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받이'였던 라이브 게임 디렉터들, 또다른 '인플루언서'가 되다

[게임플] "떳떳한 게임을 만들겠다"

넥슨이 지난해 변화를 다짐하며 내놓은 약속이었다. 이용자를 위한 투명한 정보공개와 소통, 신뢰 회복을 대원칙으로 삼았다. 각종 논란에 휘말리면서 홍역을 겪은 뒤 운영조직 개편까지 단행하면서 실행에 옮겼다. 

신뢰 회복은 결국 정보공개와 소통이 이뤄질 때 나타나게 될 결과물이었다. 그중에서도 소통은 최대 관건이었다. 명확하게 정의내리기부터 쉽지 않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소식을 많이 전달하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해서 소통이 훌륭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넥슨의 진통은 길지 않았다. 시행착오를 겪은 뒤, 라이브본부를 중심으로 운영과 소통 변화를 금세 보였다. 특히 넥슨이 중점적으로 내세운 소통법은 어느새 유저들의 평가를 반전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피파온라인4 박정무 실장
피파온라인4 박정무 실장

강원기, 윤명진, 박정무, 민경훈. 한 게임의 디렉터지만 이제 게임 바깥에서도 들려오는 이름들이다.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피파온라인4, 그리고 마비노기에 이르기까지. 이 게임들은 지난해 운영 항의와 트럭 시위 등 갖은 방법으로 유저들의 비판을 받곤 했다. 디렉터의 이름 앞에 비속어가 붙은 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예전 라이브 게임 디렉터들은 '욕받이'와 같았다. 중대한 사건이 아닌 이상 직접 등장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했다. 평소에는 '운영진'으로 뭉뚱그려 일방적인 안내문이 있었고, 운영에 불만이 있을 때마다 유저들이 분노를 표출하는 대상이 됐다.

하지만 디렉터들은 이제 다른 의미에서 '네임드' 취급을 받는다. 게임 운영자이자 동시에 방송인이 된 것이다. 녹화방송 뒤에 더 이상 숨지 않고, 실시간 방송을 정기적으로 열면서 채팅과 직접 대화한다. 비판의 글이라도 모두 읽고 응대하자, 비판보다는 격려가 점차 늘었다.

운영에서 중요한 것은 내부 개발뿐이 아니었다. 좋은 운영을 위해서는 누군가 대표자가 되어 내부 상황을 유저들에게 알리고, 유저들의 말을 경청해 내부 개발에 반영해야 했다. 이성적으로는 게임 품질을 높이고, 감성적으로는 양쪽 사이 거리감을 좁히는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강원기 디렉터는 이제 넥슨 최고의 인플루언서다
강원기 디렉터는 이제 넥슨 최고의 인플루언서다

운영을 상징하는 대표자가 정기적으로 소통 창구로 나서는 체제는 이제 게임계 정석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례로 넷마블이 서비스하는 '페이트/그랜드 오더(FGO)'는 과거 운영 주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채 운영 미숙으로 트럭 시위가 촉발됐지만, 이후 운영 개선과 함께 한지훈 사업본부장 등 핵심 인물들이 등장해 소통에 나서면서 커피 트럭을 받게 되는 변화를 맞이하기도 했다. 

넥슨은 이런 소통의 법칙을 비교적 빨리 정착시킨 곳이다. 각자 방송을 통해 유저들의 '인플루언서'가 되자, 각 게임의 디렉터들이 교차하며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진풍경도 확인할 수 있었다. 

던전앤파이터 생일 방송에 강원기, 박정무 디렉터가 난입하거나 지난 마비노기 라이브 토크에 강원기 디렉터가 방문해 '먹방'을 실시하는 등. 유저들의 웃음을 자아내고 한결 가까이 다가서는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넥슨 게임들에 대한 커뮤니티 반응도 1년 만에 극적으로 달라졌다. 2021년 넥슨 기사에 달린 댓글이 비판과 공격으로 점철된 반면, 현재 주력 게임들의 커뮤니티 반응은 운영에 대한 만족감이 주를 이룬다. 

메이플스토리는 지난해 큐브 사태 이전부터 이미 부정 댓글이 절반을 훌쩍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소통 부족을 향한 불만이 거셌다. 하지만 지금은 지속적으로 개선된 부분에 대한 긍정 반응과 게임 콘텐츠 관련 토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메이플스토리에 그치지 않았다. 마비노기와 마비노기 영웅전, 던전앤파이터 등 넥슨 라이브게임 전반에서 확연한 동향 변화를 나타냈다. 접속자와 게임 성적 역시 반등했다. 단기 실적에 집착하지 않고 길게 보는 운영과 정성 들인 소통을 보이자, 오히려 장기적으로 더욱 큰 실적이 돌아오는 현상이 드러난 것이다. 

넥슨이 밝힌 '떳떳한 게임'은 결국 모든 것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며 대화를 나누는 데서 출발했다. 

디테일까지 누군가 시킨 것이 아니라, 유저 반응을 살피면서 스스로 고민하고 내놓은 해답이었다는 것에 의미가 깊다. 지난 7일 마비노기가 실시한 첫 라이브 토크는 넥슨의 변화를 상징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민경훈 디렉터와 최동민 팀장은 처음 진행하는 온라인 생방송에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부정적인 검색 결과와 채팅 반응까지 모두 받아들이면서 진심으로 게임과 유저를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결국 방송은 마지막까지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에서 종료될 수 있었다.

물론, 가장 중요하게 인지해야 할 점이 있다. 실시간 소통이 즐겁기 위해서는 운영 내용에서 만족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넥슨의 소통이 달라진 최초의 이유는 업데이트 자체의 품질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이 점을 끝까지 기억한다면, 앞으로도 넥슨을 향한 운영 칭찬은 분명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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