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와 성별 초월한 오프라인 행사... 스토어에서 페스티벌까지
대형 공간 마련에 고충, 체계와 인프라 과제 떠올라

[게임플] 예나 지금이나 게임은 온라인이다. 하지만 팬 서비스의 중심은 오프라인으로 향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뒤, 게임사들은 유저와의 대면을 통해 함께 호흡하는 자리를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행사 수단은 더욱 크고 다양해졌다. 작은 팝업스토어부터 시작해 전시회와 음악 공연, 대형 규모 팬 페스티벌까지. 예전에 없던 행사 아이디어도 나타나면서 팬들을 즐겁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어진다. 

'로스트아크'와 '테일즈위버' 등 좋은 음악을 가진 게임들의 오케스트라 공연이 화제를 모은다. 이 공연들은 천 명이 넘는 좌석을 예매 오픈이 얼마 지나지 않아 매진시켰다. 여기에 '라그나로크' 등 다른 게임들도 잇달아 오케스트라를 준비하며 뒤따르고 있다.

팝업스토어는 한정 기간 운영되는 매장으로 자주 활용됐지만, 최근 더욱 진화된 트렌드로 떠올랐다. 더 이상 상품 판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미술과 조각 등 전시물이 함께 하고, 현장 이벤트와도 연결하면서 그 자체로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대표적 사례가 4월 펄어비스가 오픈한 검은사막 '아침의 나라' 팝업스토어였다. 조선 시대를 모티브로 한국 고유의 문화를 살린 신규 지역을 현실에 그대로 재현했다. 각종 설치미술을 포함해, 수묵화의 대가 신영훈 작가의 병풍까지 전시한 것은 하나의 예술 공간을 마련한 기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프라인 소통은 장르와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리니지W' 원소주 콜라보 팝업스토어에서 유저 만찬을 함께 개최하고 개발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사회생활과 함께 혈맹 생활을 함께 해온 구성원들, 수십 년 동안 리니지를 즐긴 유저까지 다양한 계층이 그 자리를 찾았다. 

점차 커지는 스케일을 느끼게 되는 소식도 나온다.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는 5월 20일 단독 페스티벌 개최를 예고했다. 수용 인원은 무려 7천 명. 하지만 입장권 매진까지 걸린 시간은 7분에 불과했다. 

지난주 '메이플스토리' 팬 페스트도 6천 명 분량의 입장권이 3분 만에 매진됐고, 표를 구하기 위한 유저들의 수소문이 인터넷 각지를 떠돌았다. 6월 10일 비슷한 규모로 열릴 2023 서머 쇼케이스 역시 치열한 예매 경쟁이 예고됐다. 

시프트업 흥행작 '승리의 여신: 니케'는 지난주 하프 애니버서리 맞이 메이드 카페를 오픈했다. 국내 게임사 가운데 파격적인 시도였다. 일부 우려도 있었지만, 행사는 성공리에 개최됐다. 메이드 카페 프로그램이 중계 방송을 타고 퍼져나가며 또다른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이렇게 행사 질과 양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유저들의 적극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소통과 교류, 문화행사 체험, 굿즈 구매 등 다양한 목적에서 수요가 급증했다. 게임을 즐기는 인구의 구매력과 애정이 함께 올랐다. 

행사가 급증하면서 업체들의 고민 역시 늘었다. 가장 큰 과제는 공간이다. 

소규모 공간을 구하는 일은 어렵지 않으나, 수천 명 이상을 유치 가능한 곳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매우 적다. 그중에서도 팬 행사 대부분이 열리는 주말 대관은 비용과 대기 기간이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그렇다고 작은 규모에서 섣불리 자리를 마련할 경우 유저 불편이나 사고 위험이 커진다.

한 관계자는 "수천 명 이상 입장 가능한 공간은 대관 일정을 잡는 것부터 매우 어렵다"면서 "짧아도 3~4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미리 날짜와 장소를 잡고 대관 계약을 맺는데 그 사이 개발 과정에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다 보니 준비에 난항이 크다"고 답했다.

장소 물색 과정에서 미래를 바라보고 수요 예측을 해야 한다는 점도 까다로움을 더한다. 유저 분위기와 행사 관심도가 시기에 따라 요동칠 수 있기 때문. 무난한 인기에 맞춰 행사를 잡았는데 그 사이 인기가 폭등하면서 인파 감당이 불가능해지기도 하고, 그 반대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여러 고충을 감안해도 지나친 공간 부족은 분명 게임사에 책임이 있다. 그만큼 게임계에서도 이벤트 전담 팀을 마련하는 등 장기적인 행사 운영을 체계화하는 모습이 보편적으로 자리잡았다. 내부 시스템과 전담 인력들의 노하우가 정착된다면 앞으로 더 빛나는 아이디어가 탄생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장소 선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국내 게임사는 넥슨이다. 메이플스토리 팬 페스트가 열린 동대문 DDP, 서머 쇼케이스가 열릴 잠실 핸드볼 경기장, 블루 아카이브 페스티벌 장소로 예정된 일산 킨텍스 등. 각 행사 성격에 맞춤형인 장소를 미리 골라 큰 그림에서 준비하는 모양새가 보인다. 

게임계 밖에서도 미래를 내다본 안목으로 공간 마련이 필요해졌다. 게이머들을 위한 문화공간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 게임이나 서브컬처 등 관련 상설 매장은 소규모가 대부분이다. '공간'을 신설하고 가꿔나가는 업체가 향후 오프라인 행사 생태계를 주도할 가능성은 크다.

약 9년 전, 해외에서 '파이널판타지14 팬페스티벌'과 같은 행사를 지켜보며 마냥 부러웠던 기억이 있다. 하나의 게임만으로 만 명 단위 팬들이 뭉쳐 열광적인 축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모습 때문이다. 한국 게임으로도 이렇게 모여 모두가 웃고 즐기는 단독 게임쇼를 만들어낼 수 있길 바랐다. 다만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다. 

그 바람이 기대보다도 일찍 현실이 되고 있다. 로스트아크나 블루 아카이브와 같이 열정적인 거대 팬덤을 보유한 게임이 하나둘 나타났고, 메이플스토리처럼 20여년 역사를 쌓아온 게임들이 커다란 문화 공간을 창출하기 시작했다. 

아마 가을과 겨울에도 게임 팬들을 모이게 만드는 행사는 계속될 것이다. "돈은 준비되어 있으니 쓸 곳을 달라"고 외치는 유저들의 숫자는 날로 커지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유저가, 그리고 업계가 문화적으로 점점 성숙되고 있다는 증명이다.

게임사와 유저는 생산자와 소비자 관계다. 단, 그것이 끝은 아니다. 문화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동반자 관계이기도 하다. 그들이 만나는 장소의 가치가 오르기 시작했다. 이 현상은 앞으로 미래와 과제를 동시에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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