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가 겸 의원의 한 마디, 잊고 있던 가치를 말하다

(이미지: 아카마츠 켄 트위터)
(이미지: 아카마츠 켄 트위터)

[게임플] 게임도 인류가 남겨야 할 문화유산 중 하나일까.

일본의 한 유명 '오타쿠'가 국회의원이 됐다. 이름은 아카마츠 켄, '러브히나'와 '마법선생 네기마' 등 과거 흥행작 여럿을 그린 만화가다. 그는 이달 진행된 일본 참의원 선거에 자민당 소속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되면서 국회에 입성했다.

아카마츠 당선인은 선거 전후로 흥미로운 화두를 꺼냈다. "이 세상 모든 게임을 플레이 가능한 형태로 보존하자"는 것. 지난 7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지금까지 나온 게임 중 현재 플레이하기 어려운 것도 많은데, 어떠한 형태로든 남겨서 원격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과 법률을 정비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소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추진 중인 프로젝트다. 13일, 아카마츠는 트위터를 통해 '플레이 가능한 상태로 과거 게임의 합법적 보존'을 주제로 전문가 선발팀 구성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것은 모두가 꿈꾸지만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일이었다. 게임은 자타공인 '문화'로 불린다. 음악, 도서, 영화, 공연 등 기존 콘텐츠와 궤를 같이 하는 단어다. 그러나 그들과 달리 보존 안정성은 취약했다.

게임의 개방 여부는 오직 게임사의 의지에 달려 있다. 서비스 종료를 공지하고 서버를 내리면, 그 게임의 플레이는 영영 불가능해진다. 싱글플레이 게임 역시 운영체제나 기기 플랫폼이 호환되지 않는 과거 게임은 플레이가 어렵다. 유통사가 같아도, PSP 독점 게임을 PS5에서 돌려보는 일은 불가능하다.

기업이 문을 닫으면 게임 개발과 서비스 과정에 투입된 수많은 리소스가 유실되기도 한다. 훗날 리메이크나 차기작 개발처럼 IP 부활을 위한 작업에 들어갈 때, 과거 자료를 찾을 수 없어 갖은 고생을 하는 일은 흔하다. 

모든 문화 '작품'에서 이용자의 경험은 보존하고 되새길 권리를 가진다. 과거 유산을 미래에 남기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다. 도서 등 출판물은 의무적으로 국립도서관에 몇 부를 보내야 하고, 영화와 방송 같은 영상물도 따로 보존 시스템이 존재한다.

게임도 이런 아카이브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완성된다면, 스트리밍 기술과 연결해 유저들이 집에서 언제든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세상이 가능해진다. 이것은 유저의 추억을 보존한다는 면에서도 엄청난 가치가 있다. 

개발 관점에서도 귀중한 자산이다. 모든 창작은 과거의 경험을 밑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지금 폐기되어 잊혀진 아트워크나 모델링 등의 리소스들, 게임 기획안과 플레이 구조를 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면 후대 게임계에 영감을 남길 요소는 충분하다.

옛 게임을 보존하기 위한 움직임은 국내외 기업 혹은 단체를 통해 늘 이어져왔다. 국내에서 자사 게임 아카이브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곳으로는 넥슨이 꼽힌다. 넥슨컴퓨터박물관 등 다양한 매체로 게임 역사와 데이터를 보관하고, 유저들이 각자의 플레이 흔적을 저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 '듀랑고'의 사례도 있다.

문제는 이런 활동을 기업과 개인의 순수한 '선의'에 기대야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나 판매가 종료된 게임의 리소스를 온전히 남기는 곳은 드물다. 정무부처에 게임 역사와 기록을 보관하는 기관이 존재하고, 이를 업계와 유저가 열람할 수 있다면 진정한 '문화 자산'으로 남게 될 것이다.

종료와 함께 유저 개인 섬 저장을 지원해 보존의 가치를 되새긴 '듀랑고'
종료와 함께 유저 개인 섬 저장을 지원해 보존의 가치를 되새긴 '듀랑고'

게임을 수십 년 보존하는 일은 다른 문화 콘텐츠에 비해 어렵다. 구동 플랫폼이 빠른 속도로 바뀌며, 온라인 게임일 경우 서버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고민이 필요하다. 너무 빠른 속도로 유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순간에도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수많은 게임이 있다. 매달 쏟아지는 수천 개 게임을 모두 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던 게임부터 천천히 보관해나가는 것은 생각해볼 일이다. 데이터 저장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기에 더 이상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다.

게임은 문화예술 작품이다. 게임계 다수가 그렇게 주장한다. 정말 그렇다면, 작품의 보존은 정책 단위로 이야기할 주제다. 일본의 한 의원의 말이, 우리가 잊고 있던 '문화유산'의 가치를 되새기고 있다.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