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e스포츠 산업 받칠 수 있는 현실적인 기반이 필요한 시기

[게임플] DRX의 활약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비단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발로란트 팀 역시 국제전 전적에 한 획을 그었다. 유저들은 꺾이지 않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속 열정에 기름을 부을 수 있었다. 

연이어 충격적인 소식이 찾아왔다. 스포츠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우승팀 멤버들은 새로운 팀을 찾아 나섰다. 다양한 추측과 선수 본인들의 인터뷰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도전과 동기부여를 이적의 배경으로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지난 몇 년간 꾸준히 거론됐던 선수들의 연봉 인상과 게임단의 수익 구조 등이 거론되며, e스포츠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들도 커뮤니티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그리고 관계자들 역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오래 버틸 수 없다고. 

코로나19 사태로 e스포츠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 듯했다. 농구, 야구 등 위축된 스포츠들의 빈자리를 대체하는 듯 보였다. 시장조사기관도 긍정적인 전망을 기대했다. 온라인 시청자 수는 빠르게 상승했고 정부 역시 이에 발맞춰 상설 경기장 구축, 국가별 대회 개최 등의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출처 -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
출처 -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

하지만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 추이는 코로나19로 극적인 성장을 유지하지 못했다.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8년과 2019년 22.8% 성장했던 산업 규모 1년 후 전년 대비 13.9% 하락했다. 

엔데믹 국면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는 추세라도 롤, 배틀그라운드에 버금가는 새로운 사업 영역 발굴, 리그의 확대, 기업들의 참여 소식 등이 미미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의 사업 규모 역시 기대치 이하로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 

산업의 주축인 게임단 또한 이와 비슷한 유형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익구조 확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지출이 수익의 상승세에 비해 감당하기 어려운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는 것. 특히 지출의 상당 부분을 자치하는 선수들의 연봉이 빠르게 오르면서, ‘시장 규모에 비해 선수들의 연봉이 높게 책정되어 있다’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월드 챔피언십 이후 스토브리그를 맞은 롤의 경우, e스포츠 관계자들은 이러한 시장 상황에 대해 가감 없이 의견을 제시했다. 수십, 수백억 원을 들여 즉시 전력감 선수로 팀을 구성하면 단기적인 성적을 기대할 순 있다. 

하지만 성적이 예상에 못 미쳤을 때 그리고 1, 2년마다 돌아오는 재계약 시즌에 짊어져야할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 이에 여러 게임단이 2군, 아카데미 선수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릴 계획을 유저들에게 공유하며, 당장의 성적보다 장기적인 전망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특정 팀을 제외한 게임단 상당수의 영업 수익이 10억 원 이하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또한 높아졌다. 라이엇게임즈처럼 선수의 합숙 환경과 최소 연봉 등을 보장하는 팀에게 재정적 지원을, 그리고 팀들에게 수익을 분배하는 주관사도 있지만, 해당 수익만으로 영업 손실을 모두 커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게임단들은 자체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프랜차이즈 제도가 도입된 롤의 경우, 늘어난 투자만큼 수익을 내기 위해 유튜브와 스트리밍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선수 이외에도 게임단 소속 스트리머와 기획, 제작자 등을 영입하며 팀 콘텐츠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활동들이 활발하게 이어지는 중이다. 

출처 - KLEVV 공식 유튜브
출처 - KLEVV 공식 유튜브

e스포츠 주관사, 선수들의 협력이 병행되어야 할 필요성 또한 대두되고 있다. 주관사는 대회 뷰어십 가치를 끌어올리고 스폰서를 통해 게임단들에게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선수들 역시 주관사와 게임단의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임해서, 더 큰 수익이 스폰서를 통해 흘러올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선수들의 이러한 노력과 가치를 주관사와 게임단이 혜택으로 보답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모두가 감내해야 할 리스크 역시 줄어들게 된다는 것.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지방에서 추진 중인 e스포츠 경기장 건립, 게임단 지역연고제 등 상승세를 가속하기 위한 여러 안건들이 제시되고 있다. 개중에는 논의 중인 주제와 더불어 이미 진행 중인 사안도 있다. 과거 기획 단계에 머물렀던 계획들이 가능성을 토대로 실현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산업의 성장세에 비해 기반이 충분히 닦이지 않는 모습이다. 야구, 농구 등 이미 국내에서 역사가 오래된 스포츠 구단조차 매년 적자로 큰 부담을 안고 운영의 어려움을 드러낸다. 이를 감안하면 게임단은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기 전부터 그 이상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이제는 지속성을 위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e스포츠 사업 관련 토론이 진행될 때 가장 많이 제기됐던 하지만 가능성을 넘어 확신까지는 주지 못했던 주제다. 해당 사업을 진행했을 때 자체적인 수익만으로 프로젝트를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해 냉정하고 현실적인 구상이 필요하다. 

송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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