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문화 코드가 된 명곡들이 최고의 연주진으로 재탄생

[게임플] 4월 9일, 20주년을 앞둔 '테일즈위버'가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찾아온다.

'테일즈위버 디 오케스트라'는 이례적인 공연이다. 20주년 기념으로 처음 단독 오케스트라를 연다는 것부터 흔한 일은 아니다. 장소는 무려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총 좌석 2,191석에 달하는 대형 공연이다. 

이제 게이머들에게 친숙해진 안두현 지휘자와 함께, 60인조 편성의 풀 오케스트라 ‘아르츠심포니오케스트라’가 게임 속 대표 OST 25곡을 연주한다. 음악을 향한 자신감과 두터운 팬층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쉽지 않은 투자다. 

반응은 뜨거웠다. 적지 않은 좌석에도 불구하고, 테일즈위버 명곡을 최고의 연주진으로 들을 수 있다는 소식에 하루도 지나지 않아 전 좌석이 매진됐다. 예매 오픈 당일 인터파크 공연 전체 예매 2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테일즈위버가 현재 유저 수가 많거나 큰 인기를 모으는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게임의 현재 주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테일즈위버의 음악은 한 번이라도 게임을 해본 유저들에게, 나아가 게임을 아예 모르는 일부 게이머까지 그 시대 감성을 대표하는 문화 코드가 됐기 때문이다.

테일즈위버는 2003년, 당시 소프트맥스에서 자사 전작 '포리프'의 세계관을 이어 개발했던 MMORPG다. 넥슨은 게임 퍼블리싱을 담당한 뒤, IP 소유권을 완전히 넘겨받아 지금까지 운영을 이어나가고 있다.

출시와 함께 크게 세 가지 분야에서 많은 인기와 화제를 낳았다. 전민희 작가의 소설과 함께 흥미롭게 전개된 스토리, 매력적인 판타지 배경과 캐릭터,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저들의 감성을 뒤흔드는 음악이었다. 

당시 국내 최고 게임음악 제작진 사운드템프의 주축 멤버 남구민(Nauts)과 박진배(ESTi) 등이 곡을 이끌었고, 이들은 지금까지 업계 핵심 작곡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테일즈위버 음악은 그 시기 특유의 감성, 시대를 앞서간 세련됨을 동시에 갖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Reminiscence’와‘Second Run’은 테일즈위버를 넘어 한국 게임음악을 대표하는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그밖에도 'Good Evening, Narvik', 'Apparition', 'Not Ended Fantasy' 등 수많은 곡이 유저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2006년 일본에서 발매한 OST 음반은 총 4개 디스크에 120곡을 수록했다. 그 뒤로도 곡은 계속 늘어났고, 일본 밴드 '바닐라 무드'의 편곡 음반이나 10주년 어레인지 등으로 무수한 곡이 파생되면 이제 숫자를 세기 무의미할 정도의 분량이 됐다. 

대중적 파급력도 아직까지 이어진다. 테일즈위버를 해본 적이 없는 게이머조차도 OST 몇 곡 정도는 듣자마자 알아차릴 가능성이 크고, 일부 곡들은 지상파 방송 삽입곡으로 흔히 쓰이기도 한다. 게임을 넘어 국내 문화 깊숙하게 자리잡은 셈이다.

이전까지 국내 게임음악은 웅장하거나 격렬한 구성, 혹은 모험을 상징하는 음악이 주류로 자리잡았다. 테일즈위버는 이런 공식을 단박에 깬 게임이다. 

감성을 자극하는 피아노 선율, 누구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대중적 편곡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었다. 이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다양한 명곡들이 살아남는 비결이 됐다. 아직도 한국 게임음악 명곡을 논할 때, 테일즈위버의 곡을 제외하는 경우는 없다.

보통 20년 전 게임이 풀 오케스트라 공연을 개최한다면 의아한 반응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테일즈위버라면 오히려 지금까지 단독 오케스트라가 없었다는 사실이 더 의문이 될 수 있다. 공연 발표와 함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가 퍼져나간 것은 당연했다. 지난해 '디제이맥스'의 넥슨 콜라보에서도 중심에 있던 테마는 테일즈위버였다. 

4월 9일 '테일즈위버 디 오케스트라'는 총 25곡을 연주한다. 풍부한 볼륨이지만, 선호곡이 워낙 많은 테일즈위버에서는 세트리스트 선별부터 쉽지 않았을 일이다. 현재 예정된 프로그램 순서는 그런 고민 끝에 완성시켰을 게임의 역사가 들어 있다. 

1부 첫 곡으로 게임 로그인 테마인 'Tales are about to be weaved'가 시작을 알리고, 'Apparition'과 'Dawn' 등 '근본'으로 꼽히는 곡들로 이어지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Third Run', '4th Run'으로 이어지는 서비스 중반 이후의 역사도 함께 들을 수 있다. 

테일즈위버 OST의 등장은 '게임음악'이라는 이름이 가진 고정관념을 깨는 시점이었다.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 주는 감동을 넘어서, 음악으로 먼저 게임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가치를 지녔다. 그것은 곧 테일즈위버 속 세계가 지금껏 숨쉴 수 있는 원천이기도 했다. 

아직도 TV에서는 가끔씩 이들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게임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감성곡으로, 아는 사람에게는 그 시절을 온전히 담은 추억으로 들려온다. 오케스트라로 재탄생한 명곡들은 어떤 울림으로 다가올까. 벌써부터 기대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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