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셔, 소규모 개발사 모두 만족하는 'IP 유니버스' 구조

[게임플] 대형 게임사가 '상생'을 외치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진정한 상생 구조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모습은 보기 드물었다.

일반적 퍼블리싱은 게임간 통일성을 보장하기 힘들다. 각 게임은 각자의 세계관을 가진 채 각개전투를 벌이고, 흥망에 따라 소규모 개발사의 운명이 결정된다. 게임이 흥행해도 전체적인 생태계를 확장시키는 과제가 남아 있었다.

이 환경에서 라이엇게임즈는 생소한 시스템을 등장시켰다. 2019년 처음 발표한 신규 레이블 '라이엇 포지'. 외부 개발사 게임을 가져와 배급하는 점은 일반 퍼블리싱과 같다. 다만 그 개발사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LoL) IP를 마음껏 가져다 쓸 수 있다는 점이 독특했다.

사용 허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설정 자료부터 시작해 스토리 검수, 국가별 현지화 작업과 글로벌 마케팅을 라이엇이 맡아 진행한다. 그럼에도 개발 과정에 관여하진 않기 때문에, 개발사는 외부 요인에 신경 쓸 필요 없이 개발에 집중하는 구조다.

첫 결과물이 나온 것은 올해 11월이었다. '몰락한 왕: 리그 오브 레전드 이야기'는 과거 배틀체이서를 개발했던 에어십 신디케이트의 턴제 RPG다. 빌지워터와 그림자 군도를 배경으로 미스 포츈, 아리, 야스오 등 친숙한 챔피언들의 모험과 비에고의 뒷이야기를 다룬다.

같은 날 출시한 '마법공학 아수라장' 역시 제목 뒤에 '리그 오브 레전드 이야기'가 붙었지만, 완전히 다른 장르와 분위기로 구성됐다. 직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필트오버 배경의 플랫포머 리듬액션을 선보이면서 유쾌한 게임 경험을 제공했다.

라이엇 포지는 라이엇게임즈와 소규모 개발사들의 공생 관계에서 출발한다. 기존 퍼블리싱 구조의 약점을 보완하면서도, 서로의 이득은 극대화했다. 비밀은 IP를 중심으로 한 공생에 있었다.

라이엇게임즈 입장에서는 'LoL IP'의 강화와 확장이 수월해지는 것이 큰 장점이다. LoL 세계관으로 방대한 세계관과 수많은 챔피언의 이야기를 개발 부담 없이 쌓아나갈 수 있다. 싱글플레이 게임을 내놓기 때문에 본사 게임들과 제 살 깎아먹기가 벌어질 걱정도 없다. 

각기 다른 장르와 화풍, 감성을 지닌 게임들이 LoL 유니버스로 모인다. 이는 폭넓은 유저를 끌어들이는 선순환을 낳는다. 특히 LoL 초창기 설정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설정 재정립에 필요한 재료를 추가로 쌓을 수도 있다.

소규모 개발사 측의 장점은 더욱 크다. 독립 IP로 개발할 경우 인지도와 마케팅에서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는데, 이 어려운 단계를 모두 건너뛰고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인력이 부족한 실정에서 큰 매력이다. 게임 평가가 좋을 경우 차기작에 도전하는 일도 수월해진다.

유저들 역시 손해 볼 일이 없다. LoL 마니아들은 물론, LoL을 잘 모르던 유저도 기존 인디게임들의 품질이 라이엇 포지를 통해 더 확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한국어를 비롯한 세계 각국 언어로 음성 더빙까지 지원되니 만족감은 더욱 높다. 

라이엇 포지는 대형 IP 홀더가 주도적으로 라이센스를 제공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대형 게임사와 작은 개발사가 서로 가진 인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진정한 '협업'을 통해 IP를 함께 쌓아올리는 구조다.

라이엇 포지는 2개 게임을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다. '아케인'과 비슷한 배경에서 에코를 중심으로 하는 액션 플랫포머 '시간/교차', 누누와 윌럼프의 프렐요드 이야기를 다루는 오픈월드 어드벤처 '누누의 노래'가 그것. 그밖에도 여러 개발사의 비공개 작품들이 라이엇 포지를 통해 준비되고 있다.

콘텐츠에서 IP 파워가 점차 중요해지는 시기, 세계관 하나를 거대한 덩어리로 채워나가는 라이엇 포지의 설계에 주목할 필요가 생긴다. 한국 역시 아이디어와 게임성으로 무장했지만 현실의 개발 환경에 어려움을 겪는 개발사들이 있다. 

항상 대형 IP 부족에 시달리는 게임계에서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봐야 할 지점이다. 이것은 분명, 각계각층에서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이다.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