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가 없으면 판매 시세도 급락... 'P2E 게임성'을 향한 연구 개발 필요해

[게임플] "게임의 본질은 재미인데, 재미에 대한 이야기가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선진국 시민들이 P2E를 하기 위해 게임하나요? 우리는 목적과 수단을 거꾸로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현장 패널 좌석에 앉아 토론을 지켜보던 마리텔레콤 장인경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지난주 국회에서 열린 '차기정부 게임정책 방향과 제언 토론회'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게임법 전부개정안과 함께 P2E 게임의 향후 모델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장인경 대표는 게임업계의 '대모'로 불린다. 1994년 한국 최초 상용화 머드게임 '단군의 땅'을 출시했고, 이후 해외로 진출해 1999년 전략 웹게임 '아크메이지'로 글로벌 유저 500만명을 모았다. 온라인게임의 재미를 가장 먼저 알린 인물인 만큼, 발언은 특별한 울림이 있었다. 

P2E는 블록체인 기술과 NFT를 이용해 게임으로 가상경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발상에서 열풍이 시작됐다. 하지만 게임 사업성과 블록체인 산업을 향한 전망이 오갈 뿐, 대외적인 논의에서 재미에 대한 이야기는 차순위로 밀려 있었다. 

전세계에서 화제를 끌었지만 연말부터 시세가 추락한 '엑시 인피니티'
전세계에서 화제를 끌었지만 연말부터 시세가 추락한 '엑시 인피니티'

■ '재미'가 없으면 '돈벌이'도 어렵다

재미 이야기가 철저하게 무시된 것은 아니다. P2E를 내세우던 게임사들은 점차 'P&E'를 말하고 있다. 

'플레이 앤 언', 즐기면서 동시에 돈을 번다는 의미다. 돈을 벌기 위해 플레이한다는 느낌의 P2E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오로지 돈벌이 목적으로는 게임과 재화 운영에 한계가 있다는 말이 나왔다.

분위기가 바뀐 계기는 '재미'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다. 재미를 챙기지 않은 해외 NFT 흥행게임들이 연이어 가치 폭락을 겪었다. 대표작 '엑시 인피니티'의 토큰 시세는 최고점에 비해 30분의 1 선으로 내려갔다.

판매자가 늘어나고 구매자가 줄어들면 수요와 공급의 경제 순환이 무너진다. 토큰 수량은 계속 늘고 팔겠다는 사람만 있는데 시세가 유지될 수는 없다. 돈을 벌기 위한 게임이 오히려 돈을 벌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장인경 대표의 발언 중 핵심을 찌른 부분도 있었다. P2E 게임은 그 관심과는 반대로, 구매력을 갖춘 선진국 시장에 진입한 적이 없었다. 흥행 지역은 실물화폐 가치가 낮은 동남아와 남미 일부 국가다. 게임으로서 품질은 아직 주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결국 필수 요건은 구매자의 확보다. 게임 아이템에 돈을 지불하더라도 이 게임을 즐기기 위한 유저들이다. 구매자가 많기 위해서는 물론, 돈벌이와 상관 없이 게임 자체가 재미있어야 한다.

■ P2E 게임'만이' 가질 수 있는 재미를 말할 차례

다만 아직은 부족하다. "재미를 어떻게 줄 것인가"를 향한 물음이 곧바로 나와야 한다. P2E 게임도 게임인 만큼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기획을 세워야 한다. 동시에, 일반 게임과 다르게 P2E에 적용되는 재미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일반 게임과 다른 점은 재화 가치와 밸런스를 마음대로 뜯어고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이템과 자원이 NFT로 저장되면 그것은 유저의 고유 자산이다. 게임사들도 NFT를 통해 유저와 이익을 나누겠다고 말한다. 자산화가 된다는 것은 유저에게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게임성에서는 역으로 족쇄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은 게임 속 환금성이 존재할 경우 국내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이 심의법이 계속 유지될지, 완화된다면 언제쯤일지 지금으로서는 알기 어렵다. 다만 지금처럼 기존 게임에 블록체인 토큰만 씌운 방식으로는 사행성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요원하다. 설령 완화가 된다고 해도, 게임성 연구 없이는 게임으로서 지속 가능한 서비스가 어렵다.

P2E'에서도' 재미를 주겠다는 말에서 끝나서는 안된다. 'P2E 게임'이 가질 수 있는 재미가 무엇인지 답해야 한다. 돈을 벌고자 접속하는 이용자도, 순수한 게이머도 모두 만족 가능한 모델이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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