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기업에 대한 집중적인 비판보다 게임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기

[게임플] 정의당 비례대표 당선인 류호정(28)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이 과거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대리게임 행적을 비롯 국내 게임사의 근무 환경 비판 주장에서 여전히 뜨거운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대리게임은 타인이 다른 사람의 게임 계정을 대신 플레이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경쟁을 요구하는 PVP 게임은 대부분 실력이 비슷한 수준의 이용자들을 묶어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이러한 대리게임은 그 환경을 파괴하기 때문에 게임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제재 조치에 나서는 부분이다.

전세계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LoL 안에선 대리랭크가 성행하고 있다. 대리랭크란, 아이언부터 챌린저까지 존재하는 랭크 등급을 타인이 대신 플레이해 올려주는 행위를 말하며, 이러한 행위가 이용자들 사이에서 유행한 탓에 조금만 검색하면 불법적으로 운영하는 대리업체가 수두룩 나타난다.

LoL을 국내 서비스하는 라이엇게임즈 코리아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대리게임 행적이 적발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영구 게임 이용제한' 혹은 '30일 게임 이용제한'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

하지만 2013년 이후 주마다 대리게임 적발 현황을 발표하고, 362차를 넘어선 현재까지도 매번 명단에서는 수백 명의 대리게임 이용자가 존재하는 것을 수 있다.

게임사에서 취하는 조치 외에 법적으로도 대리게임은 처벌 대상이다. 2017년 이동섭 미래통합당 의원의 게임산업법 개정에서 발의된 '대리게임 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18년 12월 공포됐고,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됐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금전적 대가를 받고 대리게임을 수행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류호정 당선인은 자신의 행위를 대리게임이라고 표현하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금전적 대가를 지불하거나 랭크 등급 상승 자체를 목적으로 계정을 공유하지 않았다는 것이 근거였다.

3월 10일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게재한 사과문에서도 '조심성 없이 주변 지인들에게 자신의 계정을 공유했다'는 표현을 사용했을 뿐, 직접적으로 '대리게임을 했다'는 표현은 전혀 볼 수 없다.

그러나 이 사과문에는 모순이 있다. 계정을 공유한 것과 대리게임은 엄연히 같은 개념이다. 류호정 대리인은 자신의 계정을 공유한 지인 중에는 자신보다 실력이 낮은 사람도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자신보다 실력이 좋고 나쁜 것은 애초에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다이아몬드 등급을 달성한 이용자가 골드 등급을 겨우 유지하는 지인에게 계정을 빌려줬고, 그 지인이 게임을 플레이했다고 가정하면 그 계정은 일반 게임이든, 랭크 게임이든 다이아몬드 등급의 이용자들과 매칭된다.

골드와 다이아몬드 등급 간의 실력은 상당히 큰 격차를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선 골드 등급 이용자는 일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다이아몬드 등급 플레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따라가기 급할 것이며, 만약 다른 이용자가 해당 등급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할 정도면 어뷰징의 오해도 받을 수 있다.

관련해서 류호정 당선인은 과거 타 게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리게임에 대한 질문을 "여성은 조금만 실력이 떨어져도 대리나 버스를 탔다고 너무 쉽게 단정 짓는 사회적 편견이 있는 것 같다"면서 "여자들은 게임 실력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깨겠다"고 답변한 사례도 있어 그 여파가 더욱 크게 번졌다.

결국 과거 행적에 대한 사실은 본인만 알고 있을 테지만, 해당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회에서 공표된 대리게임 처벌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사가 요구하는 규정에 반하는 윤리적으로 어긋난 행위인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류호정 당선인은 대리게임 논란으로 이화여대 게임동아리 회장직을 내려놓은 이후 '이노스파트'와 '스마일게이트' 등 게임회사에 입사한 바 있다.

게임사는 직원 채용에서 게임에 대해 심도 높은 지식인을 원한다. 실제로 일부 게임사 입사지원서에는 자신이 어떤 게임을 어떻게 플레이했는지에 대한 내용을 서술하라고 적혀 있고, 높은 LoL 랭크 전적은 게임업계에 발을 딛는 무기가 될 수 있다. 

본인 주장에 따르면 입사지원서에 LoL 랭크를 기재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스마일게이트 측에선 정의당으로부터 진상 조사 차원에서 입사 당시 대리게임이 끼친 영향 등에 대해 사실요청이 들어온 적이 아직 없다고 밝힌 만큼 사실관계는 오리무중으로 빠져들었다.

이렇게 후보자 시절부터 게이머들 사이에서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른 류호정 당선인은 온라인 MMORPG '검은사막'으로 유명한 국내 대표 게임사인 펄어비스와의 갈등으로 또 다시 논란의 불씨를 크게 확산시켰다.

사건의 전말은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서 "사측이 권고사직 통보를 당일에 하는 경우가 잦았다", "입사한 지 얼마 안됐는데 직접 본 당일해고만 수십 명에 달한다", "퇴사자에게 작별인사라도 하려고 하면 일이나 하라고 면박주는 곳"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벌어졌다.

사건이 발생한 후 류호정 당선인은 퇴사자 등의 제보와 짧은 근속 연수, 높은 기간제 근로자 비율 등을 근거로 펄어비스를 블랙기업이라 표현하고 근무 환경에 대해 비판을 연이어 주장했다.

이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4월 29일 브리핑을 통해 최근 펄어비스에 정신질환 관련 우울증 진료 기록이 2017년 5명에서 2019년 16명으로 약 5배가 늘었다는 자료를 공개했고, 이는 블랙기업의 근거로 충분하다면서 근로 환경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류호정 당선인은 브리핑 자료에서 "펄어비스가 제2의 넷마블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며, "노동인권보장 대책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고용노동부는 강도 높은 근로감독을 통해 위법사항에 대해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펄어비스는 류호정 당선인과의 마찰이 발생하기 전에도 자녀 1명당 매월 50만원 양육비 지급, 거주비 50만 원 지급 등 복지 혜택을 지원할 정도로 국내 게임사 중 최고 수준의 복지를 자랑했고, 지난해에는 일자리창출 기여에 공로를 인정받아 게임사 중 유일하게 단체 부문 최고의 상인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블라인드의 주장이 허위사실이지만, 펄어비스는 자사의 인사 시스템을 다시금 개선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류호정 당선인의 부족한 근거를 기반한 연이은 주장은 임직원들의 사기를 꺾는 꼴이다.

또한, 게이머들도 모바일 게임만 주구장창 출시되는 현재 게임 시장에서 PC 게임을 계속 도전하는 펄어비스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상황인데, 무차별적 언론 플레이는 게이머들에게 오해를 낳아 게임산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중국 판호가 막혀 거대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어려운 가운데,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에 끊임없이 유입되는 중국산 게임으로 국내 게임사들은 여전히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게임 산업의 장점이 부각된 상황에서 게임 개발 및 e스포츠 강국인 대한민국이 한층 더 발전하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연적이다.

앞서 류호정 당선인의 주장과 관련해 업계 전문자들은 "정의당은 특정 기업을 집중적으로 비판해 악영향을 끼치는 것보다 전체적인 근로 환경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여기고 하나씩 적용하면서 게임 산업을 발전해 나가야 할 시기다"고 반론한 만큼 게임사와 정부의 서로간 협심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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