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 인피니티' 수익, 6개월 만에 '20분의 1'... 장기적 정책 필요할 때

[게임플] 플레이하면서 돈을 버는 'P2E' 게임이 각광받으면서, 불안요소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바로 화폐 시세 하락이다.

글로벌 P2E 게임 열풍의 시초가 된 '엑시 인피니티'는 반년 만에 가치가 20분의 1로 떨어졌다. 게임에서 얻는 화폐 'SLP 코인'의 시세는 지난 7월 최고점인 400원을 돌파하면서 전세계 게임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1월 18일 기준 20원선까지 떨어졌다.

게임에서 얻는 평균 코인 기대값은 같기 때문에, 현금화 기대 수익 역시 비례해서 떨어진다. 게임을 긴 시간 들여 플레이했을 때 7월경 월 수익은 100만원에 육박했으나, 현재 시점에서는 한 달에 많아야 5만원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엑시 인피니티는 한창 흥행할 시점에도 화폐 가치가 높은 선진국에서는 매력이 없었다. 주요 흥행 지역은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시아와 베네수엘라, 페루와 같이 경제 붕괴로 화폐 가치가 폭락한 곳들이었다. 

이유는 간단하게 분석된다. 코인 구매 수요는 비슷하거나 떨어진 것에 비해, 판매 공급은 급증했다. 입소문을 통해 돈을 벌기 위한 유저만 다량 유입되면서 불균형이 생기는 것이다. 

엑시 인피니티 'SLP코인'의 1년간 시세 변화
엑시 인피니티 'SLP코인'의 1년간 시세 변화

'하루 치킨값'이 '하루 껌값'으로

한국에도 비슷한 예시가 등장했다. 등급분류취소 처분을 받은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는 P2E 서비스를 진행하는 동안 엑시 인피니티와 유사한 하락 흐름을 더욱 빠른 속도로 보였다. 

이 게임은 일일 퀘스트를 수행할 때마다 '무돌 코인'을 지급했고, 이를 코인으로 환전해 현금화가 가능했다. 특별히 과금하지 않아도 매일 일정량의 돈을 얻는 구조였다. "하루 30분 플레이로 치킨값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알음알음 퍼지면서 유저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실시간으로 관찰한 결과, 유저가 몰릴수록 시세는 빠르게 떨어졌다. 구매자 유입은 극히 적고 판매자만 대거 늘어나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루 치킨값은 몇 주가 지나자 국밥값으로 떨어졌고, 불과 며칠 사이에 아메리카노 가격으로 변신했다. 

한번 시작된 하락세는 멈추지 않았다. 초창기 개당 5천원까지 치솟았던 무돌코인 시세는 12월 말 10원 이하로 떨어졌다. 글자 뜻 그대로 '껌값'이 된 것이다. 

돈을 벌려는 사람만 있으면 돈을 못 번다?

과금 없이도 자유롭게 채굴과 수익화가 가능할 경우, 공급 과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막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어느 정도 과금을 해야 수익을 얻는 시스템을 만들면 선발 주자와 후발 주자의 리스크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결과가 나온다.

'오직 돈 벌기만을 위해' 진입하는 유저가 많을 경우 도리어 시세 하락이 가속화된다는 역설이다. 게임과 전혀 상관 없는 이용자도 순수하게 코인을 사고 팔 수 있기 때문에 시세 안정화는 더욱 어렵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행 MMORPG만 해도 수요 없이 공급만 늘어나면 인게임 경제가 절대 순환되지 않는다"면서 "돈을 써서 즐기는 유저도 대거 참여할 정도로 게임성과 재미를 함께 갖춰야 P2E 게임이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가상에서도, 시세 조절을 위한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선도주자에 해당하는 위메이드는 이 문제에 대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위믹스에 게임 100종 이상을 출시해 위믹스를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는 장현국 대표의 그림은 화폐 시세 보존과도 연관된다. 많은 게임이 하나의 화폐를 공유할수록 화폐 가치 안정성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미르4'에서 사용하는 드레이코 토큰을 매입 후 소각하는 '드레인' 작업을 실시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날과 18일 양일에 걸쳐 소각하는 드레이코는 1천만 개, 전체 공급량의 18%에 달한다. 

현행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구매해 보유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전체 공급량을 줄여서 화폐의 가치를 보존하는 정책이다. 상장사들이 현실 금융계에서 실제 사용하는 경제적 행위가 가상화폐에서도 통용되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유틸리티 토큰 '하이드라'를 추가해 위믹스 플랫폼의 다른 게임들과 상호작용이 가능하게 했다. 드레이코의 상위 개념으로 정제가 가능하며, 경매 시스템과 함께 향후 경제 조절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이러한 시세 조절 정책들이 어디까지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가상경제는 실물경제와 비슷한 동시에, 가상의 고유 특성도 함께 지닌다. 다만 P2E 체제의 시세 폭락 문제가 현실로 대두된 시점에서 경제 정책 마련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NFT 게임이 넘어야 할 첫 번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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