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제외하고 평해도 '최상 퀄리티' 콜라보레이션

[게임플] 넥슨의 음악을 네오위즈 게임에서 만났다. 효과는 굉장했다.

한국 대표 리듬게임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가 넥슨 콜라보레이션 DLC를 10월 28일 스팀에 출시했다. 누구나 추억이 있을 법한 명곡들을 리듬게임으로 플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출시 전부터 기대감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수록곡은 총 21곡, 넥슨 오리지널 12곡과 리믹스 버전 9곡으로 구성됐다. 메이플스토리, 테일즈위버, 마비노기, 던전앤파이터, 바람의 나라, 마비노기 영웅전, 카트라이더 등 넥슨을 대표하는 게임 대부분을 음악으로 찾아낼 수 있다. 

넥슨 DLC 테마를 불러오는 순간부터 '제대로 만들었다'는 인상을 강렬하게 남긴다. 게임을 고르는 클라이언트 UI처럼 세로 메뉴 구성으로 바뀌고, 메뉴마다 디맥 마스코트 캐릭터 '클리어'와 '페일'이 넥슨의 대표 게임들의 코스프레를 한 채 등장한다. 그래픽도 각 게임에 맞게 구현해 콜라보레이션의 정수를 느끼게 한다. 

테마 디자인을 지나 실제 곡 플레이에 접어들면, 선곡과 모든 구성에서 최대한 여러 유저층을 고심하고 만든 흔적이 엿보인다. 추억을 제외하고 냉정하게 평가해도 최상급 퀄리티의 DLC가 탄생했다. 

테마 스킨만 해도 DLC 비용 지불이 아깝지 않다
테마 스킨만 해도 DLC 비용 지불이 아깝지 않다

최고의 게임음악 회사 + 최고의 음악게임 회사 

한국에서 계속 게임해온 유저 중, 뇌리에 남는 넥슨 게임음악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넥슨은 온라인게임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한국 게임음악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었다. 바람의나라 OST '부여성'부터 곧 출시를 앞둔 블루 아카이브까지, 게임을 향한 평가는 갈릴지언정 음악을 향한 평가는 한결같이 극찬을 받았다. 

DLC 트랙리스트에서도 그 역사를 느낄 수 있다. 테일즈위버 OST를 작곡한 'Nauts' 남구민과 'ESTi' 박진배, 그리고 넥슨 게임 OST를 만들어온 스튜디오 EIM과 Asteria 등 역대 음악팀은 지금까지도 한국 게임음악에서 최고의 작곡진들로 회자되고 있다. 

디제이맥스 역시 이 조합을 받아들이기 부족함이 없는 게임이다. 네오위즈 산하 로키 스튜디오는 국내 현역 리듬게임 중 좋은 퀄리티의 신곡을 가장 활발하게 선보이는 개발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은 있었다. 넥슨 게임에 가진 추억은 제각기 다르고, 선호하는 게임음악도 다르다. 그 많은 취향과 요구사항을 반영해 트랙리스트를 짜기는 쉽지 않으리라고 짐작이 가능했다.

또 다른 우려는 원곡과 리듬게임용 사운드의 괴리감이었다. 넥슨 게임음악 원곡들은 멀티트랙 소스가 남지 않았기 때문에 키음도 없다. 게다가 노트 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만들지 않았으므로 리듬게임에서 재미를 보장할 수도 없다. 

이런 조건에서, 디제이맥스는 원곡과 리믹스를 적절히 배분해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테일즈위버처럼 복잡한 편곡보다 오리지널 감성이 중요한 OST는 굳이 리믹스를 하지 않고 원곡을 실은 것도 좋은 판단이다. 

마비노기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 전설' BGA는 뭉클하기까지 했다
마비노기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 전설' BGA는 뭉클하기까지 했다

입문자는 최대한 쉽게, 숙련자는 예상 이상으로 '맵게'

디제이맥스는 기존 팬층을 두텁게 쌓아놓은 게임이다. 넥슨 DLC는 넥슨 유저들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팬들 역시 흡족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런 고민은 난이도를 최대한 다양하게 배분해주는 '황금 밸런스'로 돌아왔다.

4버튼과 6버튼의 초심자 난이도는 조금이나마 변형된 패턴 없이 정직하게 노트가 떨어지도록 설계했다. 특히 넥슨 유저들이 반길 오리지널 곡들의 난이도가 쉽다. 예를 들어 테일즈위버 OST 'Reminiscence' 노멀은 태어나서 리듬게임을 처음 해보는 유저도 편안하게 클리어 가능한 수준이다.

반면, 14~15성의 고난이도는 여느 DLC보다도 까다롭다. 고속 계단, 청기백기 두뇌 테스트 등 웬만한 숙련자들도 고개를 내젓는 패턴이 쉬지 않고 휘몰아친다. 하지만 그만큼 도전할 콘텐츠가 많아졌고, 리믹스 사운드와 어려운 패턴이 절묘하게 어울리기 때문에 플레이 재미도 크다. 

리듬게임으로서 최고의 리믹스는 카트라이더 곡들을 꼽고 싶다. 그중에서도 'Mashup ~Cosmograph Remix~'는 광산이나 빌리지 등 원작 대표 테마를 한 곡으로 녹여 신나는 믹스를 만들어냈다. 

노트 패턴도 정성이 보인다. 8버튼이 비록 어렵지만, 중간 난이도인 10~13성 곡들은 사운드와 완벽히 들어맞으면서도 치는 재미를 극대화하는 패턴으로 편성됐다. 특히 블루 아카이브 'Constant Moderato' 8버튼 SC 난이도는 키음이 없는 것이 새삼 아쉬울 정도로 사운드와 일체를 이루는 패턴이다.

달콤하지만 어려운 시험, 디맥은 '최선'을 적어냈다.

위의 플레이 영상에서 볼 수 있듯, DLC 구매자를 위한 특전 스킨도 정성스럽게 꾸며졌다. 카트라이더 부스터를 소재로 한 기어의 피버 연출, 추억과 퀄리티를 모두 살린 BGA들도 플레이를 즐겁게 만든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넥슨 명곡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 정도다. 그 많은 곡을 담기에 21곡 분량은 부족하다. "저 곡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게임마다 한 번씩 들게 만든다. 특히 던전앤파이터는 더 최선의 선곡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넥슨 콜라보는 일명 '치트키'로 보일 수도 있지만, 리듬게임으로 소화하기 쉽지 않은 소재였다. 수행해야 할 여러 조건 속에서 디제이맥스는 가장 절묘한 타협점을 찾아냈다. 그 결과 입문자도, 마니아도 만족할 만한 완성형 DLC를 탄생시켰다.

앞으로 디제이맥스의 간판 DLC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 그래야만 한다. 벌써부터 넥슨 DLC 2편을 만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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