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들의 인식이 변하는 만큼, 업계 또한 변화를 가질 필요 있어

[게임플] 게임 업계에서 ‘가치 보존’과 관련된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가치 보존은 자신이 해당 캐릭터 혹은 계정에 돈과 시간 등의 자원을 투자했다면 이에 대한 가치를 어느 정도 보존해 주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거금을 들여서 장비를 남들보다 높은 수준으로 강화를 했다. 하지만 상위 장비로 넘어가면서 모든 게 초기화돼 남들과 동일선상에서 시작하면 가치가 하나도 인정되지 않는다.

과거에는 많은 유저들이 이를 당연시 여기며 처음부터 강화를 진행했다. 그러나 유저들의 게임 이해도가 점차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투자해둔 게 모두 사라지자 ‘어차피 투자해도 소용없다’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다르게 말하면 유저들 사이에서 자신이 투자한 장비도 소모품이 아니라 일종의 자산이라는 인식이 점차 강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상위 아이템을 추가하기 쉬운 MMORPG에서 주로 발생했다. MMORPG는 보통 최고 레벨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면 신규 아이템도 덩달아 추가되는데 여기서 리셋이 이뤄진다.

그러면 유저들은 그간 이전 아이템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했던 자원을 회수하지 못한 채 다시 비슷한 수준을 새로운 아이템에 쏟아부어야 한다.

게임사의 입장에선 리셋을 진행해야 수익을 챙길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수단일 수 있다. 하지만 유저들도 사람이다 보니 이러한 행위가 계속되면 점차 지치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MMORPG들이 장기간 서비스를 이어왔다 보니 유저들은 신규 콘텐츠 추가를 원하면서도 가슴 한편으로는 상위 장비가 추가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일어난다. 이로 인해 최근 게임 시장에서 아이템 가치 보존의 중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다만 유저들도 상위 장비가 등장하면 어느 정도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치 보존의 핵심은 투자했던 자원을 전부 회수하는 게 아니라 유저들이 투자한 일부를 보장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던전앤파이터’의 경우, 지난 100레벨 업데이트와 함께 신규 시스템 ‘계승’과 ‘새김’이 새롭게 도입됐다. 그중 핵심은 새김이다.

새김은 이전 단계 장비에 투자했던 강화 수치 등을 그대로 상위 장비로 옮기는 시스템이다. 물론 새김을 이용하기 위해선 일정량의 재화가 요구되는데, 높은 수치를 옮길수록 더 많은 재화가 필요하다.

계승은 강화 수치 등을 같은 레벨 장비에 이동시키는 시스템으로 다른 장비로 변경하고 싶을 경우 사용하면 유용하다.

두 존재로 인해 던전앤파이터에선 많은 유저들이 가치 보존에 대해서는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에 ‘안전 강화’도 도입되면서 적정 수준의 스펙만 유지하던 유저들도 고스펙에 도전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또 다른 예시는 ‘로스트아크’다. 로스트아크는 신규 콘텐츠와 상위 장비를 같이 도입했다. 기존 장비를 상위 장비로 계승을 할 수 있다. 던전앤파이터와 달리 강화 수치는 떨어지지만 아이템 레벨은 유지된 상태로 계승이 진행된다.

이로 인해 자신이 투자해서 올린 아이템 레벨은 고스란히 유지되기 때문에 남들보다 해당 수치만큼 올려야 할 수고가 덜어지는 것으로 가치가 보존되는 셈이다.

이처럼 가치를 보존하는 방식은 게임마다 성장이나 강화 시스템 등 내부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게임에 맞는 형태로 제공된다.

한편, 가치 보존을 다른 시선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해당 장비의 가치를 보존한다는 것은 결국 지금까지 해당 방식으로 얻어왔던 수익을 포기하고 다른 형태로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의미기도 하다.

과거 리셋을 통한 과금 구조는 결국 고강화를 통해 남들보다 강해지려는 사람들을 통해 수익을 얻어왔다. 결국 소수의 사람들이 과금을 하면서 서비스를 유지하는 형태로 소수의 부담이 너무 컸다.

가치 보존을 도입하면 소수의 부담이 감소하기 때문에 다른 과금 구조를 도입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 이로 인해 등장한 게 바로 ‘박리다매’의 원칙을 내세운 ‘시즌패스’다.

시즌패스는 보통 해당 가격으로 얻을 수 없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유저들의 구매를 유도하면서 혜택을 받기 위해 꾸준히 게임을 하도록 만든다.

이외에도 한 번만 구매하면 여러 혜택을 얻을 수 있는 패키지 판매 등 소수가 아닌 다수의 유저에게 부담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게임사와 유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가치 보존은 비단 MMORPG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가치 보존에 대한 중요도가 점차 상승함에 따라 여러 게임에서 유저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유저들이 원하는 요소가 예전과 많이 달라진 만큼, 게임사들도 이러한 니즈를 파악하고 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정준혁 기자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열정으로 열심히 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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