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실적 기대치, 반대급부로 지나친 모방도
모두가 함께 오래 나아가기 위한 고민 이어질까

[게임플] 사업적으로, 모바일 전쟁 MMORPG는 '리니지M'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리니지라이크 역시 2017년 리니지M 이후로 고개를 들기 시작한 단어다. 국내 게임계의 문법을 뒤집을 정도로 압도적인 흥행을 거둔 게임이다. 엔씨소프트는 이 흥행에 힘입어 기업 가치 자체를 몇 단계 끌어올렸다. 2016년 20만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약 2년 뒤 100만원을 넘겼다. 
 
원작 '리니지'가 전쟁 MMORPG의 개념을 정립했다면, 리니지M은 국내에서 모바일 전쟁 MMORPG의 기준을 다시 썼다. 엔씨의 '리니지2M', '리니지W' 역시 이 기준선상에 있었다. 센서타워 집계에 따르면 리니지 모바일 3형제의 누적 매출은 70억 달러(약 9조 원)를 넘겼다.

그 왕좌에 도전하는 경쟁작들이 우후죽순 쏟아져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이제 벤치마킹 대상은 원작 리니지가 아닌 '리니지 모바일'이었다. 

리니지라이크는 모두 공성전과 필드전을 중심으로 하는 전쟁 MMORPG지만, 다만 모든 전쟁 MMORPG가 리니지라이크는 아니다. 파생된 하위 개념으로 분류할 수 있다. 리니지라이크로 구분되는 게임들은 몇 가지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사업 입장에서는 이 시장에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사업 입장에서는 이 시장에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첫째는 멈출 틈이 없는 성장 콘텐츠 제공이다. 일반 장비 외 특수 장비인 액세서리 등이 존재하고, 업데이트로 새로운 장비 슬롯을 만들기도 한다. 장비뿐 아니라 기존에 없던 성장 시스템은 주기적으로 추가되며, 성장을 위해 필요한 신규 패키지도 매우 빠른 속도로 출시된다. 

둘째는 확률을 통한 지불 유도가 꼽힌다. 캐릭터, 펫, 그밖의 카드 등 다양한 분야 가운데 한두 지점에서 확률형 뽑기 판매가 존재한다. 최상위 등급은 보통 성장의 기본 환경이 달라질 만큼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 

또 하나는 과금에 비례해 성장이 보장되는 구조다. 원하는 최종 아이템을 얻지 못해도 시도 과정에서 나온 아이템을 조합해 능력치를 올리는 기반이 마련된다. 컬렉션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다만 과하게 적용할 경우 컴플리트 가챠 논란이 생기면서 점차 완화되는 추세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동기부여다. 최강자와 최강 세력이 타 유저들에게 직접적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다. 성을 차지하고 최상위 던전과 보스 통제가 가능해지면 성장에 필요한 재화를 몰아받을 수 있어 권력의 선순환이 이어진다. 초반 선점을 위한 성장 경쟁을 위해 유저들이 지갑을 여는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1인당 과금액이 독보적으로 높다. 리니지M만큼 큰 유저풀을 갖추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유저가 모이면 경쟁이 유발되면서 수익이 발생하는 것. 이 유저풀이 형성된 중심 지역은 한국과 대만이었다. 자연스럽게 이 지역을 사업적으로 겨냥한 게임들이 줄을 이었다.

수많은 전쟁 MMORPG의 모방 대상으로 떠오른 '리니지2M'
수많은 전쟁 MMORPG의 모방 대상으로 떠오른 '리니지2M'

리니지라이크를 개발하는 것은 게임사 입장에서 타당하다. 한국 게임 시장에서 가장 리스크는 적고 리턴은 크다.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개발비를 회수할 확률이 지극히 높다. 

반면 기대를 뛰어넘는 흥행이 터질 경우, 기업 체급 자체가 달라진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이 장르를 완전히 외면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신기한 일이다. 법적 테두리를 넘지 않는 이상 게임사 서비스 포트폴리오에 리니지라이크 하나 이상을 집어넣는 것이 당연시되는 추세다.

여기서 발생하는 논쟁거리가 있다. 법적 테두리가 희미해지면서 지나치게 유사한 참조가 나타나는 추세다. 특히 '리니지2M'과 유사하게 만드는 사례가 잦다. 출시 시기 대비 그래픽이나 서비스 형태에서 상대적으로 폭넓은 유저층을 노리고 만들어진 것이 그 이유로 추측된다.

리니지M 시리즈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엔씨는 적어도 관련 BM과 게임 구조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무단으로 빼앗기는 기분이 들 만도 하다. 게임에 따라서는 타 게임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 정도로 똑같아도 괜찮냐"는 걱정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다른 모바일게임과 '리니지라이크'의 교차사용율이 유독 낮다는 것은 불안 요소다
다른 모바일게임과 '리니지라이크'의 교차사용율이 유독 낮다는 것은 불안 요소다

게임계 전체에도 좋은 신호는 아니다. 관련 장르 유저풀이 점점 고연령 세대로 넘어가고 있고, 전체 유저 숫자에 대한 불안 요소도 여전하다. 이 상황에서 발전 없이 비슷한 게임이 범람한다면 결국 지속 불가능할 만큼 유저가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압도적 매출을 차지하는 국내에서도, 전쟁 MMORPG 유저 수는 전체 게이머 대비 크지 않다. 또한 다른 장르 게임들에 비해 타 게임과의 교차사용율이 매우 낮다. 유저 사이 호불호가 확실하게 구분된다는 의미다.

경쟁작 가운데 가장 큰 롱런 사례인 '오딘: 발할라 라이징'도 자기만의 매력을 표현한 경우다. 북유럽 신화 기반의 아름다운 아트워크, 활강 같은 탐험 요소 등으로 이 게임을 해야 할 이유를 정립했다. 단순히 모방에서 그쳤다면 지금까지도 막대한 실적으로 경쟁 구도를 유지하진 못할 것이다.

장르가 늙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야 한다. 과금 부담 역시 그래야만 낮출 수 있다. 쳇바퀴를 돌면서 신규 서버 개념으로 신작을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참신한 시스템과 아이디어로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것이 전체가 함께 오래 가는 길이다.

넥슨 신작 '프라시아 전기'
넥슨 신작 '프라시아 전기'

출시를 앞둔 신작 중 발전과 진화를 예고한 게임은 몇 있다. 30일 출시될 넥슨 '프라시아 전기' 역시 전쟁 MMORPG다. 리니지라이크에 속하는지는 실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알아야 할 것이다. 다만 공개된 정보를 지켜보면, 최소한 어떻게 개성을 갖고 진화할지 고민한 흔적은 보인다. 결사의 거점 경영을 둘러싼 시스템 역시 신선하다.

4월 출시되는 위메이드의 '나이트 크로우'도 장르 최초의 언리얼엔진5 사용을 정체성으로 내세운다. 그만큼 모델링 질감과 물리 표현에서 놀라움을 샀고, 글라이더를 통한 공중 활용 전투도 특장점으로 보인다.  

일단, 위의 두 게임에 캐릭터 및 클래스 뽑기는 없다. 자세한 BM은 출시 전까지 확답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과금 유도가 게임간 경쟁을 통해 완화되려 한다는 느낌은 주고 있다. 게임성 역시 근본적인 지점에서 진화가 일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리니지M 이후 출시되는 전쟁 MMORPG는 모두 리니지M의 그늘에 있었다. 그것은 엔씨조차도 마찬가지였다. 성공 비결을 최대한 참조하려 했고, 그 가운데서 무엇을 차별점으로 두어야 할지도 큰 고민거리였다. 그 결과 리니지라이크 시스템의 진화, 리니지라이크를 탈피한 장르 다양화를 동시에 미래 해답으로 내놓고 있다.  

권력의 정점에 서고자 하는 국내 특정 유저층의 욕구가 존재하는 이상 리니지라이크는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없애야 한다는 혐오가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새로워질 것인가'에 대해 건전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것이 곧 업계가, 그리고 다양한 취향의 유저들이 공존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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