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위력, 압도적 제작 난이도로 완성된 '힘과 권력의 정점'

[게임플] '리니지'라는 게임 전체를 상징하는 아이템은 무엇일까. 유저 경험에 따라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가장 많이 나올 답변은 확실하다.

엔씨소프트는 8일 '리니지W'의 새로운 사전예약을 시작했다.'4th 에피소드: 진명황의 집행검' 업데이트를 대상으로 오픈한 것. 업데이트는 2월 22일 실시되며, 10월 스튜디오W 방송에서 처음 계획이 알려질 때부터 많은 유저들의 목표가 됐다.

리니지 IP에서 아이템 이름을 그대로 에피소드 명칭에 반영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반대로 말하면, '진명황의 집행검'이 엔씨에게 가진 의미가 그만큼 절대적이라는 뜻이 된다.

아이템의 탄생은 던전 '라스타바드'와 연결되어 있다. 설정상으로는 다크엘프의 지도자였던 단테스가 스스로를 진명황으로 칭하며 사용한 검이 진명황의 집행검이다. 라스타바드의 역사서를 통해 이 땅에서 벌어졌던 비극적 전쟁을 되짚을 수도 있었다.

세계관 속 이야기를 제하더라도, 진명황의 집행검은 성능만으로 절대적 존재감을 떨쳤다. 상위 아이템이 거의 업데이트되지 않는 원작 리니지에서 이견 없이 최고 위력이다. 2008년 처음 등장한 뒤부터 최강으로서의 상징은 변함이 없다.

무기 대미지는 편차가 있으나 작은 몬스터, 큰 몬스터 상대 대미지 모두 40에 육박한다. 강화를 전혀 하지 않았을 때 숫자다. 리니지는 전설급 무기의 대미지가 보통 20을 약간 넘기는 수준이다. 여기에 각종 버프와 인챈트를 감안하면 대미지 격차는 더욱 비교 불가능할 만큼 벌어진다.

그중에서도 결정적 차이는 작은 몬스터 상대 대미지였다. 유저 캐릭터 역시 작은 크기로 취급하므로, 곧 PvP에서의 공격력을 결정했다. 즉, 진명황의 집행검을 들고 있는 캐릭터를 만난다면 다른 무기로는 이길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시세가 하늘을 찌른 이유는 성능에 비례해 끔찍하게 어려운 제작 때문이다. 무기 제작 비법서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라스타바드 역사서 재료를 1장부터 8장까지 모두 모아야 한다. 역사서 하나를 획득하는 일조차 많은 시간과 운이 필요하고, 중복 장을 없는 장과 교환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천신만고 끝에 비법서를 완성해도 지극히 많은 재료 중 하나일 뿐이다. 집행검 완성을 위한 재료를 모두 모으려면 개인의 힘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거대 세력이 모두 투입되어 몇 달 동안 작업을 실시해야 간신히 하나를 제조할 수 있었다.

게다가 무기 재질이 블랙 미스릴이라 +1 강화만 실패해도 깨질 수 있다는 점, 라스타바드 던전 통제와 시간 제한으로 인해 재료 모으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점 등으로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가치가 최고점을 달리던 시기는 사설 거래 사이트에서 +4 집행검이 1억 원을 넘는 시세를 보였다. +5 강화가 처음 탄생하자 유저들은 적어도 4~5억 원 이상의 가치가 될 것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집 한 채에 버금가는 가격이라는 '집판검'과 같은 별명이 붙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현재 PC 원작 리니지에서 집행검이 예전만큼의 가치는 아니다. 2015년 추가된 드래곤 슬레이어가 집행검 이상의 성능으로 주목을 받았고, 이후 +6까지 안전강화 상품이 나오면서 2020년 +10 집행검으로 만드는 최초의 신화무기 그랑카인의 심판이 제작되기도 했다. 많은 유저들이 리니지 모바일 시리즈로 넘어간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상징성은 계속 올라 리니지 IP 전체를 대표하는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야구단 엔씨 다이노스가 한국 시리즈를 우승했을 때, 주장 양의지가 실물로 만든 진명황의 집행검을 뽑아올리는 세리모니를 펼치기도 했다. 이 장면은 대중들의 눈에도 들어오면서 엔씨는 곧 집행검이라는 인식까지 자리잡았다.

최고의 무기들이 현실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현상은, 리니지에서 형성해온 거대한 사회 시뮬레이션을 대변한다. 현실과 차이점이라면 힘과 권력의 논리였다. 지금은 없어진 라스타바드를 둘러싸고 벌어지던 통제전, 치열한 무기 제작 경쟁과 거래 협상의 중심에 집행검이 있었다.

게임계에 또다시 집행검과 같은 상징이 나타날 수 있을까. 수억 대의 아이템 거래는 다시 나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더욱 강한 힘을 원하는 게임 속 개인과 집단이 있는 이상, 그런 무기를 가지기 위한 유저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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