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한국의 문화, 설화, 민담... 모든 정서가 풍경 하나하나에

[게임플] 친숙하게 신비로운 세계, 이 나라에 입장하자마자 느낀 감정이었다. 

펄어비스는 유저 시각에 강렬한 경험을 안겨주는 시도를 꾸준히 해온 곳이다. '검은사막'은 그들을 대표하는 공간이다. 유저들 사이에 아름다운 스크린샷을 찍는 '스팟'이 공유되기도 하고, 다양한 미형을 추구하는 캐릭터와 의상 디자인은 어느새 검은사막의 상징이 됐다. 

지난 그 검은사막에 '아침의 나라'가 열렸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의 조선 시대 문화에서 착안한 세계관이다. 지난 12월 예고편 발표부터 국내외에서 기대감이 폭등했다. 국내에서는 너무나 반갑고, 해외 유저들에게는 신선한 아름다움이었다. 

'우리 것'을 향한 애정은 예전부터 이어졌다. 정통 한복부터 현대 복장과의 퓨전 디자인까지 다양한 전통 의상을 출시해왔고, 지난해 먼저 선보인 쌍둥이 클래스도 강렬한 연출로 화제를 낳았다. 천년 묵은 여우 설화에서 착안한 '매구', 부채를 들고 바람과 번개의 힘을 쓰는 '우사'는 비주얼과 액션 이펙트 모두 한국 고유 화풍을 담았다.

아침의 나라는 오랜 기간 준비해온 펄어비스의 아트 구현 능력이 녹아 있다. 마을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이는 잡동사니, 꽃 한 송이까지 무엇 하나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 우두머리 러시에서 만나는 적들의 모습과 디테일 역시, 모두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정서를 판타지 세계에 재창조하고 있었다. 

아침의 나라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들
아침의 나라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들

마그누스 의뢰 등 선행 퀘스트를 수행하고 포탈을 사용하면, 바다와 함께 하는 남포 무들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아침의 나라 남서쪽 끝에 자리잡은 시작점이다. 

검은사막에서 늘 봐오던 중세 판타지에서 벗어나, 마치 거대한 민속촌에 들어온 듯한 조선 시대의 전경이 그대로 펼쳐진다. 기와와 초가가 적절히 섞인 마을 거리 속에서 돌아다니는 각종 NPC들이 옛 시대의 생활상을 그대로 살리고 있다. 

주막에 옹기종기 모인 손님들을 비롯해 마을 사물놀이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 앉아서 몸을 뒤척이는 진돗개, 멍석에 드러누운 취객 등 주변 환경에서 각기 다른 행동을 취한다. 의상도 대충 통일하지 않고, 시대상을 반영한 복식 속에서 다채로운 복장과 색깔로 정성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곤장을 맞는 죄인들이 있는 관청 풍경 하나만 해도 디테일이 살아 있다. 곤장을 치는 관군들의 움직임까지 각종 영상 자료를 참조한 듯 생생하다. 혹시나 싶어 계속 기다려봤는데, 곤장은 영원히 멈추지 않는 듯했다. 이들은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길래 이 게임 세계에 배치되는 형벌을 받은 것일까. 

남포 무들마을에서 북쪽 언덕을 오르면 청주 상당산성을 참조한 남포 관문이 자리잡고 있으며, 북동쪽 길을 택하면 초반 퀘스트 중심지인 달벌마을로 향한다. 각종 숲과 산으로 이루어진 이 길이 특히 다채로운 절경으로 가득 차 있다.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보이는 십리대숲은 대나무로 유명한 담양 죽녹원을 구현했다. 능선 오솔길 양 옆으로 푸르른 대나무가 울창하게 자리잡는다. 아침의 나라에 찾아온 모험가들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려는 듯, 화면을 꽉 채운 대숲과 주변 환경음이 인상적이다. 달벌마을 근처에 펼쳐진 진달래숲도 장관이다. 

남쪽 지역으로 움직이다가 찾아간 청산서원과 벽계서원 역시 뜻밖의 디테일로 무장하고 있다. 서원들 역시 바다와 절벽을 끼고 자리잡아 좋은 장면이 나오며, 제자들이 스승 옆에 가지런히 앉아 공부에 열심인 모습도 비춰진다. 

마을 바깥에도 NPC들이 만들어내는 실감은 유지된다. 봇짐을 매고 천천히 걸어가는 일꾼이나 보부상들, 길 한켠에서 소를 휴식시키고 있는 달구지, 드넓은 논밭에서 씨를 뿌리는 듯 허리를 숙인 아낙네들까지 자연스럽게 한 폭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검은사막의 한국형 콘텐츠 업데이트는 줄곧 아름다웠다. 그리고 단순한 아름다움에서 끝나지 않는다. 언제나 한 발 더 나아간다. 

아침의 나라가 방대한 크기는 아니다. 하지만 밀도는 그동안의 어느 지역보다 높다. 어느 위치에 서 있어도, 어떤 캐릭터를 보고 있어도 고유의 풍경을 배치했다. 의외의 구석에서 어린 꼬마아이와 전통적 도깨비가 뛰어놀고 있기도 한다. 아직도 미처 보지 못한 흔적들이 이 속에 있을 것이다.

즐거운 것은 눈뿐이 아니었다. 한국 고유의 국악을 재해석해 만들어낸 음악들이 귀를 명쾌하게 자극한다. 종류도 많다. 때로는 아침 풍경처럼 잔잔하게, 때로는 격정적인 장단으로 가슴을 뛰게 만든다. 반복 사냥 대신 우두머리들과의 전투를 내세운 것도 매혹적이다.

한국형 판타지의 신비로움은 디테일에서 나온다. 검은사막은 그런 월드 디테일에서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이번에 기대 이상을 보여줬다. 문화재청이나 전국 지자체 다수와 긴 시간 협업해서 만든 결과물이라고 믿을 만하다. 이 '아침의 나라'에 체류하는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질 것 같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