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은 과감하면서도 탄탄한 기본기를 완성해냈다

[게임플] 탑다운 슈터 장르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여기에 정통 밀리터리를 섞은 게임은 '희귀종'에 가깝다. 이런 시도를 한국 대형 게임사가 해낸 것도 놀랍다.

'썬더 티어원'은 크래프톤이 8일 스팀에 출시한 탑다운 슈팅게임이다. 탑다운은 시점을 완전히 위에서 내려다보는 탑뷰 시점을 뜻한다.

게임 배경은 1990년대 초반 가상의 동유럽 국가 '살로비아'다. 튜토리얼을 끝내고 캠페인에 접속하면 유저는 특수부대의 4인 분대 리더가 된다. 테러리스트 집단을 상대하면서 정보 수집과 요원 구출, 중요 인물 사살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탑다운 슈터가 많이 개발되지 않은 이유는 긴장과 액션 표현의 어려움 때문이다. 시점이 360도로 훤히 보이는데 슈팅게임의 자유로운 총기 액션을 구현하는 일은 까다롭다. 그래서 정통 밀리터리보다는 캐주얼풍 슈팅으로 소수의 게임이 나타나곤 했다.

하지만 '썬더 티어원'은 시야 연출과 어우러지면서 상상 이상의 긴장감을 유발한다.  첫 캠페인부터 비 오는 날씨와 야간 조명이 멋들어지게 시야를 가리고, 현실적인 색적 반응으로 정통 슈터를 플레이한다는 느낌을 선명하게 준다.

특히 밤 시간에 풀숲이나 구조물이 많은 맵은 바로 눈앞에서 적과 마주치는 일촉즉발 순간도 흔하게 발생한다. 측면에서 접근하는 적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단 0.5초라도 늦게 포착한다면 목숨 하나는 날아간다. 아케이드 모드 역시 같은 수준이다.

이게 탑다운 슈터에서 가능한 현실감이라고?

시점은 미세하게 옆으로 기울어져 쿼터뷰를 약간 함유한 수준이다. 백 퍼센트 탑뷰는 지나치게 마니아틱해지기 때문에 일견 이해가 된다. 다만 건물 내부를 조망할 경우 시각적 편의를 위해 순수 탑뷰에 더욱 가까워진다. 

마치 '엑스컴' 시리즈의 실시간 버전처럼, 교차로 엄폐물에 숨어가며 천천히 전진하는 플레이가 자연스럽게 구사된다. 여기에 문을 부수거나 조용히 따고 들어가는 방식 등 전술적 선택을 끊임없이 강요받게 된다.

게임을 구성하는 수많은 재료 중, 이 게임에서 최고 점수를 주고 싶은 분야는 사운드다. 총기 효과음은 실내와 실외에 따라 주변 환경에 반응하듯 달라지며, 고막을 두드리는 듯한 현실감도 그대로 옮겨놓고 있다.

빗소리나 천둥 같은 환경 요소는 물론 걷거나 뛰는 소리, 적이 속삭이는 소리 등 모든 사운드가 거리와 방향에 따라 요동친다. 이 환경의 시각과 청각 반응은 탑다운 게임 중 최고급이라고 평해도 무방하다. 

UI는 깔끔하다고 하긴 힘들다. 그런데 이 장르 구현의 어려움을 생각할 때는 최선이다.  싱글플레이에서 분대원 명령 조작이 대표적이다. 

기본 키 설정 기준으로 알트 키를 누른 채 클릭 앤 드래그로 인터페이스가 구성됐는데, 주인공을 포함해 4명 캐릭터에 동시 조작명령을 내리는 과정 치고 나쁘지 않은 편의성과 가시성을 갖추고 있다다. 불만이라면 정보 화면을 열람할 때 버튼의 상하 폭이 불필요하게 작다는 것 정도다.

알짜배기는 '멀티플레이', 장벽을 넘을 필요가 있다

싱글플레이가 연습과 숙련의 장이라면, 멀티플레이는 '진짜 정글'이자 이 게임을 오래 붙들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특히 캠페인이나 각종 게임모드를 함께 플레이하는 협동 콘텐츠가 진국이다. 같이 할 동료 게이머가 있을 경우 제대로 된 팀플레이를 즐기기 충분하며, 

다만 PvP에서 캠핑과 같이 방어적인 플레이가 유리하게 나타날 우려는 있다. 건물 밖에서 안쪽의 상황을 파악할 수단이 지나치게 제한되고, 접근해오는 쪽이 에임 조준 면에서도 월등히 불리하다. 특히 시야 확보가 어려운 환경은 문제가 두드러진다. 

야간 맵에서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유저가 적당한 건축물을 선점하는 순간, 접근해보려는 상대팀이 아무 것도 못하고 쓸려나가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수류탄을 던지며 접근하기에도 사정거리 싸움에서 우위가 없다.

현실감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것은 칭찬할 요소지만, 게임의 측면에서 역전을 너무 경험하기 어려운 것도 분명 문제다. 공격적인 플레이에 조금 더 메리트를 줄 필요가 느껴진다.

멀티플레이에 녹아들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플레이하게 되는데, 초반 진입 과정에 분명 장벽은 있다. 초보 유저에게 친화적으로 멀티를 유도할 수 있느냐가 장기간 오래 사랑받기 위한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저 모드' 지원으로 잠재력 탄탄한 실험작

싱글플레이 볼륨이나 플레이 밸런스에서 아직 부족한 흔적은 있다. 하지만 2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감안할 때 구매와 플레이 가치가 충분한 게임이다. 

창작마당으로 유저 모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추후 스팀 워크샵에 모딩 툴을 제공해 자유로운 콘텐츠 제작을 허용할 예정이다.

모드를 지원하는 게임은 많지만, 썬더 티어원은 게임 특성상 모드와의 궁합이 특히 기대된다. 밀리터리로서 기본 시스템이 탄탄한 동시에 탑뷰 시점으로 다양한 게임성을 창작해낼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개발진이 가이드 개념으로 업로드한 '좀비 모드'를 즐길 수 있다. 수십 분 정도의 짧은 내용이지만, 오브젝트를 제작하고 관리하는 방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기대 이상으로 '쫄깃한' 멀티플레이와 함께 이미 높은 시너지가 감지되고 있다.

'썬더 티어원'이 대작은 아니다. 소규모 인원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을 실체화한 실험작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퀄리티는 나무랄 곳이 없다. 장르 자체가 취향이 갈릴 수는 있지만, 못 만들었다고 느낄 유저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팁이 있다. 리플레이 메뉴에서 녹화 기능을 반드시 켜길 권한다. 당장 e스포츠 대회를 실시해도 무방할 정도로 완벽한 다시보기와 관전 시스템을 자랑한다. 기본 툴에서부터 정성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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