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하나에 '길어도 10분', 단순 분량보다 호흡 변화가 중요

[게임플] "이제는 30초도 길다"

영상 제작자들 사이에서 흔히 나오는 말이다. '틱톡'과 '유튜브 쇼츠'로 대표되는 1020 세대 영상 소비문화는 미디어의 판도를 뒤집었다. 한두 시간 분량의 영상물이 점차 짧게 분할되고, 급기야 30초 내에 승부를 보는 영상 콘텐츠가 주류로 따올랐다.

쇼츠 뉴미디어는 영상을 인위적으로 줄인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간편하고 직관적인 감성이 필요하고, 짧은 분량에 맞게 또다른 기승전결을 갖춰야 한다. 이를 요약하면 '호흡'이 된다. 시청자 입장에서 방지턱과 스트레스 없이 즐긴 뒤 스치듯 지나가도록 하는 것이 짧은 영상의 선결 조건이다.

게임 역시 영상 콘텐츠와 비슷하게 걸으며 변화해왔다. 게임이 짧아지는 것은 스마트폰의 시대가 오면서 예견된 일이었다. 언제든 터치 한 번으로 켜고 끌 수 있으며, 손가락 하나만으로 조작되는 게임도 연구가 계속됐다. 

모방 문제는 있지만, '탕탕특공대'는 15분 최적화 호흡은 완벽하게 구성해냈다
모방 문제는 있지만, '탕탕특공대'는 15분 최적화 호흡은 완벽하게 구성해냈다

현재 이용자 수와 매출에서 모두 대흥행을 누리고 있는 게임이 있다. 하비에서 개발한 '탕탕특공대'는 스팀에서 큰 인기를 끌은 '뱀파이어 서바이버즈(뱀서)'를 거의 그대로 가져다 쓴 게임성을 취한다. 다만 궁극적인 게임 설계에서 뚜렷한 차이가 한 가지 존재한다.

'뱀서'가 스팀 유료 게임으로서 30분 버티기를 게임 목표로 설정했다면, 탕탕특공대는 15분 간격으로 스테이지를 쪼개 수직 상승시킨다. 그리고 인앱 결제를 통한 무기와 패키지 구매를 단계마다 유도한다. 대중적인 트렌드를 잘 자극해 100만 명이 넘는 접속자를 유치해낸 사례다. 

짧고 간단한 게임의 대중적 선호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전체 비중에서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라이트유저층은 깊은 대작보다 캐주얼게임을 주로 즐겨왔다. 모바일 인기 다운로드에서 이런 성향은 짙게 드러났다.

하지만 현재 구도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이전과 다르다. 첫째는 광범위한 유저층의 구매력이 올랐다는 것. 

모바일 초창기는 다운로드가 높은 하이퍼캐주얼 게임을 매출 순위에서 발견하기조차 힘들었으나, 모바일게임에 조금씩 돈을 쓰는 일이 점차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조금씩 바뀌어간 인식은 결국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제는 캐주얼 게임이 박리다매 전략을 써도 예상 이상의 매출을 기대할 만하다. 물론 그만큼 유저 수를 끌여들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만. 지금도 탕탕특공대를 비롯해 '꿈의 집' 시리즈, '로드 모바일'처럼 간편하고 저렴한 상품의 게임들이 높은 유저수를 바탕으로 매출까지 잡는 형태다.

'와일드 리프트'는 '롤'에 비해 선명하게 짧은 호흡을 자랑한다
'와일드 리프트'는 '롤'에 비해 선명하게 짧은 호흡을 자랑한다

둘째는 주류 게임들 역시 콘텐츠의 호흡을 짧게 가져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작 멀티플레이 게임에서 30분 이상 쉼 없이 격돌하는 시대는 옛말이 됐다. 신작일수록 한 호흡에 콘텐츠를 끝내는 시간은 20분 이내가 권장되며, 모바일은 10분 안쪽도 흔히 나온다.

'리그 오브 레전드'만 해도 평균 플레이타임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소환사의 협곡 한 판에 기본 30분, 조금 장기전이 나오면 50분을 흔히 넘기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솔로 랭크에서도 50분 넘기는 게임은 극히 희귀하다. 

최근 나오는 멀티플레이 게임들 역시 마찬가지다. '브롤스타즈'는 불과 3~4분 정도에 한 판이 끝나면서 아이들이나 가족끼리도 가볍게 즐기는 게임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그밖에 '로블록스' 같은 참여형 창작 플랫폼도 10분 이내로 끝내는 콘텐츠가 핵심으로 작동하고 있다.

3분이면 끝나는 대전으로 세계적인 대중성을 휘어잡은 '브롤스타즈'
3분이면 끝나는 대전으로 세계적인 대중성을 휘어잡은 '브롤스타즈'

여기서 국내 게임사들이 흔히 놓치는 지점이 있다. 콘텐츠 플레이타임은 짧게 가져가는데, 콘텐츠의 호흡은 예전 그대로에서 벗어나지 않는 현상이 종종 보인다. 긴 콘텐츠의 초반 부분만 잘라서 한 판으로 끝내는 식이다. 영상으로 치면 한 시간 분량 다큐멘터리를 5분씩 잘라서 올리는 셈이다. 

콘텐츠 분량뿐 아니라 짧은 시간에 재미를 압축하는 방법을 더욱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서 세계적인 게임이나 플랫폼이 된 사례가 해외에 점차 보인다. 가볍고 스트레스 없는 젊은 감성의 '호흡', 쇼츠 미디어에 고민할 숙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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