레이를 시작해봐도 될 게임이다. 굳이 경쟁을 따라가지 않아도 방치형 시스템을 통해 천천히 진도를 나가기 좋다. 원하는 캐릭터가 무엇이든간에 수집하고 키워서 활용할 방법은 있다.

또 원작을 잘 모르더라도, 편하게 즐길 방치형 전략을 찾는 유저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비주얼 퀄리티가 뛰어나고 시스템이 최신화됐다. 여기에 검증된 스토리를 애니메이션 방식으로 즐길 수 있으니 오히려 더욱 만족스러운 경험을 얻을 수도 있다.

단 컨트롤의 맛을 느끼고 싶은 유저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사실상 수동 조작을 통해 전황을 극적으로 바꿀 여지가 별로 없다. 게임으로서 신선한 재미를 느끼려는 성향의 유저 역시 잘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장단점이 교차하는 부분도 있지만, '신의 탑'은 스토리에 쏟은 정성과 전체적 편의성에서 원작에 걸맞는 매력을 가졌다. 앞으로 개선과 업데이트에 따라 오래 사랑받을 만한 가능성이 보인다. 특히 스토리 모드가 지금과 같은 품질로 계속 추가된다면, 가벼운 성장 플레이만으로도 더 바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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