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캐릭터 '홋코 타루마에', 배경이 된 지역 상권 '시끌'
정부가 나서서 "게임 콜라보로 지역경제 활성화"
실제 이야기 통한 '진심 어린 이야기'가 마음 움직여

[게임플] 게임산업은 경제에 자주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캐릭터 하나가 특정 지역의 경제를 살리는 일은 드물다. 또 '우마무스메'에서 벌어진 일이다.

우마무스메는 사이게임즈가 개발한 모바일 육성 게임으로, 지난해 카카오게임즈가 한국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국내에도 잘 알려졌다. 특히 실제 경주마들의 스포츠로서 이야기를 흥미롭게 담아내 현실과의 연계 역시 갖은 화제를 낳고 있다. 

일본 서버에 지난 1월 육성 우마무스메로 추가된 '홋코 타루마에'가 그 예시다. 캐릭터 공개 시점부터 매력적인 비주얼로 팬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본격적으로 화제몰이를 한 이유는 원본마와 캐릭터가 동시에 강조하고 있는 지역적 배경 때문이다.

토마코마이와 타루마에산 위치, 삿포로에서 차로 한 시간 가량 걸린다
토마코마이와 타루마에산 위치, 삿포로에서 차로 한 시간 가량 걸린다

원본마 홋코 타루마에는 최고 등급인 G1 경주에서 3승, 지방 G1(Jpn1)을 포함하면 10승을 거뒀다. 잔디에서는 뛰지 못했기 때문에 대중적 인지도는 크지 않았으나, 일본의 역대 더트 경주마 가운데 상금 랭킹 2위를 기록하고 있을 만큼의 명마다.

이 말은 토마코마이시(市)와 깊은 연관을 가졌다. 토마코마이는 홋카이도 남서쪽에 자리잡은 도시로, 마주의 사업 구역이기도 하다. 마명 '타루마에' 역시 이 도시 근방에 자리잡은 타루마에산(山)에서 따온 이름이다. 홋카이도 트레킹 코스에 자주 포함되는 활화산이다.

2012년 데뷔해 5년간 활동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는 사이, 토마코마이시는 홋코 타루마에를 정식으로 관광대사에 임명되기도 했다. 말의 이름부터 자동으로 지역의 홍보가 됐고, 마주 역시 자신의 지역을 알리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토마코마이에 얽힌 일화는, 우마무스메 캐릭터가 된 홋코 타루마에에게도 가장 큰 정체성이 됐다.

지난해 챔피언스컵 공식 축전, 가운데 놓인 롤케이크가 '요이토마케'​​​​​​​, 홋코 타루마에(왼쪽)가 우승했던 대회이기도 하다
지난해 챔피언스컵 공식 축전, 가운데 놓인 롤케이크가 '요이토마케', 홋코 타루마에(왼쪽)가 우승했던 대회이기도 하다

사이게임즈는 지역 알리기로 캐릭터성의 핵심을 설계했다. 공식 관광대사였던 배경을 살려 승부복부터 토마코마이 가이드 유니폼을 기반으로 했고, 도시명이 적힌 어깨띠까지 둘렀다. 고유기 연출도 토마코마이 마스코트 '토마춉'과 함께 마을을 돌아보고 지역 명물을 먹고 즐기는 모습을 전면에 세웠다.

캐릭터 스토리도 고향 부흥의 꿈을 안고 상경한, 홋카이도 사투리를 쓰는 소녀의 이야기로 자아냈다. 마을 사람들이 점차 떠나고 가게가 문을 닫아가는 모습을 보고, 레이스를 통해 토마코마이를 알리려 노력하며 성장해나가는 내용은 잔잔한 감동을 남겼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게임 속 스토리와 동일하게 유저들이 토마코마이에 관심을 크게 가지는 한편, 지역 방문객과 캐릭터가 먹은 음식들의 주문량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토마코마이 돌풍은 2월 초 홋카이도 방송 HBS 뉴스에서 따로 다룰 정도였다. 보도에 따르면 마스코트 토마춉 홈페이지가 접속자 폭증으로 한때 마비됐으며, 홋코 타루마에 입간판이 비치된 지역 굿즈샵과 신사에 방문자가 줄을 이었다. 당연히 주변 상권의 매출도 급증했다는 소식이다.

음식업체 공식 트위터가 인증하는 뽑기 스크린샷
음식업체 공식 트위터가 인증하는 뽑기 스크린샷

특히 수혜를 본 브랜드는 홋카이도 명물 과자 '요이토마케'다. 홋코 타루마에 캐릭터가 즐겨 먹는 롤케이크로 등장했으며, 이 상품의 제조 공장이 바로 토마코마이에 있다. 홋코 타루마에가 게임에 추가된 시점은 요이토마케 매출이 10배 뛰어올랐다는 발표까지 나왔다.

물이 들어오자 관련 업체들의 '노 젓기'도 활발했다. 요이토마케 공식 SNS는 아예 게임 내에서 홋코 타루마에 캐릭터를 직접 뽑아 육성하고 있는 스크린샷을 올렸다. 토마코마이에서도 홋코 타루마에 입간판을 시청 앞까지 배치하고, 게임 추가를 축하하는 글을 따로 올리기도 했다.

현재 홋코 타루마에 원본마는 홋카이도 소재 목장에서 종마로 생활하고 있다. 지역 공식 관광대사로 뛰던 한 경주마가, 레이스 은퇴 뒤에도 재차 지역에 공헌하고 있다. 말 자체의 이야기와 함께 마주와 사이게임즈의 영리한 기획이 일궈낸 결과다.

토마코마이 민보 1면에 실린 홋코 타루마에 캐릭터 업데이트 소식
토마코마이 민보 1면에 실린 홋코 타루마에 캐릭터 업데이트 소식

홋코 타루마에와 얽힌 화제는 홋카이도를 넘어 일본 전역에 퍼졌다. 급기야 일본 정부와 국회가 이런 현상을 직접 주목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지난주 일본 농림수산성은 경마 산업 관련한 국회 논의에서 "경마장 방문은 지역 고용을 확보하고 주변 상권이 살아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며 "우마무스메와의 콜라보 이벤트 등의 방문객 촉진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회성 게임 전시회나 행사가 아니라, 순수하게 게임 내 콘텐츠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행보를 농림수산대신이 공식으로 밝힌 것이다. 마치 인기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의 명소 지정 같은, 철저하게 문화적인 효과다.

우마무스메 속 이야기가 지역 경제에 영향을 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주요 캐릭터이자 과거 전설적인 인기 경주마였던 오구리 캡의 출신지 카사마츠는, 게임 흥행 이후 다시 경마장에 관객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루는 풍경을 연출한 바 있다.

우마무스메의 파급력은 실제 배경과 일화를 반영한 세계관에서 나온다. 주변 상권은 물론, 지역 굿즈 판매까지 연결되면서 문화적인 가치를 함께 올려나가는 선순환이다. 경주마들의 이야기가 도박이 아닌 스포츠로서 소화되는 것도 장기적으로 말들의 처우에 큰 도움이 된다.

현실을 반영한 게임 시나리오는 매력적인 무기다. 흉내만 낼 것이 아니라 철저한 고증, 정성을 담은 이야기가 현실을 움직일 수 있다. 곱씹을 만한 이야기가 줄어가는 국내 게임계에도 이런 현상은 거대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