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그리고 NFT...  두 달 만에 '반전' 이뤘다

[게임플] 추석을 앞둔 9월, 엔씨소프트 직원들에게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김택진 대표가 직접 보낸 편지였다. 

"평소처럼 안부를 묻기 조심스럽다"로 시작한 문장은 엔씨가 직면한 현재 상황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과, 변화를 향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약속으로 마무리됐다. 직원들에게 문제 개선을 촉구하기보다 스스로 반성과 다짐을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분명히 변화는 필요했다. 당시 높은 관심 속 출시한 블레이드앤소울(블소)2는 시장의 혹평을 받으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리니지M 이후 모든 신작에 비슷하게 적용된 게임성과 BM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프로야구 H3, 트릭스터M에 이어 블소2까지 같은 모습이 나타나자 투자자들도 등을 돌렸다. 8월까지 80만원 선을 유지하던 엔씨 주가는 한 달 만에 55만원까지 폭락했다. "전에 없던 위기"라는 말이 업계에서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변화의 조짐이 싹튼 것은 9월 30일, '리니지W' 2차 쇼케이스였다. 

이 자리에서 이성구 그룹장은 콘텐츠 글로벌화를 위해 BM을 대폭 축소한다고 공표했다. 아인하사드의 축복 같은 월정액 시스템이 전부 사라지고, 문양과 정령각인 등 부가 과금유도 요소도 없앴다. 

특히 모바일에서 사라졌던 유저간 거래가 구현된 것이 희소식이었다. 리니지M 시리즈는 경매장을 제외한 모든 재화 사용처를 엔씨가 공급하고 있었다. 그 권한 중 일부를 다시 유저들에게 돌려주면서, 원작 리니지의 감성과 재미를 부활시키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것이다.

출시 결과, 리니지W가 내세운 '월드와이드'는 첫 발을 내딛는 데 성공했다. 하루 평균 120억원이라는 매출 성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해외 유저가 기대 이상으로 모여드는 풍경이 반가웠다. 미래 동력을 다시 그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엔씨 측은 "그동안 매출 리스트에 한 번도 잡히지 않았던 지역들이 리니지W에서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안주를 벗어난 변화는 확장으로 돌아온다. '고인물' 취급을 받던 리니지 IP는 글로벌 시장에서 수혈에 성공하고 있다.

"이번 일을 채찍삼아 더 성장한 NC를 만드는 것 역시 저의 책무라 생각합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이미 지난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당연히 여겨왔던 방식과 과정에 의문을 품겠습니다."

리니지M 방식 BM은 엔씨의 자존심이자, 리니지를 최고 '상품'으로 자리잡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김택진 대표의 편지는 그 모든 것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시발점을 상징했다.

'리니지W'는 과감하게 덜어낼 것을 덜어냈다. 서구권 시장을 고려할 때 아직 개선할 점이 있지만, 리니지라이크 게임 중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과금으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였다. 

엔씨의 미래 플랜은 수면 위로 올라왔다. 키워드는 두 가지다. 첫째는 '글로벌', 둘째는 그 글로벌 시장을 기반으로 적용될 'NFT'다. 20여년 전 리니지부터 선도해온 인게임 경제 관리 및 유저자산 가치 보존 능력이 NFT에서 빛을 발할 것이라는 판단이 선 것이다.

급변하는 게임계에서 대표는 선장이자 조타수 역할을 해야 한다. 대양 항해는 변수로 가득 차 있다. 종종 폭풍에 휩쓸리고, 뜻밖의 암초에 걸리기도 한다. 때로는 본인이 잘못된 항로를 잡았음을 인정하고 원점에서 배를 몰아갈 필요도 있다.

'엔씨소프트 호'는 이제 폭풍에서 빠져나왔다. 한때 난파될 것처럼 흔들렸지만, 조타수는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타륜을 다시 잡았다. 'NFT'라는 새 돛대를 장착한 이 배의 신항로가 여느 때보다 맑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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