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적 성격, 세계적 추세, 장기적 진흥책 모두 '금지'를 말한다

[게임플] 확률형 아이템에서 무엇보다 막아야 하는 시스템은 무엇일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정계에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여야가 뜻을 합치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게임법 전부개정안 공청회에 참석한 모든 의원들은 확률 의무표기 필요성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법론에 조금씩 차이는 있었지만, 큰 틀에서 통과 가능성은 높다.

여기에 추가로 결정해야 하는 과제가 더 있다. 컴플리트 가챠다. 확률형 아이템 중에서 도를 넘은 상품 모델로 논란의 중심이 되어왔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 등 11인은 아이템 획득확률 조작과 함께 컴플리트 가챠를 금지하는 법안을 작년 3월 발의했다. 

이 법안은 소위 심사가 길어지고 있고, 업계 반발이 심해 통과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의 윤리적 사용을 논의하는 단계에서, 컴플리트 가챠 금지의 필요성은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 왜 문제인가? - 확률과 심리에 얽힌 사행성 장치

컴플리트 가챠는 '가챠'라는 기본 의미와 함께 일본에서 시작된 단어다. 빙고판처럼 정해진 몇 개의 뽑기 대상이 존재하고, 그것들을 하나도 빠짐 없이 모아야 진짜 보상을 지급하는 상품을 뜻한다.

10개의 재료가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보통 '재료1'부터 '재료10'까지의 아이템 중 무작위로 하나를 얻게 된다. 이 경우 원하는 특정 재료를 얻을 확률은 아이템을 얻을 전체 확률에서 다시 1/n로 나뉜다. 

컴플리트 방식은 표기 확률보다 실제 완성 확률이 지극히 낮다. 필요한 재료가 단 하나만 남았을 때 획득 가능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일부 한국게임에 사용되는 컴플리트 가챠 방식은 예시보다 더 독하다. 어떤 재료든 얻을 확률 자체를 극히 낮게 설정하기도 하고, 특정 파츠는 임의로 확률을 낮췄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는 그동안 모은 매몰비용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지출을 멈추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상상 이상으로 모두 모으기 어렵고, 도중에 빠져나올 수도 없는 사행성의 늪에 떨어지는 것이다. 

즉 아이템 확률 표기를 철저하고 투명하게 강제한다고 해도, 컴플리트 가챠 금지가 함께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아무런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 

■ 게임산업 발전에 동떨어진 규제? - 글로벌 게임계는 이미 규제 '진행 중'

업계의 반발도 존재한다.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표기를 법적 의무화하는 것도 부담인데, BM 형태를 직접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산업 규제라는 것. 전세계 시장을 두고 다투는 게임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협회를 중심으로 나왔다. 

그러나 컴플리트 가챠는 처음 이 표현을 사용한 일본에서도 금지된 지 오래다.

일본은 스마트폰 게임 초창기, 2010년 전후로 유행하던 수집형 소셜 게임에서 컴플리트 가챠 모델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결과가 높은 매출로 나타나자 급속도로 유행을 탔고, 수집형 게임이 시장 대세가 되는 결과로 돌아왔다.

그러나 도 넘은 사행성을 주제로 현지 뉴스에서 다루기 시작했고, 소비자청은 경품법 규제사항인 '카드 맞추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2012년 금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법안에 직접 명시되어 시행한 시기는 2016년이다. 파칭코가 동네 중심가마다 들어설 만큼 확률 놀이가 대중화된 국가에서조차 원천 금지하는 것이 컴플리트 가챠다.

중국은 아예 천장(획득 상한선) 시스템을 의무화하고 확정 획득까지 걸리는 시행 수를 표기하도록 한다. 컴플리트 가챠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소되어 있는 셈이다. 

서양에서 특별히 컴플리트 가챠 규제가 없는 이유는, 처음부터 활발하게 이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북미와 유럽은 확률형 아이템 자체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2018년 네덜란드와 벨기에와 같은 몇몇 국가는 '피파' 시리즈 등을 '도박법'에 적용시켰으며, 그밖의 유럽 국가들도 랜덤박스 제재 법안을 시행했거나 시행 준비 중이다. 미국 역시 몇몇 주에서 시작해 상원에서도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종합하면, 게임 대국 중 컴플리트 가챠를 제약 없이 무분별하게 게임에 쓰는 곳은 한국뿐이다. 규제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대를 따라잡기 위해 규제가 필요한 실정이다.

■ 길게 보면, 오히려 게임산업 진흥책이다

상품의 사행적 성격, 세계적인 게임계 추세를 모두 생각할 때 컴플리트 가챠를 허용할 이유는 없다. 당장 관련 상품을 사용하던 게임들은 실적에 타격을 입을지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업계에 해가 아니라 오히려 건강한 생태계 조성으로 돌아올 수 있다.

게이머 중 한국 게임을 즐기는 비중은 젊은 세대로 갈수록 줄고 있다. 스팀, 콘솔게임 이용 비중이 다시 늘고 해외 모바일게임으로 떠나는 유저도 급증했다. 거기에 게임방송이나 유튜브, OTT 등 강력한 경쟁 미디어까지 있는 시대에 컴플리트 가챠 같은 과도한 사행 상품에 손을 대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컴플리트 가챠 금지는 업체들의 딜레마를 해소할 수도 있다. 매출 순위표에 이름이 보이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생각하는 현행 업계에서, 경쟁작들이 활용하는 컴플리트 가챠를 혼자만 쓰지 않기도 어렵다. 이때 동시 규제는 게임계가 함께 발전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지켜야 하는 '규칙'이다.

정리하자면 랜덤박스 속에 또 랜덤박스가 들어 있는 '이중가챠'와 뽑기로 얻는 상품을 모으면 다른 상품을 주는 방식은 글로벌 스탠다드 관점에서도 제재가 필요하다. 업계가 건강해지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게임이 건강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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