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게임이 재미있을 것이냐"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

[게임플] 돌아보면, 2017년부터 무풍지대였다.

국내 게임계에서 가장 깊은 의미를 가진 장르는 MMORPG다. 세계 최장수 MMORPG '바람의 나라'부터 시작해 '리니지', '메이플스토리', '라그나로크' 등 천금 같은 IP들이 업계 황금기를 이끌었다. 유저들 입장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과 추억을 묻은 곳이다.

플랫폼 주도권이 PC에서 모바일로 옮겨가자, 이 장르는 힘을 잃는 듯했다. 모바일 환경에 맞는 MMORPG의 문법을 찾아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MMORPG는 국내 시장에서 수요와 매출 기대치 모두 압도적으로 컸다. 노하우를 쌓아온 개발자 역시 가장 많았다. 장르 활로를 집중적으로 고민하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다만 그 속에서 장르 편중을 향한 우려도 분명 있었다. 

답을 찾은 시기는 2017년경이었다. 넷마블이 2016년 말 출시한 '리니지2 레볼루션'은 모바일에서 MMORPG가 장기 흥행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는 첫 증명이었다. 다양한 콘텐츠를 하나로 묶는 '넷마블류' 시스템과 BM, UI 구조가 정착되기도 했다.

이어 2017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은 모바일게임의 사업적 역사를 다시 썼다. '엔씨류' 시스템과 BM에 많은 업체가 눈을 돌리는 계기였다. 세력간 경쟁 판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승자에게 명확한 성취감을 제공하는 기법은 독보적인 실적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모바일 MMORPG 대부분은 둘 중 하나의 틀에 탑승했다. 협력 중시, 경쟁 중시냐에 따라 선택지는 결정됐다. 이를 기반으로 조금씩 변주하고 발전시키는 정도였다. 그런 수준의 고민만 거쳐도 기대만큼의 실적을 거두는 데 문제가 없었다. 

적어도 2022년 상반기까지는 이런 흐름이 반복됐다. 즉, 2017년부터 5년 동안 한국 MMORPG에서 새로운 바람은 불지 않았다.

'국밥'이라는 표현이 있다. 매번 안정적인 맛이고, 비싸지 않은 비용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다는 뜻에서 탄생했다. 한국 시장에서 지금의 모바일 MMORPG는 '국밥'과 같았다. 

하지만 이제 매번 먹던 맛으로 허기가 가시지 않는 시대가 오고 있다. 동일한 방식으로 한계가 있다는 의견은 오래 전부터 존재했고, 당시 걱정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대작 MMORPG가 등장할 때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흘러나왔다. 유저 평가는 그렇게 변한 지 오래 되었고, 이제는 실적에서도 같은 말이 나온다. 근 1년간 대형 게임사들의 단체 실적부진 이유는 비단 세계적 경제 침체만이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모바일에서 한국 게임을 즐기는 유저 역시 매년 줄고 있다. 코로나19 특수로 잠시 반등한 시기를 제외하면 꾸준한 하향세다. 소수의 '핵과금' 유저가 게임 매출 대부분을 떠받치는 형태는 언젠가 끝이 있다. 그 시점이 언제일지를 아무도 알 수 없을 뿐이다.

글로벌 시장 도전에서 느껴지는 괴리감도 존재한다. 경쟁과 세력전을 핵심으로 하는 모바일 MMORPG는, 대만과 러시아 등 특정 국가를 제외하면 명백하게 인기가 없다. 게임 만듦새를 떠나 취향과 감성부터 어긋난 현상을 보인다. 확장을 위해서라면 게임성 확장과 트렌드 반영이 따라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긍정적인 신호는 있다. 바뀌어야 한다는 자각을 업계 전체가 가지기 시작했다. 내수 시장 안주를 끝내고 서구권 겨냥 RPG를 만들거나, 콘솔 멀티플랫폼을 기본으로 가져가는 게임사들이 늘었다. 기존 '리니지라이크'에서 과금 유도를 뺀 시스템을 내세운 신작도 준비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진화-발전 단계다. '한 걸음 더'가 요구된다. 게임 방식부터 BM, 시스템, 감성, 연출 등 모든 면에서 새로운 '판'을 벌일 필요가 생겼다.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이냐"가 아니라 "어떤 게임이 재미있을 것이냐"를, 사업가가 아니라 게이머가 주도권을 잡고 고민해야 한다. 해외의 '원신', '우마무스메' 같은 최근 대흥행작들 역시 그런 과정을 거쳐 결국 막대한 수익까지 올린 게임들이다.

이제는 늘상 먹던 맛 말고도 신 메뉴를 개발할 때가 됐다. 한국의 K-POP, 영화, 드라마가 세계를 호령하는 비결은 높은 퀄리티와 새로운 재미에 있다. 게임의 법칙도 다르지 않다. 기본기를 다시 올릴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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