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때까지 실시간으로 맞부딪치는 소통, 새 개발 청사진을 기다리며

[게임플] "앞으로 2년 뒤, 메이플스토리 PC방 점유율은 12%까지 치솟습니다. 로스트아크는 간담회에서 혹평이 터지면서 난민이 발생하고 있고요."

시계를 2021년 이맘때로 돌려서, 당시 게이머들에게 이런 예언을 했다고 상상해보자. 아마 정신 건강에 대한 깊은 우려를 듣거나, 악성 분탕으로 취급되어 아무런 반응을 얻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위 말은 실제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실이다.

2년 전 여름 업데이트가 한창이던 8월을 되돌아봤다. '로스트아크' 월간 PC방 점유율은 게임트릭스 기준 5.6%로 RPG 중 압도적 1위를 달렸다. 아브렐슈드 레이드와 신규 직업 소서리스가 막 나타난 정점기다. '메이플스토리'는 테라 버닝이 진행될 때였는데도 2%에 머무르고 있었다.

지금은 모두가 아는 대로다. 메이플스토리는 과거 전성기를 뛰어넘는 화제성으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점유율 12%를 넘었고, 트위치 동시시청자 10만 돌파라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기록을 세웠다. 반면, 로스트아크는 2년 전 메이플스토리와 같은 위치다.

국내 게임계에서 이런 역전은 낯설지 않다. 그때의 운영이나 소통 의지, 돌발 이슈 등 여러 이유에 따라 유저 분위기는 요동친다. 시위 트럭이 1~2년 뒤 커피 트럭으로 돌아오기도 하며, 그 반대도 빈번하다. 게임의 기본 틀이 큰 변화가 없어도 그렇다. 업데이트 발표 한 번, 말 한 마디로 인해 오늘의 '갓겜'이 내일의 '망겜'으로 변하기도 한다.

2021년 8월 PC방 점유율 (자료: 게임트릭스)
2021년 8월 PC방 점유율 (자료: 게임트릭스)

전조는 계속 있었다. 작년 여름 일리아칸은 로스트아크에서 1년 만에 나온 군단장 레이드였다. 

아브렐슈드까지 워낙 숨가쁜 업데이트였고, 이전 엘가시아가 워낙 높은 퀄리티와 감동을 준 만큼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다만 일리아칸 이후 게임 개편에 대해 유저들에게 속 시원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반응은 계속 나왔다. 유저 수 감소도 점차 체감되고 있었다.

올해 로아온 썸머에서 카멘 레이드 추가 일정은 더 넘어가기 어려웠다. 발표 전 유저 여론은 "8월도 아쉽지만 이해할 수 있다"가 대세였다. 그런데 여름 출시 약속이 깨지는 9월 발표는 예상에 없었고, 콘텐츠 부족에 허덕이던 상위 유저들의 불만이 터진 것이다.

핵심 문제는 진솔한 부가 설명이 없다는 것이었다. 로아온 썸머는 1부 발표 내용도 문제였지만, 질의응답에서 실시간으로 나온 발언들이 더 일을 키웠다. 개발 일정이 부담스럽다는 말은 나왔지만 왜 부담이 가는지, 어떤 식으로 해결할 생각인지에 대한 비전이 없었다. 유저 입장에서는 게임의 미래가 아니라 거리감만 느끼게 되는 자리였다.

긴급 실시한 28일 라이브 방송도 비슷했다. 유저들이 듣고 싶은 것은 카멘의 자세한 공략 정보가 아니었다. 로스트아크 유저들은 아직도 카멘 레이드 이후 계획표를 모른다. 카제로스 레이드가 언제쯤 나올지 힌트라도 주지 않을까 기대도 있었지만, 카제로스라는 단어는 한 마디도 등장하지 않았다. 

앞으로 군단장급이나 어비스 레이드가 1년에 몇 번 정도 추가될지, 그밖의 상위 콘텐츠 계획이 있는지, 군단장 레이드 종료 뒤 방향성은 무엇인지 등 유저들이 가장 원하던 핵심 의문들 역시 그대로 남아 있다.

카멘 다음에 무엇을 계획하는지는 끝까지 알 수 없었다
카멘 다음에 무엇을 계획하는지는 끝까지 알 수 없었다

진정한 소통의 첫 걸음은, 마주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당연히 개발 내부도 고충은 클 것이다. 실제로 업계에서 로스크아크 팀이 일을 게을리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전혀 없다. 여전히 업무 강도는 최상급으로 전해진다. 쇼케이스 발표 역시 전임이 한국 게임 역사상 최고의 스피치 능력을 가진 금강선 디렉터였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딪쳐야 할 것들이 있다. 실시간으로 유저들의 이야기를 날것으로 듣고, 공개할 수 있는 최대한의 내부 사정을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개발력 확충이나, 개발 프로세스 개선이나, 모두 어렵다면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집중할지 등 방향성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내야 한다.

메이플스토리 강원기 디렉터는 화술이 뛰어나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달변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중심에 오른 뒤부터 될 때까지 라이브 방송 카메라 앞에 섰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먹방'이라도 켤 정도로 실시간 반응에 익숙해지려 최선을 다했다. 리부트 서버 관련 논란이 생길 때도 바로 방송을 열었다. 말 실수도 있었다. 그래도 의지를 멈추지 않았다.

이달 '뉴 에이지' 쇼케이스 직후 메이플 인플루언서에게 기습적으로 찾아가 라이브 합방을 진행하고, 그밖에 유명 유튜버 대부분의 집을 직접 방문해 방송을 계속했다. 누군가는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냐고 반문하기도 하지만, 유저와 운영진의 거리를 좁히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지금도 메이플스토리에 해결할 문제는 많이 남아 있다. 또 언젠가 무슨 사건이 터져서 입방아에 오르내릴지 모른다. 하지만 강원기 디렉터가 맨몸으로 들이받아가며 쌓은 유대감은 '내구력'으로 남아 있다. 적어도 문제가 생겼을 때 "뒤로 숨어 침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신뢰가 쌓인 것이다. 

마비노기 민경훈 디렉터는 처음 실시간 채팅과 마주하기 전 "극도로 긴장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비판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모습은 처음 당해보면 멘탈에 큰 영향을 받을 정도로 가혹한 경험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유저들이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 알 수 있었고, 지금 다시 사랑을 받는 게임과 디렉터가 탄생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은 두려움을 걷어내고 일단 대화의 장을 열어보는 데서 시작한다.

게임 개발진과 유저들은 공생 관계다. 한 쪽이 흔들리면 다른 한 쪽도 무너진다.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방법은 직접 대화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방법은, 첫 대화가 힘들었다고 해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게임 유저들은 그때의 감정에 솔직하다. 불만을 적극적으로 토해내다가도, 상대가 진심으로 다가오고자 하면 그 소통을 뿌리치지 않는다. 만족할 때의 반응 도 뚜렷하다. 수많은 시위 트럭이 시간이 지나 커피 트럭으로 돌아왔다. 로스트아크는 이미 커피 트럭을 받았고, 지금도 진솔한 이야기를 원하는 유저들이 남아 있다.

2년 뒤 또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메이플스토리 외에도 '페이트/그랜드 오더', '마비노기', '우마무스메' 등 국내에서 회생 불가능하겠다 싶을 정도로 큰 사태를 겪은 게임들이 극적인 운영 개선으로 커피 트럭을 받고 있다. 

로스트아크 역시 서비스 초기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비판과 조롱도 받았다. 그 과정을 이겨내고 한국 최고의 MMORPG로 우뚝 선 경험을 가졌다. 지금도 로스트아크의 군단장 레이드는 다른 게임이 따라가기 어려운 재미를 자랑한다. 국내 게임계에서 소통의 방식을 다시 일깨우고, 쇼케이스 발표의 교과서를 새로 만들어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전체적인 노력과 진심이 동반된다면, 로스트아크는 언제든 다시 날아올라도 이상하지 않은 게임이다. 각종 레이드를, 베른 남부를, 엘가시아를 감동으로 수놓던 추억도 수많은 유저들에게 남아 있다. 부디 개발과 소통의 변화로 "우리 아직도 그 게임 한다"고 자랑스럽게 외칠 날이 빠르게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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