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에서 시작된 혁신... 게임의 상호작용 격변 올 수 있어
AI 활용도 결국 사람의 창의성에 따라 발전한다

[게임플] 인공지능은 게임을 바꿀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재미있게 바꾸느냐다.

'챗(CHAT)GPT'를 둘러싼 화제가 전 세계를 집어삼켰다. 오픈AI가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대화형 AI로, 두 달 만에 월간 사용자 1억 명을 넘어섰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세계를 대표하는 IT 업체들이 AI 비전을 우후죽순 내놓고 있다. 

챗GPT를 조금만 사용해봐도 이해가 되는 열풍이다. 그동안 존재한 대화형 AI 가운데 획기적으로 똑똑하다. 이용자의 말을 정확하게 알아듣고 그에 따른 답변을 제시한다. 엄청나게 긴 글을 빠르게 요약할 수 있고, 간단한 상황만 설명해주면 발표문이나 반성문 등 일상 생활에 유용한 글을 대신 써주는 일도 가능하다. 

빠른 확산만큼 논의도 활발하다. 학생들이 단체로 챗GPT가 써준 과제를 제출한 것이 발각되기도 했고, 부정확한 정보를 재판 판결에 활용해버린 사례도 해외에 등장했다. 대필이나 저작권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AI가 세상을 얼마나 바꿀 것인가, 인간의 가치관에 지나치게 관여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등의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조금 더 단기적인 과제로는, AI로 만들 수 있는 획기적 콘텐츠가 무엇이냐도 있다. 이것은 곧 게임계의 변수다.

이야기를 뽑아내는 능력이 놀랍다, 단 어느 정도 정형화된 흐름은 드러난다
이야기를 뽑아내는 능력이 놀랍다, 단 어느 정도 정형화된 흐름은 드러난다

챗GPT도 아직 완전하진 않다. 던져준 단서를 조합하고 압축하는 성능은 탁월하지만, 정보나 생각을 전달하는 작업은 오류가 많다.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사실과 전혀 다른 정보를 알려주기도 한다.  

글을 써주는 기능 역시 무료 서비스 기준으로는 패턴이 한정적이다. 상상 가능한 다방면의 글을 의뢰해봤다. 처음 몇 번은 경이로웠지만, 조건을 조금씩 변주해본 결과 인터넷에서 가장 흔하게 돌아다니는 표현법들의 조합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은 고정된 문장 패턴이 남아 있고, 표본이 쌓일수록 사람이 쓴 글과 차이점을 짚어낼 수 있다.

게임 대사나 도입부 등 스크립트를 써주는 모습도 화제였지만, 이 역시 일정 패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르와 배경, 주인공 성격 등을 바꿔 입력하면 정확히 그 부분만 보편적인 문장을 찾아내 교체하는 식이다. 어찌됐건 '창작'이 필요한 게임 시나리오 영역에 곧장 투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다만 '벌써 여기까지 도달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AI 그림이 사람의 발전사를 순식간에 따라잡은 것처럼, 텍스트 관련 AI가 얼마나 더 진화할지는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지금은 텍스트가 이미지보다 딥러닝 학습이 느리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알고리즘과 프롬포트의 개발에 따라 또다른 혁신이 다가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패턴이 획일화되어 있을지언정, 챗GPT 역시 창작의 각종 영역에 관여는 가능하다. 시놉시스를 뽑아낸 뒤 그에 대한 추가 질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토리의 중요 부분에서 적절한 대사는 무엇일지, 최종 보스는 어떤 이름과 설정이 어울릴지, 엔딩에서 주인공은 어떤 운영을 맞이할 것인지까지. 

어느 정도의 기틀만 잡아주면, 여러 갈래로 파생되는 질문에 대해 디테일을 더하는 역할로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개연성과 인물의 감정선 등에서 어긋남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만일 AI 활용 개발이 보편화된다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그에 맞는 새로운 역량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스토리 모순을 캐치하고 재확인할 수 있다면, 자체 수정 보완도 가능하다
스토리 모순을 캐치하고 재확인할 수 있다면, 자체 수정 보완도 가능하다

개발 변화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유저 경험의 변화다. 

게임은 대화형 AI를 활용할 여지가 넘쳐흐르는 분야로 꼽힌다. 오직 NPC들과 소통하게 되는 싱글 게임은 말할 것도 없고, 온라인 게임조차도 사람이 아닌 것들과의 상호작용이 많은 시간을 차지한다.

주인공의 말도 선택지가 아니라 유저마다 하고 싶은 말을 타이핑해 전할 수 있다면, 그것을 NPC의 AI가 알아듣고 상황에 맞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게임의 소통 자유도는 극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더 상상력을 가미한다면, 사람처럼 파티원으로 참가해주고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보스 공략을 논의하는 '봇'의 발전도 가능하다. 

국내 게임사들은 일찌감치 AI기술 연구에 인력과 자본을 투자해왔다. 대부분의 유명 글로벌 게임사보다 앞서 있을 정도다. 엔씨소프트와 넥슨 등 대형 업체는 300~400명 이상의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운영과 보안과 등 주요 업무에 활용 중이다.

노파심이 생기는 부분은 있다. AI 활용도 결국은 사람의 창의성에 따라 발전한다. 발전한 기술을 가지고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모든 콘텐츠는 어떤 과정으로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사용자가 얼마나 즐겁느냐에 따라 성공이 결정된다.

효율적 개발 관점을 넘어, 유저에게 다가갈 재미에 대한 고민과 도전이 많았으면 한다. 챗GPT가 돌풍을 일으킨 핵심 이유도 그것이었다. 일반인도 누구나 체험하자마자 놀랍고, 흥미롭고,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모인 수억 명의 이용자는 전 세계 산업에서 가능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이런 감정을 높은 완성도로 선사할 수 있는 게임이 탄생한다면, 챗GPT 버금가는 파급력이 몰아닥칠지도 모른다. AI를 극도로 활용한 게임이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 게임은 누가 즐겨도 이전에 없던 경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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