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들 공포게임 미션 1순위' 한국 공포게임의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인디 게임

[게임플] 지난 22일, 팜소프트가 자사의 공포 게임 '아라하: 이은도의 저주'를 스마일게이트 스토브에 정식 출시했다.

스마일게이트 스토브는 지난해 국내 첫 PC 패키지 게임 플랫폼을 오픈한 후 국내 인디게임과 협력을 맺고 있으며, 그 중 일환으로 올해 1월 스팀으로 출시됐던 '아라하: 이은도의 저주'를 스마일게이트 스토브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라하: 이은도의 저주'는 한국의 무속신앙과 오컬트적 공포 요소를 적절하게 섞은 1인칭 어드벤처 호러 게임이다.

주인공인 소년이 오래 전 정신병원에서 실종된 누나를 찾으러 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플레이어는 폐병원부터 공동묘지, 법당 등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지역을 탐험하고 귀신을 피해 누나의 실종에 대한 비밀을 파헤쳐야 한다.

플레이어는 '시신 없는 장례를 치른 지 10년이 지났다. 우리 누나는 분명 죽었는데, 아직 죽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보고 이은도라는 정신병원으로 향하면서 게임을 시작한다.

그간 아웃라스트, 바이오하자드, 화이트데이 등 여러 공포 게임을 플레이했지만, 해외 게임이라 현실감이 다소 떨어진 느낌을 받았는데, 아라하: 이은도의 저주는 한국 게임이다 보니 모든 것이 한국어로 최적화됐고 주변 물품도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라 현실감이 돋보였다.

그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역시 음성이었다. 해외에서 만든 유명 공포 게임은 영어나 일어를 모르면 자막에 의존해 직관성이 다소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개발부터 한국어 음성을 기준점으로 잡아서 한국 게이머에게 공포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중간마다 귀신이 튀어나오는 장면도 이러한 분위기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탓에 분명 귀신이 나올 거라고 예상되는 뻔한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라기도 했다.

게다가 내레이션으로 긴장감을 절정에 다다르게 만들 땐 정작 귀신이 나타나지 않고, 정말 귀신이 나타나지 않을 거 같은 상황에서 뜬금없이 등장하는 엇박자 타이밍도 일품이었다. 

개인적으로 환풍구를 통해 누나의 유골을 향해 다가갈 때 귀신을 만나는 상황은 이 게임에서 가장 놀랐던 1순위 장면이었으며, 엇박자 타이밍을 잘 살려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비밀이 하나씩 파훼되기 시작하면 귀신이 아닌 괴물이 나타나는데, 이때부터는 현실적인 요소보단 판타지 요소가 더 강화된 바람에 공포 게임보다는 생존 게임으로 변했고 이로 인해 공포감이 다소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여타 공포게임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단점인데, 오히려 후반부 전개를 시시하게 만드는 만큼 귀신으로 일관된 공포감을 유도하는 것이 더 괜찮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누나의 유골을 모두 찾고 괴물을 불태우면 게임이 끝나면서 누나의 환상을 보게 된다. 그러면서 갑자기 플레이어가 정신병원에 입원해 수술대에 놓여지고 무당이 걸어오는 장면을 끝으로 반전적인 막을 내린다.

사실 게임의 막바지엔 다소 힘이 많이 빠진 느낌이었다. 반전도 열린 결말을 위해 억지로 넣은 느낌이라 오히려 직관적으로 이 모든 상황이 꿈이었다고 명확하게 보여줬으면 부족한 후반부 전개를 매끄럽게 마무리지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그간 한국 공포게임에서 이렇다 할 작품이 나오지 않는 상황을 미뤄보면 오랜만에 꽤 근사한 작품이 등장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었다.

전체적인 퀄리티도 인디 게임이라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나름 좋은 편이다. 사물을 확대할 때 디테일하게 보여줘 부족한 그래픽 퀄리티의 단점을 상쇄시켰고, 예측하지 못할 만한 상황에 귀신을 깜짝 등장시켜 놀라게 만드는 연출 타이밍은 칭찬할 만한 요소임이 분명했다.

최근 여러 BJ 및 스트리머 사이에서도 이 게임을 미션으로 즐기는 경우도 흔히 보이는 만큼 향후 공포게임 발전에 초석이 되는 게임이라 생각하며, 국내에서도 이름이 잘 알려져 있는 아웃라스트, 언틸더노가 같은 공포 장르의 명작이 출시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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