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의 역사 그 자체" 24년 동안 서비스를 이어온 국내 최초 온라인 게임

[게임플] 올해 24주년을 맞이한 넥슨의 MMORPG '바람의 나라'는 국내 최장수 온라인 게임이자, 넥슨의 성장 발판을 마련한 게임으로 엔씨소프트의 대표작 '리니지', 엠게임의 '다크세이버'와 함께 과거부터 꾸준하게 회자되는 1세대 작품이다.

만화가 김진의 대표작 '바람의 나라'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 게임은 퀘이크 월드와 케사미의 섬과 같은 패키지 게임이 아닌, 온라인 기반 시스템을 갖춘 최초의 게임이라는 점이 국내 게이머들의 뇌리에 제대로 새겨진 요소라 할 수 있다.

90년대 게이머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정도로 사냥을 통해 캐릭터를 육성하고, 상위 콘텐츠로 입성해 고급 아이템을 획득해 스펙을 상승시키는 재미가 일품이었다.

특히, 고구려와 부여라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실제 역사 속에서 등장하는 요소들이 간간히 보여 학교에서 배운 것을 게임으로 복습하는 재미도 나름 쏠쏠했다.

당시 정액제 게임이었기에 정액제를 지불하기가 다소 부담스러운 게이머들은 홍랑, 호떡 등 유명 유저들이 쓴 가이드북에 동봉된 60시간 쿠폰을 이용하거나 PC방에서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사냥 방식은 단순하다. 초보자 사냥터에선 고기를 먹으면서 혼자 사냥이 가능하지만, 주술사를 제외한 나머지 직업들은 격수와 도사로 파티를 구성해 사냥할 필요가 있었다. 

인기가 워낙 많았던 지라 초보자 사냥터에 사냥감이 나타나지 않아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라는 멘트가 유행하기도 했다.

최대 99레벨까지 성장시킬 수 있었던 캐릭터 레벨은 80레벨 이상에선 육성 난이도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당시 기자도 레벨이 오르지 않아 도깨비굴에서 하루 종일 사냥해 99레벨을 달성하고 흉가에 입성했을 때 무척 기뻤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 남아있다.

이렇게 캐릭터 레벨을 99레벨까지 달성하면 격수들은 체력을 일정 수준 달성해 1~3차 승급을 할 수 있었다. 레벨 육성만큼 승급 조건도 꽤 난이도가 어려워 게임을 오래 플레이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경지였다.

관련해서 도사와 주술사는 마력이 승급 조건이었는데, 이후에는 4~5차 승급에 궁수, 신선 등 신규 클래스도 합류해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제공했다.

바람의 나라에 등장한 아이템 중 일부는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은 게이머 조차 그 이름을 알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자랑했다.

97~98년도 기준 대표적인 희귀 아이템은 '도깨비 방망이'와 '일월대도'가 있었다. 각각 도깨비굴과 산적굴에서 획득할 수 있었던 해당 아이템들은 금전을 대신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 많은 이용자들이 일확천금을 위해 노렸다.

중자본 스펙 이용자들은 월아검, 심판의낫, 용왕 세트 등의 장비를 이용했으며, 고스펙 이용자들은 6~9차 용무기로 다른 이용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과시하기도 했다.

특히, 휘두를 때마다 강력한 격이 시전되는 용무기는 당시 3등급 이상 제련할 때 실패하면 무기가 깨지고 최대 9등급까지 올라갈수록 그 확률이 극악을 자랑해 이용자들 사이에선 꿈의 무기라고 불렸다.

2000~2003년에는 바람의 나라가 첫 번째 전성기가 한껏 펼쳐진 해였다. 인기 아이템들을 얻을 수 있었던 '북방대초원'과 '일본', '용궁', '세시마을' 등을 비롯해 승급자들을 위한 사냥터인 '선비족', '흉노족' 그리고 그 당시 최고의 노가다 장소 '환상의 섬'으로 그간 느낄 수 없었던 재미를 제공했다.

2003년에는 소위 '신'버전이라고 불리는 그래픽 패치가 도입됐는데, 이전 버전에 비해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했으나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기 힘들었던 탓인지 이용자들 사이에선 호불호가 나뉘곤 했다.

2005년 8월 무료화 정책이 도입된 시점에선 동접자가 10만 명을 돌파하는 등 두 번째 전성기가 찾아왔다. 동년 11월에는 신버전 그래픽, 인터페이스 클라이언트가 강제적으로 적용되면서 이전 버전의 그래픽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서비스가 오래 지속되면서 업데이트에 다소 소홀할 법도 하지만, 바람의 나라는 2009년 5차 승급, 2010년 12월엔 '격풍', 2015년 8월 5차 승급이라는 대형 업데이트 등 다양한 변화를 제시했다. 

물론, 게임 자체가 워낙 오래된 바람에 여타 최신 MMORPG에 구현된 콘텐츠를 맞춰가기가 힘들고, 평면 2D 그래픽은 최근 게이머들에게 인기가 많은 횡스크롤 2D와 비교하면 강점을 내세우기엔 어려웠다.

전성기 시절보다 이용자가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보이고 서버도 5개가 유지되는 상황. 2018년 12월 MAX 레벨이 799레벨로 확장됐으며, 신규 사냥터인 '황산벌'과 '대야 전투'가 추가된 만큼 20년 넘게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바람의 나라는 최근 모바일게임 '바람의 나라: 연'으로 새롭게 태어날 예정이다. 넥슨과 슈퍼캣이 공동개발 중인 이 게임은 바람의 나라 IP를 원작 특유의 조작감과 전투 묘미를 구현한 작품으로 2019년 12월에 최종 CBT를 선보였다.

테스트로 미뤄본 이용자들의 반응에선 아쉬움이 느껴졌다. 클래식 요소를 기대한 원작 팬들은 원작보다 다듬어진 그래픽에 향수를 느낄 수 있었으나, 원작과 차별성을 둔 시스템에 이질감이 생겨 아쉬웠다는 피드백을 전했다.

이에 넥슨은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밸런스, UX 개선, 편의성 개선 등 바람의 나라: 연의 전체적인 담금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솔로 및 그룹용 스킬 일부를 구분하고 체력, 마력 소모도가 높은 기술도 구분해 원작 플레이 콘셉트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또한, 도사의 경우 1인 콘텐츠를 진입하는 허들이 매우 높았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클래스별 밸런스를 재구성했다고 전했다.

바람의 나라: 연과 관련해 현재 작업 상황은 대략 80% 완료해 20% 테스트 플레이를 진행 중이라고 전한 만큼 출시일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원작의 팬들이 게임 산업의 주축으로 자리를 잡았고, 신세대 게이머들도 바람의 나라에 대한 명성을 커뮤니티를 통해 익히 들어서인지 이 게임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지난해 V4가 신규 IP 창출에 성공했다면 올해는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와 같은 대표 IP의 플랫폼을 확장하고 이용자층을 강화하는 전략을 내세운 넥슨인 만큼 바람의 나라: 연도 핵심 무기가 될 전망인데, 어떤 완성도로 게이머들을 만족시킬 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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