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드랍으로 로비라니..." 전문성 없는 전문가 활동에 업계 신음
순서 어긋나는 프라이빗 세일 지급설, 자료 없는 개인 제공설까지
보고서 "개인투자자 대상 프라이빗 세일 자체가 없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게임플] 게임계가 갑작스러운 정계 로비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팩트체크 결과 의혹의 근거도 부실해 업계인들의 당혹은 더욱 크다. 

논란은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보유 현황에서 출발했다. 김 의원이 위메이드의 가상화폐 위믹스 등 게임 코인을 수십억 원 보유했고, 이와 함께 P2E 게임을 위한 법안을 추진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의혹은 드러난 사실 이상으로 커지면서 "P2E 게임사들이 김 의원을 상대로 코인을 로비했다"는 설까지 퍼졌다.

'코인 로비설'의 핵심에서 활동하는 스피커가 있다. 바로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이다. 로비 의혹을 처음으로 공식 제기했으며, 이후 SBS 등 지상파부터 정치 유튜브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출연 빈도를 보인다. 

위정현 학회장은 P2E 게임을 두고 "청소년판 바다이야기"라고 표현하는 한편 "정계에 이익 공동체가 존재하며, 코인 발행처를 압수수색해야 한다" 등의 공격적인 언사를 쏟아냈다. 로비 수법으로는 '에어드랍'과 '프라이빗 세일'을 대표적 가능성으로 들었다.

그러나, 로비 수법을 언급한 순간부터 위정현 학회장의 신뢰도는 급락한다. 블록체인 업계의 기본 지식과 관련 게임 정황에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성립이 불가능한 방법이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논란과 진영 대립에 엮이면서 반박이 묻혀나가고 있다.

"에어드랍으로 코인을 로비? 학술단체의 이해도가 맞나"

에어드랍은 신규 코인 마케팅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무상 지급을 뜻한다. 무상 지급이라는 설명 때문에 비전문가 입장에서는 불법 증여가 가능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 게임 이벤트처럼 최대한 널리 홍보되며, 간단한 조건을 갖춘 모든 참여자에게 시세 영향이 없을 만큼의 극소량이 지급되는 기념 선물 이벤트다.

학술단체의 이름을 걸고 나온 에어드랍 로비 의혹에 블록체인 관계자들은 일제히 황당함을 표했다. "이해도가 없어도 너무 없어야 가능한 주장이며, 소수에게만 거액을 지급하는 에어드랍을 열었다면 그 순간 토큰 제작사 지갑에서 티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

프라이빗 세일 역시 마찬가지다. 이 경우 로비 시나리오 자체는 성립이 가능하다. 상장 전 코인을 일부 투자자들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위메이드는 여느 코인과 같이 위믹스 상장 전 프라이빗 세일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김남국 의원의 논란과 시기가 맞지 않는다. 위믹스는 2020년 10월 빗썸에 최초 상장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온 조사 및 보도에 따르면, 김남국 의원은 2021년 LG디스플레이 주식을 매도한 금액으로 비트토렌트 코인에 투자했다. 여기서 큰 이득을 본 뒤 위믹스로 투자 대상을 옮겼다. 정확한 시기는 특정되지 않았으나, 모두 2021년 중 벌어진 일이다. 

위믹스가 프라이빗 세일을 진행한 것은 2020년 10월 이전이다. 이를 통해 김 의원에게 로비를 실시하려면 김 의원이 그 당시부터 위믹스를 보유했다는 기록이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투자대상 변경 흐름에서 지금까지는 관련 기록이 없다. 순서 관계가 어긋난다.

위믹스 보고서에 나타난 프라이빗 세일 기록, 개인 로비는 불가능하다
위믹스 보고서에 나타난 프라이빗 세일 기록, 개인 로비는 불가능하다

■ "위정현 학회장의 시나리오, 논리적으로 모두 허구"

취재 과정에서 위정현 학회장의 추론이 완전하게 반박되는 자료가 또 나왔다. 위믹스의 상장 전 프라이빗 세일은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것조차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위믹스 2022년 4분기 보고서에 관련 기록이 모두 공개되어 있다. 위믹스는 제네시스 민팅 이후 프로젝트 재원 마련을 위한 프라이빗 세일을 진행했다. 하지만 2020년 10월 거래소에 상장하면서 일반 판매가 가능해졌고, 기존 프라이빗 세일 물량을 없애고 해당 물량을 커뮤니티에 환원했다. 

위정현 학회장이 내세운 대표적 수법인 에어드랍과 프라이빗 세일로 로비는 불가능하다. 여기에 현금 대신 내부 정보를 미리 제공하는 방식으로 로비했다는 주장도 힘을 잃었다. 당시 위믹스로 시세 차익을 내는 데에 비밀 정보는 필요 없었다. 게임웹진 뉴스 검색만으로도 판단에 따른 투자가 가능했다.

'미르4' 글로벌 흥행은 위믹스 급등 전에 이미 대형 화제였다
'미르4' 글로벌 흥행은 위믹스 급등 전에 이미 대형 화제였다

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 서비스는 2021 8월 시작했다. 출시와 함께 기록적 접속자가 모여들면서 9월경 흥행이 정점에 달했다. 이 시기, 블록체인과 투자에 관심 가진 사람들에게 위믹스는 이미 화제의 주인공이었다. 

반면 위믹스 시세는 한 박자 늦게 따라갔다. 폭등이 시작된 것은 다음 달인 10월이었고, 11월 말 정점에 달했다. 게임 토큰 전체의 투자 열기도 이미 10월경 절정을 달렸다. 즉, 위믹스는 미리 정보를 제공할 것 없이 모두가 알고 투자 여부를 결정한 사례였다.

답을 정해놓고 억지로 시나리오를 짜야 한다면 또 무엇이 있을까. 해외 거래소 명의 지갑으로 우회해가며 업체가 국회의원에 코인을 전달하는 형태도 있을 것이다. 이런 방법을 쓴다면 의원 지갑을 조사해도 코인을 제공한 주체를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이 역시 허점은 남는다. 우회 전달을 사용하더라도 업체 지갑에서 의문의 지갑으로 다량의 코인이 빠져나가는 기록은 포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압수수색을 해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토큰 제작사 지갑 입출금은 모두가 투명하게 조사 가능하다. 위메이드 등 게임사에서 이와 같은 기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위메이드는 결국 위정현 학회장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위메이드는 결국 위정현 학회장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 "전문성 없는 전문가의 발언이 공신력으로 위장될 경우"

위정현 학회장의 코인 로비 시나리오는, 업계의 기본 상식을 가지고 있다면 반절 이상 근거가 없다고 곧바로 파악할 수 있다. 나머지 반절도 조금만 자료를 찾아보면 역시 근거가 없음을 알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이런 의혹이 정치 논리의 바람을 타고 정설처럼 확산되는 현상은 하나의 희극일지도 모른다.

어째서 게임 학술단체를 내건 곳의 학회장이 기본적 지식 확인 없이 모든 정계와 미디어를 돌아다니며 이런 강력한 주장을 했을까. 심지어 본인 역시 주장의 근거에 대해 전문적 자료가 아닌 '소문'이 돈다고 언급했다. 게임계 입장에서는 악의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를 수는 있다. 위믹스 등 P2E 게임 코인을 다량 구매한 뒤 P2E 업계에 호재가 될 법안에 연달아 참여한 것이 사실이라면, 의정 활동을 자신의 사리사욕에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을 여지도 충분하다. 다만 게임사에서 직접 코인을 제공해 로비했다는 주장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비약이 지나치게 많다.

위메이드도 과거 상의 없는 코인 매각 등의 문제로 비판의 대상에 오른 적이 있다. 유통량 기준 차이로 수개월 동안 상장폐지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코인 로비 의혹을 제기하기에는 논리적으로 맞는 근거가 없다.

정치권 고래 싸움에 휘말리면서 게임산업의 등이 터지고 있다. 블록체인과 P2E 게임을 향한 해석과 전망은 서로 갈릴 수 있다. 그러나 전문성 없이 전문가를 자칭하며 정치권과 연루시키는 행동은 찬성측과 반대측 모두에게 상처만 남길 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