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산업 트렌드, 게임人과 게이머가 진심으로 원하는 지점을 읽어내길

[게임플] 대한민국의 새로운 5년을 이끌어갈 대표자가 결정됐다.

9일 실시된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헌정 사상 최소 득표차인 0.73%p 차이로 마무리됐다. 접전 끝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이 확정됐고, 5년 만의 정권교체로 인해 행정 내각에 큰 변화가 예고됐다.

이번 대선은 게임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오랜 시간 게임은 아이들의 불필요한 유흥 정도로 치부되어왔다. '사회악'으로 몰려 뭇매를 맞는 시절도 있었다. 그 게임의 인식과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유력 후보들이 일제히 게임산업 진흥과 게이머 보호를 외치며 젊은 표심 잡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연초 SNS를 통해 "게임은 결코 질병이 아니며,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전세계에 수출하는 효자산업"이라면서 "지나친 사행성이 우려되는 부분 이외에 정부 간섭은 최소화하고 게임에 대한 구시대적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따로 기자회견을 통해 게임 공약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진 바 있다.

게이머들의 반발이 잇따랐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는 게임사 내부에 이용자권익보호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게임에 대해 잘 아는 소비자들이 직접 확률 준수 여부를 감시하고 고발 가능하게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다만 진정 게이머가 바라는 사행성 방지까지는 갈 길이 남았다. 확률 공개만으로 근본적 문제가 해결될지에 대해 결론이 나지 않았고, 위원회가 유명무실해지지 않도록 자세한 모델을 만들고 실행하는 과정이 빠르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게임 공약 중 반가웠던 부분은 게임 소액사기 전담 수사기구 신설, 장애인 접근성 확대다. 본인의 캐치프레이즈인 공정과 상식에 걸맞는 이용 환경 확대로 보인다. 특히 급변하는 디지털 세계에 수사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으므로 반드시 실현됐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현실적으로,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정계 인사가 게임을 깊게 익히고 공부하길 바라기는 어렵다. 처리해야 할 국가 현안이 산적해 있다. 결국 그 당에 정책 및 법안을 맡은 인재들이 게임 전문성을 얼마나 갖췄는지가 관건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정계에 닿는 게임인들의 목소리가 편중되어 있다는 지적을 해왔다. 한국게임산업협회를 비롯해 큰 기업들의 의견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주체는 많았지만, 게임 그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예산과 정책을 제시할 통로는 드물었다. 

게임계 일선 종사자들, 그리고 소비자인 게이머들을 대변하는 인물이 행정부에 최대한 많이 참여해 게임 관련 개념과 안목을 보완해주는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개념이 '업계'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계에서 늘상 지적해온 고질병 중 하나가 예산 분배 문제다. 매년 높은 금액의 게임 스타트업 지원예산이 책정되지만, 게임의 품질이나 내용보다 바깥에서 솔깃할 만한 신기술 모델에 지원이 편중되는 현상이 있었다. 과거 VR 등 체감형 게임이 대표 예시고, 현재는 블록체인과 메타버스가 단골 키워드다. 

신기술 역시 지원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콘텐츠의 질이 중요하다. 정작 훌륭한 게임성으로 무장한 소규모 게임이 신기술과 연관 없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잦다. 마찬가지로 게임 전문성을 갖춘 심사 시스템이 절실하다. 

블록체인 'P2E' 게임을 비롯한 메타버스 산업은 아직 명과 암이 공존하는 태동기다. 앞으로 게임을 넘어 우리 생활을 크게 바꿀 수도 있는 중요 기술이 맞다. 그러나 정책은 물론 산업 생태계도 정립되지 않은 시점에 무분별한 투자 유치와 폐해도 발생한다. 명확한 정책과 경제사회적 분석이 필요한 시기다.

게임과 IT 종사자들의 근무환경에 대해서도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염려스러운 지점이기도 하다. 윤 당선인은 작년 "게임 개발에 주 120시간을 바짝 일하고 이후 쉴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인용했으나, 그렇게 사용된 '크런치 모드'가 휴식 기간은 보장받지 못해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낸 업계 전력이 이미 있었기 때문이다.

대형 게임사들의 연봉 조건과 근무시간이 크게 나아진 대신, 중소 업체들의 환경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열악해지면서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실정이다. 산업의 허리를 회복시키는 것도 건강한 게임계를 위한 필수 과제다.

대통령 혼자 절대적인 영향을 발휘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개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가 대통령이다. 새로운 시대정신이 차세대 산업의 트렌드를 읽어내길, 게임계를 넘어 게임을 즐기는 모든 세대가 조금이나마 더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