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픽, 운영, 전투 등 모든 요소에서 LCK를 압도했던 LPL '2일차에선 어떤 양상이 펼쳐질까'

[게임플] 28일, 리그오브레전드 한국 LCK와 중국 LPL의 자존심이 걸린 '미드 시즌 컵' 1일 차 A조 그룹에서 T1과 담원 게이밍이 TES와 FPX에게 패배해 조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미드 시즌 컵의 그룹 스테이지는 각 리그의 1, 4위팀과 각 리그의 2, 3위팀이 한 조로 묶여 각각 1번씩 경기를 치르게 된다. A조에는 이번 LCK에서 1위를 차지한 T1이 출격하는 만큼 많은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최근 국제 경기 성적을 놓고보면 LPL의 압승이라 LCK는 도전자 입장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국제 대회에서 8강 이상 올라갔던 T1이고, 이번 LCK에서도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 이번에는 다를 거라는 의견이 많았다.

A조 결과는 이번에도 지난 월드챔피언십과 똑같았다. 개막전에서 T1이 FPX를 압도하는 모습까지는 '어? LCK 성장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4강 진출권이 걸린 마지막 2경기는 LCK팀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팬들 사이에선 '우물 안 개구리'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데, 2년 전부터 강세를 보였던 유럽과 중국 스타일을 따라가지 않고 여전히 LCK의 방식을 고수했다는 점이 패배의 요인이라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 말할 수 있다.

# 담원의 바루스 저평가, LPL의 적극적인 오공 활용

현재 원거리 딜러 중 최강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챔피언을 물어보면 하나같이 '유성 바루스'라고 말한다. 강력하면서 긴 사거리를 통한 견제 능력과 속박을 통한 한타 능력이 뛰어난 바루스는 초반부터 상대 바텀 라인을 압박할 수 있다.

현재 솔로 랭크에선 다소 티어가 내려오긴 했지만, MSC에 도입된 클라이언트 버전은 10.10패치 내용이라 바루스가 여전히 강력한 상황이다. 

담원 게이밍은 지난 LCK에서도 바루스를 상대에게 양보하다가 패배하는 경기가 많았다. 사실 유성 바루스와의 라인전을 경험했던 이용자들은 알겠지만, 자신이 무언가 하기도 전에 HP가 사라져있는 상황이 많이 나타나게 된다.

경기에서도 그 상황이 그대로 연출됐다. 게다가 서포터의 차이도 있었다. 카르마로 강력한 견제를 펼치려는 담원 게이밍의 의도를 파악한 TES는 유미를 통해 그 견제력을 상쇄시켰고 바루스의 유지력과 생존력이 한층 더 상승했다.

물론, 한타에서 괜찮은 그림이 나타나서 희망의 불씨가 지펴지기도 했지만, 초반에 벌어진 격차와 TES 나이트 선수의 환상적인 르블랑 컨트롤에 속수무책 무너지면서 결국 패배하게 됐다.

다음은 '오공'이다. 궁극기를 통해 한타에서 최고의 효율을 자랑하는 챔피언 중 하나로 꼽히는 '오공'은 글로벌 밴으로 LCK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챔피언이다. 

LPL에서는 오공이 글로벌 밴으로 묶인 적인 없으나, 결승전에서 오공이 등장하지 않았을 정도로 자주 이용되진 않았다. 즉, 대회가 끝나고 양측 모두 오공을 연습할 시간은 충분했고 LPL은 그 오공을 이번 대회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TES와 FPX의 경기에서도 FPX는 오공을 기용해 승리로 이끌었고, TES도 오공의 한타 능력을 T1에게 과시하면서 승리했다.

사실 밴픽 단계부터 TES는 오른과 모데카이저를 밴하면서 오공을 선택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이렇게 고른 오공은 라인전부터 T1을 괴롭혔다. 

물론, 칸나 선수가 사일러스를 통해 라인전에선 잘 버티긴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잘 성장한 오공은 한타에서의 주도권을 쉽게 가져갔다. T1이 유리한 상황에서도 아군의 딜러가 공격하기 편한 상황을 만들어줬고, 리신과 함께 어그로도 잘 교환한 것이 TES 승리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 생존에 사용하지 않아? 최대한 한타에서 소모하는 '점멸'

LoL에서 점멸은 해설진들도 매번 각 선수들의 점멸 보유 상황을 유무를 강조하고, 점멸의 유무에 따라 주도권이 달라져 턴제 게임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마지막 T1과 TES의 경기에서 에코를 기용한 나이트 선수가 바텀 라인에서 끊기는 상황에서 점멸을 사용하지 않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LCK팀과 다소 다른 모습이다. LCK팀은 자신이 고립된 상황이라면 어떻게든 살기 위해 점멸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점멸까지 사용해 자신을 죄어오는 상대를 잡아내는 슈퍼 플레이도 보여줄 때도 있다.

앞서 자신들이 고립된 상황이 아닌 그 반대 상황이 발생해도 LCK팀들은 스플릿하는 적을 잡아내는 것에 너무 집착해 궁극기와 소환사 주문을 다수 사용한다. 

하지만 이것은 다음 한타에서 악수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 LPL팀들은 자신이 끊겨도 크게 불리하지 않는다면 점멸을 끝까지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다음 한타에서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한 전략이며, 전투에서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해외 강팀들이 주로 보여주는 플레이로 LCK팀이 배워야 할 부분이다.

# 엇박자 타이밍, 교전 위치에서 보여준 각 리그의 성향 차이

각종 LCK 경기 리뷰는 살펴보면 '드래곤 앞 한타', '협곡의 전령 앞 한타', '바론 앞 한타'라는 말이 유독 많다.

LCK는 오브젝트가 나타나면 그 오브젝트를 가운데 놓고 개활지에서 정정당당하게 싸움을 진행한다. 즉, 라인전을 불리하게 이끌어 온 팀은 아무 변수도 없는 개활지에서 한타를 진행하니까 대부분 패배하는 것이다.

어제 LPL팀을 보면 절대 개활지에서 싸우지 않는다. 설령, 개활지에서 싸움이 벌어져도 자신들이 유리한 지형까지 상대를 유인해 싸우는 데, 이러한 상황은 담원과 TES의 경기에서 확실하게 볼 수 있다. 

담원 게이밍은 드래곤 앞에서 상대를 기습해 교전을 유리하게 시작했다. HP가 소모된 TES는 후퇴하면서 자신들이 유리한 위치로 담원 게이밍을 유인했고, 좁은 길목에서 유미의 치유력을 앞세운 오른과 르블랑의 반격으로 5대0으로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한타 상황을 역전시켰다.

T1과 TES의 경기에서도 드래곤, 바론 앞 개활지에서 한타가 일어나는 일이 거의 없다. 특히, 마지막 한타는 T1의 레드 지역에서 벌어졌는데, 이것도 에코가 자신의 스킬을 확실하게 맞출 수 있는 지역까지 유인해 시작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LCK는 좋게 말하면 착하고 정직한 스타일, 나쁘게 말하면 무식한 스타일이다. 자신들의 선택한 조합의 강점을 확실히 파악하고 그 조합이 가장 좋은 효율을 발휘할 수 있는 지형을 선정해 전투를 펼치는 싸움 방식이 LCK팀들에게 가장 필요하다.

2일차 B조에선 LCK 2, 3위인 젠지와 DRX가 LPL 1, 4위인 징동 게이밍과 IG를 만나게 된다. 징동 게이밍과 IG도 전통 LPL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A조의 FPX와 TES보다 더 공격적인 스타일을 자랑한다.

이에 DRX와 젠지는 기존 LCK 스타일에서 벗어나 같은 방식 혹은 새로운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져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2일차 B조에선 LCK팀이 4강으로 진출하는 승전보를 들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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