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스토리 커버한 '블랙 아담'의 호쾌한 액션
대중성에 집중한 '워헤이븐'이 추구한 액션

출처 - 블랙 아담 공식 홈페이지
출처 - 블랙 아담 공식 홈페이지

[게임플]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지난달 19일 개봉한 ‘블랙 아담’은 아주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특히 DC 확장 유니버스 영화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분들이라면 본편 이상으로 쿠키 영상에 환호했을 겁니다. 

영화 내용은 매우 단순합니다. 칸다크는 과거 매우 융성한 고대 국가였지만 지금은 국제 군사 조직에게 점령당해 독재 국가로 변질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고대 유물을 찾던 ‘아드리아나’가 5천년 동안 잠들어있던 ‘블랙 아담’을 깨우게 되죠.

이후에는 뭐... 깨어난 블랙 아담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적을 말 그대로 ‘쓸어’버립니다. 

사람마다 영화를 좋아하는 포인트는 각기 다를 것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블랙 아담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좋았습니다. 블랙 아담은 코믹스에서 샤잠의 가장 강력한 상대 빌런으로 등장합니다. 때문에 칸다크의 수호자로서 행동하지만 파괴적인 액션으로 빌런으로서의 정체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행보가 마음에 들었죠. 

출처 - 블랙 아담 공식 트레일러
출처 - 블랙 아담 공식 트레일러

즐겁게 본 이유를 나름 구색을 맞춰 이야기했지만, 특별히 좋았던 부분은 역시 액션입니다. 영화를 설명하는데 많은 수식어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드웨인 존슨이 초능력까지 갖춘 더욱 강한 드웨인 존슨을 연기하는 영화죠. 힘으로 가득 찬 근육과 빗발치는 벼락, 손짓 하나에 폭발하는 방해물까지. 

모든 영화가 완벽할 순 없듯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몇몇 캐릭터들의 행보는 다소 뻔뻔하게 느껴져, 블랙 아담의 철퇴가 내려지길 기도했습니다. 아군이었는데 말이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높게 평가하는 분들이라면, 영화의 7~80%가 액션으로 꽉 채워진 블랙 아담을 아쉽게 바라보실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생각하기보다 느껴야 하거든요. 

블랙 아담은 말 그대로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발단부터 결론까지 매우 단순하고 메시지도 확실합니다. '드디어 블랙 아담이 깨어났다!'라는 사실이죠. 2시간에 걸친 상영 시간은 블랙 아담이 얼마나 강력한지, 그리고 DC 확장 유니버스 영화의 액션 기조가 얼마나 화려하게 바뀌었는지 보여주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것 같습니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관람 직후에 영화의 평점을 종합하는 로튼 토마토에서 블랙 아담의 평가를 봤을 때였습니다. 블랙 아담의 현재 전문가 토마토미터는 40%로 소위 ‘썩토’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반면 관객 스코어는 90%를 넘어섰죠. 평가의 차이는 대부분 비슷한 부분에서 벌어졌습니다. 짜릿한 액션을 따라가지 못하는 스토리의 부실함 때문이었죠.

만약 넥슨 게임을 즐겨왔던 유저라면 전문가와 대중들의 견해차가 발생하는 상황에 기시감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일부로 베타 테스트를 종료한 워헤이븐의 이야기입니다. 

워헤이븐은 특징이 매우 뚜렷한 게임입니다. 유저는 중세 판타지 전장에서 검과 창, 해머 등의 냉병기를 든 전사들을 조종하며 생존을 걸고 치열한 전투를 벌여야 하죠. 죽는 즉시 시체가 아닌 ‘시석’이 되어 흩날리기에, 돌가루가 호쾌하게 날리는 전장은 짜릿한 쾌감을 전달합니다. 키보드와 마우스로 게임을 플레이했던 저로서는 진동의 손맛을 느껴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블랙 아담을 본 이후에 워헤이븐을 떠올린 이유는 서로 많은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약간의 복선, 전략적 포인트만 염두에 두고 눈앞에 방해물을 제압하는데 집중하면 그만이죠. 

더욱이 워헤이븐은 이번 베타 테스트를 통해 큰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알파 테스트에서 선보였던 복잡한 전투 기능 중 상당수를 덜어냈죠. 순간 방어, 속임수 등이 제외되면서 전투 과정 자체는 매우 단순해졌습니다. 클래스 별 기술의 쿨타임이나 거리를 재며 합을 겨루는 과정은 MOBA 게임의 1vs1 대결을 연상케 합니다. 좋게 말해서 직관적이고 단순하다는 거죠. 

변화에 대한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습니다. 장르 특유의 손에 땀을 쥐는 심리전이 사라져서 전투의 깊이가 얕아졌다는 반응. 비교적 쉽게 킬을 올리고 화신력을 쌓을 수 있어, 이전보다 쉽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는 반응 정도입니다. 

워헤이븐으로 해당 장르를 깊이 있게 접근한 저로서는 후자 쪽에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속임수가 오가는 치열한 공방이 사라진 부분은 아쉽습니다만, 게임이 쉬워지면서 여러 클래스를 플레이해도 일정 수준 이상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거든요. 

무엇보다 게임이 전달하고자 하는 매력 포인트가 워낙 뚜렷했습니다. 하이엔드 그래픽으로 구현된 흩날리는 시석과 하이라이트 장면, 보다 쉬워진 조작 등을 감안했을 때 머릿속에서 이뤄지는 치열한 수싸움 대신, 무작정 무기를 휘두르며 손맛을 즐기라는 의도가 엿보였죠. 

물론 잘못 받아들였을 수도 있습니다. 신나게 상대를 시석으로 만들고 테스트가 끝나갈 무렵, 뒤늦게 알아챈 부분이 있었습니다. 클래스와 영웅들의 스토리가 상당히 자극적이고 매력적으로 짜여있다는 점이었죠. 워헤이븐 역시 비중이 가벼울 뿐, 스토리가 없는 게임은 아니다보니 제 개인적인 감상과 다른 평가 역시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블랙 아담과 워헤이븐으로 다시금 되새긴 생각이 있습니다. ‘하나의 재미에 집중한 영화와 게임은 이렇게나 즐겁구나’라는 겁니다.

명작 반열에 든 수많은 타이틀에 비하면 완성도가 부족할 수 있고 아쉬움이 남을 수 있습니다. 특히 하나의 작품에 다양한 재미를 전달하는 게임이라면 ‘단순함’은 단점이 될 수 있죠. 

하지만 관람객이자 유저로서 이번 두 작품은 단순함의 가치를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여러 메시지를 채우려다 정작 재미를 놓친 영화와 게임들이 많은 요즘이기에, 직관적으로 자신들의 매력을 발산한 블랙 아담과 워헤이븐이 보다 특별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송진원 기자
유저가 사랑하는 게임의 재미를 널리 알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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