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붉은사막 트레일러, 게임계 관념 탈피한 신선함으로 무장

펄어비스는 이제 전세계가 주목하는 게임사로 떠올랐다.

전조는 지스타 2019에서 감지됐다. 펄어비스는 현장에서 '펄어비스 커넥트 2019' 행사를 열고, 게임 개발자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신작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서구권 게임사들의 쇼케이스와 흡사한 방식이었다. 이 자리에서 붉은사막, 도깨비, 플랜8 등 화제의 신작들이 베일을 벗었다.

추가 정보 공개는 글로벌 게임쇼를 통해 이루어졌다. 2020년 더게임어워드에서 붉은사막, 2021년 게임스컴에서 도깨비의 신규 트레일러를 공개했다. 영상에서 보여준 유려한 오픈월드에 해외 유저들의 찬사도 이어졌다. 

펄어비스에 몰린 기대는 단순히 퀄리티 이상의 이유가 있다. 서구권에서 한국게임은 MMORPG의 대명사로 인식되어왔다. 반면 이번 트레일러는 한국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 원하던 신선한 게임의 형태를 제시했다. 그 결과, 도깨비 트레일러는 열흘 만에 조회수 700만을 돌파했다.

도깨비는 배경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을을 중심으로 산과 바다 등 거대한 스케일의 배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마을 경관 역시 기와집과 연, 솟대 등 한국적 소재와 부스터 롤레브레이드 같은 근미래 소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한국인 입장에서 익숙한 정취를, 해외 시각에서는 색다른 정체성을 느끼게 하는 장치다. 게임의 중심 소재이자 주인공의 친구인 '도깨비'도 비슷한 방향이다. 도깨비는 사람의 꿈에 의해 탄생하며, 만나는 도깨비마다 사연과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국 전통설화 속 괴물인 동시에, 신선하게 캐릭터화할 수 있는 IP인 셈이다.

이런 소재들은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전세계 모두가 공감할 감성을 만들어낸다. 펄어비스 김상영 PD는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도깨비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남녀노소 공감 가능한 게임은 주류 게임계에 많지 않고, 퀄리티도 정체되고 있다. 도깨비가 글로벌 게임계에서 원하던 욕구를 충족시킨다면 파급력은 상상 이상으로 클 수 있다.

붉은사막은 최초 공개 당시 MMORPG였으나, 추가 트레일러에서 싱글플레이 중심에 온라인을 결합한 형태로 선회했다. 지금은 차세대 콘솔 오픈월드 액션으로 정체성을 굳혔다.

이것 역시 글로벌 유저들을 겨냥한 전략으로 읽힌다. 서구권 역시 MMORPG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나, 대작 콘솔게임을 향한 욕구는 더욱 크다. 싱글플레이에 특화된 굵직한 스토리텔링, 추가과금 부담 없는 액션과 성장 콘텐츠가 온라인에서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붉은사막은 AAA 게임을 목표로 한다. 블록버스터급 투자와 개발을 통해 세계에서 통하는 작품을 만들어내겠다는 의미다. 완성도를 최대한 올리기 위해 일정을 연기하고 담금질에 들어간 만큼, 신선한 대작을 원하는 글로벌 게임계의 주목도 역시 오르고 있다.

장밋빛 미래를 확신하기는 이르다. 콘솔 싱글플레이 게임 개발은 첫 경험이기 때문에 변수는 많다. 트레일러의 퀄리티가 차후 출시 버전에서 가감 없이 구현될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펄어비스는 트레일러와 인게임의 간극이 적은 게임사다. 검은사막에서도 전투 트레일러의 액션이 출시 후 게임플레이에 그대로 이어졌고, 오히려 더 진보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알파 빌드에서 나올 수 있는 프레임 드랍을 그대로 반영한 것 역시 속임수 없이 정직한 트레일러를 선보였다는 근거가 된다.

이제 결과물로 보여주는 일이 남았다. 펄어비스는 이미 검은사막 시리즈로 정상급 개발력을 입증했다. 붉은사막과 도깨비의 '뉴 월드'는 2022년 이후 선보인다. 한껏 모인 화제를 폭발시키고 새로운 경지에 다다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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