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필자는 게임을 좋아했다. 학창시절, 학교에서 돌아오면 바로 부모님께 일정 시간 허락을 받고 게임을 했는데, 종종 약속한 시간을 넘겨 자주 혼난 기억이 있다. 아마도 이 글을 보는 대부분의 유저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으리라 본다. 게임에 대한 일반적 편견을 살펴보면, 게임은 공부에 방해가 되고, 육체 및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으며, 모호하지만 어쨌든 게임은 중독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그러한 평가는 과학적인 증명이 되기 이전의 편견이 아닐까? 이미 미국, 유럽 등의 의학계에선 오래전부터 게임이 주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와 논문을 끊임없이 공개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게임의 해(害) 부분은 충분히 강조됐으니, 오늘은 이와 반대로 과학적으로 증명된 ‘게임플레이’가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소개한다.

 

논리력, 문제 해결 능력

게임을 하면 논리력과 문제 해결 능력은 증폭된다. 많은 게임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전략과 이해 능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속에선 예측할 수 없는 위협과 어려운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나 '바이오 하자드'와 같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재의 게임을 예로 들면, 어디에서 덮칠지 모르는 좀비들을 제거하는 등의 게임을 반복해서 플레이하면서 자신의 확률적 추론 능력을 단련하게 된다.
  
스위스 제네바 대학 인지신경과학과 대프니 베빌리어(Daphne Bavelier)교수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액션 게임은 게임의 확률적 추론 능력을 향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게임과 무관한 다양한 방면에서 그 능력을 향상시킨다.
  
베빌리어 교수의 연구 그룹은 1년 동안 일주일에 5회 이상 액션 비디오 게임을 했다고 밝힌 11명의 남성과, 1년 동안 액션 비디오 게임을 한 적이 없다고 밝힌 12명의 남성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두 그룹의 참가자 모두 평균 연령은 19-20세였다.
  
각 그룹의 실험자들은 컴퓨터 화면에 표시되는 점의 배열을 보고, 도트 모임이 움직이는 중심이 되는 방향을 2초 이내에 적절한 키를 눌러 표시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배열의 난이도는 각각 달라, 거의 모든 점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도 있고 절반을 약간 넘는 점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도 있었다. 모든 난이도에서 액션 게임에 익숙한 그룹은 게임을 한 적이 없는 그룹보다 반응이 월등하게 빨랐다.


인지와 청각 능력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인지신경과학을 연구하고 있는 애덤 개절리(Adam Gazzaley)교수는 게임을 즐기는 것이 뇌의 인지 기능 장애를 완화하거나 장애 자체를 없앨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밝혔다. 베빌리어 교수에 연구 결과도 게임에 익숙한 그룹은 청각에 의한 작업도 속도에 비슷한 우위를 보였다.

이볼브와 같이 사냥꾼이 되거나, 반대로 괴물이 되어 인간 혹은 짐승을 사냥하는 게임의 경우나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같은 FPS 게임의 경우 특히 소리에 따른 반사 신경이 주효한 게임들이다. 헤드폰을 통해 배경이 되는 잡음을 들으면서 다양한 주파수로 진동하는 소리가 오른쪽인지 왼쪽에서 들리는지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이 게이머가 비게이머 보다 뛰어났다.


억지력 및 주의력

억지력이란 행위의 달성이 어렵거나 대가가 클 것을 예견하고, 그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는 능력이다. MMORPG 게임 등에서는 ‘여기는 트랩이 있으니까 피해 가야 한다’, ‘스킬의 쿨타임을 계산해서 사용해야 한다’등 앞의 상황을 예측을 하면서 억지력을 향상시킨다.

또한 여러 번 실패를 거듭하면서 정답을 도출하는 슈퍼마리오나 소닉과 같은 게임이라면, 이전과 같은 실패를 하지 않으려고 상황을 잘 살피고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숨겨진 보물이 어디에 감춰져 있다거나, 어느 부분에서 적이 출몰한다는 등의 주의력도 게임을 하는 사이에 필연적으로 익힐 수 있다. 액션 게임들은 플레이어가 끊임없이 화면의 한 부분에 집중을 하면서도 동시에 화면의 다른 부분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사건을 경계하며 계속해서 주의를 환기하도록 요구한다.


계획하고 실행하는 능력 단련

게임에서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계획과 그 계획을 능숙하게 진행하기 위한 수행 기능 능력이 필요하다. 수행 기능이란 ‘상호 독립적이며 목적적이고 독립적인 행동을 연속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 또는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 목적을 기억하고 유지하고 감시하고 방해물을 제거하는 기술’이다. 게임은 그 게임 자체를 클리어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생각하고, 게임을 클리어하는 '목표'를 향해 계획을 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행위다. 바로 수행 기능 단련에 있어 최적의 도구인 것이다.

 

뇌의 활성화 '신경세포 상승'

FPS 게임을 하다 보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쉴 틈이 없기 때문에 머리를 풀 회전 시킨다. FPS는 템포가 빠르고 자신의 정면에 있는 상대와 주변에 있는 상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보고서는 27명의 숙련도가 높은 게이머와 30명의 초보자의 뇌를 비교했다. 그 내용을 조사한 결과, 차량의 운전이나 사물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인지 및 기능 간의 결합에 큰 차이를 보였다. 각각의 대상의 뇌를 MRI로 검사 한 결과, 게이머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신경 세포체가 존재하는 회백질이 크고 기능 사이의 결합 경로도 다양하고 복잡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응과 인지, 시각과 손을 동시에 사용하는 운동 능력 상승

화면을 보면서 원하는 물체와 적을 빠르게 찾는 운동을 반복해 눈의 반응 속도와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목적의 표적을 찾는 능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또한 시각과 손을 동시에 사용하는 게임 플레이는 손의 조작과 손끝의 근육을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시각과 손의 운동 능력이 동시에 단련된다. 거의 모든 게임에서 손가락과 손의 빠르고 정확한 움직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의 장점 중 반사 신경 발달은 반론의 여지가 없을 만큼 완벽하다. 게임 중에 빠른 반응이 필요한 것은 종종, 아니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요구되기 때문이다. 화면을 보면서 표적의 물체나 적을 재빨리 찾는 운동을 날마다 되풀이함으로써, 반사 신경이나 반응 속도는 무의식중에 향상된다.  

LOL이나 MXM같은 전략 게임은 눈으로 얻은 정보를 재빨리 손 움직임으로 결정하는 정확한 판단 능력을 향상시킨다. 이 게임들은 플레이어가 끊임없이 화면에 집중을 함과 동시 지도까지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다른 부분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사건을 경계하며 계속해서 주의를 환기하도록 요구하기 한다. 때문에 이러한 게임의 과정은 뇌가 들어오는 시각적 자극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든다.

 

사회성과 적응력 향상

온라인 게임 협력 플레이는 공격성이 감소하고 사회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판명됐다. 협력 플레이를 하는 사람은 플레이 중에 계속 관계를 의식하고 중점을 두는 것처럼 폭력과 공격에 너무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게이머는 비 게이머보다 사교적이고 교육 수준이 높고, 낙관적 성공하는 사람이 많고, 가족과의 관계가 깊은 데다 사회의식도 높았다고 한다. 또한 앞의 상황을 예측을 하면서 플레이를 하는 게임은 ‘앞날을 생각하는 능력’이 향상되며 이는 사회에 나가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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