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MMORPG 경쟁 과열, 해외 내세울 신작 부재
미래 생존 위해서는 '게임'의 근본 발전 돌아볼 때

[게임플] 콘솔 게임 개발은 국내 게임사들이 플랫폼 확장 취지로 줄곧 내세워왔다. 이제는 조금 다르다. 확장 이전에 필수 과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현재 진행 중인 2022년 4분기 및 연간 실적발표에서, 게임사들의 성적은 현상유지 혹은 침체로 수렴된다. 넥슨처럼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사례도 있지만, 중견 이하 게임사들의 실적 하락과 구조조정 소식은 새로운 비전을 요구하게 만든다. 

가장 큰 원인은 해외 시장에서의 정체가 꼽힌다. 단순 숫자로는 큰 문제가 없다. 한국 게임산업 수출액은 매년 증가해 2021년 기준 10조 원에 달했다. 그러나 세부 내용에서는 특정 몇몇 게임에 집중된 성장, 향후 흥행작 부재 등의 우려가 드러난다.

국내에서는 모바일 경쟁 과잉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담보하지 못하게 됐다. 전쟁 MMORPG 장르가 매출 최상위권을 점령한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만 주요 게임사에서 같은 장르의 신작이 5종 이상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게임의 개발 인력과 마케팅 비용이 급증하며 '고매출 저수익'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문제점이다.

글로벌 시장 확대가 성장 과제로 떠오른 반면, 중국 시장의 문은 거진 닫혔다. 종종 열리더라도 모바일 분야에서는 예전처럼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 오히려 중국 현지에서 고르고 골라 탄생한 흥행작들이 국내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압도적인 수출 비중의 중국 시장이 위험해지면서 적신호 전망이 나온다
압도적인 수출 비중의 중국 시장이 위험해지면서 적신호 전망이 나온다

게임사들도 이를 감지하고 일찌감치 PC-콘솔 개발에 눈을 돌렸다. 그러나 대부분 프로젝트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개발 기간이 크게 지연되는 경향을 보였다. 국내에 콘솔 노하우를 가진 개발자는 '천연기념물'로 불릴 만큼 드물었다. 개발 초기부터 마지막 폴리싱에 이르기까지 효율적인 작업이 어려운 것은 당연했다.

이제 주요 게임사 대부분은 콘솔 게임을 출시한 경험을 한 번 이상 가졌다. 완전한 불모지에서 노하우를 쌓아올렸고, 이제는 흥행작을 내놓겠다는 각오를 내비친다.

또한, 기존 예측과 달리 국내외 모두 콘솔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10대 유저층은 모바일 이용 비율이 압도적이나, 구매력이 생길수록 콘솔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부담 없이 구매하는 성향을 보인다. 가족 단위 콘솔 인구도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한국 콘솔 플랫폼 매출 규모는 2020년 1조 원을 돌파했다. 현재 추이로 예측한 2023년 전망은 약 1조 8천억 원에 달한다. 모바일과 PC에 비하면 아직 작지만, 10여년 전에 비해 천지개벽 수준의 성장세다. 국내에서 1%도 위태롭던 콘솔 플랫폼 비중은 5%를 넘어섰다.

2023년 한국 콘솔 대작으로 기대를 모으는 네오위즈의 'P의 거짓'
2023년 한국 콘솔 대작으로 기대를 모으는 네오위즈의 'P의 거짓'

플랫폼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도 PC-콘솔 개발 중요성에 힘을 싣는다. 이미 모바일 게임의 PC 버전 동시 출시는 일상이 됐고, 콘솔 플랫폼까지 풀 크로스플레이를 시도하는 신작도 나타나고 있다. 

분명 전쟁 MMORPG류는 아직도 모바일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장르다. 그러나 앞서 언급된 경쟁 과열에 더해, 게임별 평균 접속자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몇년 전, 전쟁 MMORPG 중 한 게임이 유저 데이터를 공개한 적이 있다. 놀라운 점은 40대 이상 유저 비율이 48%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20대 유저는 7%에 불과했다. 젊은 층의 유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언젠가 임계점에 다다를 위험은 늘 존재한다.

순수 재미로 극찬을 받고 있는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
순수 재미로 극찬을 받고 있는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

AAA급 게임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국내에서 고수익을 내는 장르를 굳이 외면할 수도 없다. 사업을 위한 수익모델은 계속 지탱하되, 작품의 가치를 높이는 플랫폼과 신 장르 개척을 함께 해나가는 것이 이상적인 미래 비전이다.

현재 넥슨이 긍정적 예시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쟁 MMORPG와 대형 PC-콘솔 신작, '데이브 더 다이버'처럼 재기 넘치는 소규모 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등의 캐주얼 멀티 게임을 골고루 늘리고 있다. 개발 스튜디오가 매우 많은 곳이라 가능하지만, 다른 게임사도 몇 개 선택지를 늘릴 만한 여유와 가치는 충분하다.

초반 콘솔 진출 계획이 확장을 위한 발판이었다면, 이제는 흐름에 맞춰가기 위한 생존 수잔이다. 한국 게임이 발전해야 할 '게임적'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할 시기가 됐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더욱 큰 산업을 위한 발걸음일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